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 가짜 뉴스 속 숨은 진실을 찾아서
페터 쾰러 지음, 박지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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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렇게 가짜 뉴스가 극성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요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의 띠지에 이런 말이 눈에 띈다. "속고 속이는 일은 땅이 생긴 뒤부터 계속됐다."고 말이다. 요한 고트프리트 조이메의 이 말을 듣고 보니, 역사적인 가짜뉴스가 궁금해졌다. 이 책에는 람세스부터 트럼프까지 세상을 뒤흔든 역사상 최악의 가짜 뉴스가 담겨있다. 제목에 대한 내용도 그렇고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를 읽어보게 되었다.



1964년에 한나 아렌트는 에세이 <진실과 정치>에 이렇게 썼다.

"정치가들이 진실만 말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정치가의 미덕이 정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거짓말은 대중선동가만이 아니라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의 정당한 기술로 여겨진다."

이는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거짓을 말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다. (24쪽)


이 책의 저자는 페터 쾰러. 기자, 문학 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짜 뉴스에 매력을 느껴 예술과 학문, 정치와 현대의 일상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흥미롭고 때로는 경악할만한 사건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기이하고 유명했던 가짜 뉴스들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탈진실 시대의 정치', 2장 '네 번째 권력', 3장 '소문이 생겨나는 곳', 4장 '실체 없는 지식', 5장 '창작의 자유', 6장 '존재하지 않는 것들', 7장 '잘못된 길에서', 8장 '역사 속 이야기Ⅰ', 9장 '역사 속 이야기Ⅱ', 10장 '결말'로 나뉜다. 36개의 노래를 외위 부르는 고양이가 있다!, 외계인이 온다!, 인도의 밧줄 묘기, 한때 셰익스피어였던 남자, 배후중상설, 사망자 2만 5,000명 또는 25만 명?, 경찰이 정당방어로 학생을 쏘다, 내 죽음에 관한 뉴스가 지나치게 과장됐음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처음은 도널드 트럼프의 이야기로 장식된다. 거짓말을 모호하게 포장한 여러 정황들에 이미 알고 있던 것까지 더하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조목조목 이어지는 이야기에 이미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사람들은 가짜뉴스에도 관심을 갖지만, 가짜뉴스가 가짜뉴스라고 밝히는 글에도 시선이 고정되나보다.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원래 명칭은 '파리조약'인데 트럼프는 일부러 '파리합의'라고 불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파리협약의 이행 비용을 미국이 전부 부담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이었다. 미국이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것도, 심지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내는 것도 아니었다. 예컨대 녹색기후기금에 독일은 국민 1인당 12달러, 스웨덴은 심지어 60달러를 냈지만 미국은 9달러를 투자했을 뿐이다. 진실 왜곡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7년 2월 18일 플로리다 연설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왜 여러 이슬람국가 이민자들의 입국 금지를 밀어붙이는지, 그리고 왜 특정 국가의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지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는 유럽에서 일어나는 테러 공격을 언급했다. "어젯밤 스웨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라.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정말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전날 스웨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쪽)


사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겠다며 뉴스를 보다보면 피로감이 몰린다. 알지 않아도 될 것까지 알아가며 내 안에서 정신없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는데, 얼마나 많은 뉴스가 생기고 사라지며 우리를 자극하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우리는 지금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고, 희망 사항이 진실을 이기며, 가짜 뉴스가 공식 뉴스가 되는 '탈진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쪽)'고 말이다. 또한 '오보는 신문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다. 15세기 말부터 이미 전단과 인쇄물이 가짜 뉴스를 실어 날랐다.(48쪽)'는 글 다음으로 이어지는 예에는 1516년 '로마에서 어미 말이 토끼를 낳았다'는 뉴스까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람 사는 곳에는 가짜 뉴스가 없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니, 나름 마음도 편해지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정말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일단 손에 집으면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옛날부터 현대까지 가짜뉴스 모음을 굵직굵직하게 접하니 지겨울 틈이 없다. 부풀려지거나 거짓이거나 우리가 미처 몰랐던 가짜 뉴스들을 한 권의 책 속에서 접하는 시간을 보낸다. 특히 제목에 나오는 질문인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에 대한 글은 130쪽 '다빈치의 자전거'에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가짜 뉴스의 세계는 깊고 풍부하며 역사도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가짜 뉴스 총정리인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솔깃하게 읽어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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