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맛을 느끼게 되는 글 [노란집]

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故 박완서 님의 책 <세상에 예쁜 것>을 읽을 때였다.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아끼며 읽고 싶었다. 짤막한 산문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짧은 길이에 부담없으면서도 삶에 대한 태도가 압축되어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공감할 만한 소재와 내용 덕분에 더욱 집중해서 읽었고, 아직 읽지 않은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것의 긴호흡때문에 여전히 소설을 읽는 것은 뒤로 미루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을 계기로 좋은 기억을 지니고 있는터라, 이 책 <노란집> 역시 당연하다는 듯 손이 가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어머니가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쓰신 글이다.'

서문을 2013년 8월 아치울 노란집에서 딸 호원숙이 썼다. 이 책을 넘기면서 보게 되는 삽화도 인상적이었는데, 이철원 화백이 그렸다고 한다. 딸이 쓴 서문을 읽으니 아득한 느낌이 든다. 세월의 흐름, 그 흐름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글을 읽는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마음까지 싸늘해진 요즘, 바람마저 을씨년스럽게 부는 오늘, 이 책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해본다. 맨 앞에 있는 <그들만의 사랑법>은 짧은 소설 형식으로 노부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적당한 유머와 함께 글 읽는 맛이 느껴진다. 책의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이야기였다.

 뒷부분에는 <세상에 예쁜 것>처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표지에 있는 노란집 그림과 제목에서 풍겨오는 따뜻한 느낌도 좋고,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맛깔스러운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드는 시간을 보냈다. 박완서 님의 글을 읽다보면 같은 언어를 쓰고 있으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낀다. 짧은 산문 형식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일상 속 다양한 소재로 소소하게 대화나누 듯 이야기에 경청해본다.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