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촐라체를 먼저 접한 것은 연극 무대였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게 된 연극에서 나는 압도 당했고, 촐라체의 강렬한 느낌에 전율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역시 나는 산에 오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굳혔다.
예전에 어설프게 트레킹을 하며 길을 잃을 뻔 했던 기억이 나에게는 충격이었나보다.
게다가 눈 덮인 추운 곳, 아주 높은 곳, 환청도 들리고 환상도 보이는 곳,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그 곳, 촐라체가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이럴 때 간접 경험이 필요한가보다.

연극을 본 지 한 달 만에 책을 읽게 되었다.
박범신 작가의 글로 직접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글로 만나게 되었다.
같은 내용을 당장 보는 것보다는 한달 정도의 시간을 두는 것이 실망하지 않는 길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역시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읽었어도 실망하지 않았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은 책대로, 연극은 연극대로, 나에게 주는 의미는 많았다.
연극은 압축된 서머리 같았고, 책은 개인의 생각들이 상세하게 담겨있는 구체적인 모습이었다.

촐라체를 등반하는 영교, 상민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까지도 힘들어졌다.
눈보라와 지긋지긋하게 추운 매서운 바람에 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었고, 
얼음덩어리라도 입 안에 넣을 때는 내 입안도 이리저리 찢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를 쓰고 올라갔지만 촐라체 정상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들, 고통, 죽음 직전까지 맛보게 되는 현실.....!!!!!

촐라체는 우리 인생이기도 할 것이다.
정상에 올라 가면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아도 사실은 정상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정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상도 그냥 과정의 일부일 뿐이고 특별한 의미는 없을 것이다.

촐라체에 오르는 일은 이 책과 연극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굳이 오르는 일은 만들지 않으리라 생각해본다.

개나리가 막 피기 시작할 무렵 이 책을 읽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감동만 좀 남긴 채 이제 따뜻한 봄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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