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은 없다

약산은 없다 - 2008 대표 에세이
김서령 외 41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3월

수필은 무엇인가.
수필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학창시절에 배운 바로는 붓가는 대로 쓰는 글이고, 분량도 주제도 제한이 없는 글이다.
사실 ‘주제 : 자유’   ’형식: 자유’ 라는 것만큼 막막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형식이 없는 것이 수필의 형식이다.
그런데 무엇이든 써도 된다고 하면, 어떤 것을 쓸 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가장 쉬운 듯 가장 어렵고, 자유롭다는 것 자체가 막막하다는 느낌이 드는 글이 수필이다. 
 
수필가 300인이 2008년을 결산하여 뽑은 대표 에세이, 찬란히 진화된 한국 수필 이라는 소개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김서령 외 41인의 수필가가 글을 하나씩 장식했고, 에세이스트 지에 발표된 300여 편의 글 중에서 수필 작가들이 ‘2008년을 대표하는 수필’로 직접 가려 뽑은 작품들이라고 한다.
내가 쓰는 것은 막막한데, 수필가들이 적은 글을 보니 참 다양했다.
수필 중에서도 좋은 작품들을 선별해 놓은 것을 추려서 읽는다는 생각을 하니 기대가 더 컸다.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그 감수성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사람들 같으면 인식도 못하고 그저 스쳐지나갈 일들을, 이 사람들은 생각에 잠기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렇게 글로 남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문득 든 생각으로 수필 한 편이 완성되기도 하고,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면서 글이 전개되기도 한다.
어떤 글을 보면 남다른 경험과 평범치 않은 삶으로 한 편의 수필이 완성되기도 한다. 특수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그런 글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글도 있다. 

그런 글을 보면 저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따라가며, 나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글을 보면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기도 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글로 표현한 것을 보니 또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읽어보니, 각각의 작가마다 다른 색깔과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대표적인 수필을 뽑아놓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색있는 음식들을 음미하며 맛보듯, 다양한 색깔을 가진 글들을 음미하며 읽는 시간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