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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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범신 작가의 소설은 <촐라체>를 시작으로 나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연극무대에서 처음 만난 그 작품은 나중에 책으로 다시 찾아보았을 때에도 여전히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 이후에 찾아 보게 된 박범신 작가의 다른 작품은 들쑥날쑥했다. 어떤 작품은 나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했지만, <촐라체>를 처음 접할 때의 환희를 잊지 못해 항상 기대감으로 읽어보곤 한다.

 

 <촐라체>,<은교>,<고산자>. 이 세 작품이 박범신 작가가 말하는 '갈망의 삼부작'이다.

 

’지난 십여 년간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낱말은 ’갈망(渴望)’이었다. 
[촐라체]와 [고산자], 그리고 이 소설 [은교]를 나는 혼잣말로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이라고 부른다. 
[촐라체]에서는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인간 의지의 수직적 한계를, [고산자]에서는 역사적 시간을 통한 꿈의 수평적인 정한(情恨)을, 그리고 [은교]에 이르러, 비로소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감히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탐험하고 기록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은교/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뜨거운 삶의 현장인 '저잣거리'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 작품을 집필했다.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라는 자학적인 상상은 아프기 한량없다고 이야기한다. <비즈니스>는 중국에서 발행되는 잡지<소설계>와 우리 문예지 <자음과모음>에 동시 연재했다.

 

 

 

 이 책 <비즈니스>는 일단 가독성이 좋다. 손에 잡으면 놓지 않게 되고, 무리없이 쭉 읽히는 점이 매력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울 수 없는 갈망, 고독과 슬픔을 소설이라는 틀에 잘 담아냈다. 천민자본주의 속에서 한없이 파괴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는 소설이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솔직히 말해 과외비를 벌려고 시작했지만요. 요즘은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냥......오늘도 내일도 변화라곤 없는 무난한 시간들, 혹은 무난하게 마모되는 것 같은 인생이 너무 싫었던 건지도 몰라요. 이곳은 ......수렁이에요."

 

104쪽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비즈니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 사랑과 결혼조차 일종의 비즈니스에 불과한 사회. 교육도 비즈니스. 자본주의의 세상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해서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세상의 주인이 되어버리고 그 안에서 욕망을 움켜쥐며 바둥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이고, 큰 틀에서 사람들을 옭아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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