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천재화가의 마지막 하루
김영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몽우 화가의 <이중섭을 훔치다>를 읽어보았다.

 화가의 그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가 그려낸 완성된 그림만을 보아서는 안 되고, 그가 왜 그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화풍의 진행 과정 속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48p)

몽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 책 속에 이중섭의 삶과 그림이 잘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내가 읽어본 어느 책보다도 이중섭의 이야기가 잘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가가 미술가를 알아본 것이고, 그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에 진심이 담겨있어서 마음에 쏙쏙 들어왔던 것이다. 책에 담긴 이중섭의 그림도, 몽우의 그림도, 감동이었다.

 

 그 책을 보며 글과 그림에서 힘이 느껴졌기에 몽우 화가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어느 천재 화가의 마지막 하루>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했다.

 

 

 이 책은 화가 몽우 조셉킴이 병마와 싸우며 극한의 상황에서 쓴 일기를 테마별로 모은 책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 보면 백혈병, 임파선암, 심장 질환, 흑색종 등의 수많은 병마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마지막처럼 보내던 시기에 쓰여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몽우는 스물 한 살, 인사동 길에서 초상화를 그리다 우연히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 토머스 마틴을 만났고, 미국으로 건너간 작품 500여 점이 뉴욕에서 이틀 만에 모두 판매되었고 '피카소와 샤갈, 호안 미로를 닮은 한국의 화가'라는 칭찬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돈이 들어왔음에도 사업 투자 실패로 삶은 다시 바닥으로 치달았다.

 

 스물 다섯 살에는 왼손잡이 화가였음에도 스스로 왼손을 망치로 내리치는 일까지 있었다. 그림을 그만 그리겠다고 행한 일이겠지만, 몽우는 다시 오른 손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병마와 싸우느라 힘들어도 그림으로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타고난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왼손잡이 화가가 오른 손으로 그린 그림과 일기를 모아놓은 것이다. 슬픔, 고독, 위로, 행복의 네 가지 파트로 나뉘어 글과 그림을 담았다. 이 책을 통해 몽우 화가의 그림을 다양하게 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림이 입체감 있어서 좋았다. 자세히 보면 울퉁불퉁 하다. 손으로 만져보면 질감이 느껴진다. 생동감이 느껴진다. 병 중에도 온 힘을 다해 에너지를 그림에 쏟아부었나보다.

 

 

 이 책에는 몽우의 다양한 그림이 담겨있다. 단순한 그림, 복잡한 그림, 유화로 그린 그림 등이 있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유화물감을 살 수 없어 수채물감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밝힌다. 이 책에는 글이 얼마 없다. 육신의 고통 속에서 글과 그림으로 세세하게 표현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핵심적인 것으로 간단하게 단순히 표현되는 것이리라. 그 점이 오히려 그림을 온전히 감상하고 느낌을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간단한 글과 그림을 보며 상상에 잠기고 생각하는 시간, 그런 시간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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