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캘리북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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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이외수의 캘리북』이다. '소설 쓰느라 바쁠텐데 이외수가 캘리그래프도 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외수가 나무젓가락으로 써서 보낸 편지라고 하니 수긍이 간다. 그래, 붓으로만 쓰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진정 손글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이외수의 캘리북』을 읽어보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아침은 온다

한밤중. 3월 다목리에 새벽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봄비라고 하기에는 목덜미가 너무 시리고 겨울비라고 하기에는 우수경칩 절기가 너무 무색합니다. 한차례 비가 내리고 나면 다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기상청 예보는 있었습니다. 당연히 매서운 꽃샘바람이 불겠지요. 겨울은 좀처럼 퇴각하지 않을 기세를 보일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매서운 꽃샘바람도 햇빛 앞장세우고 왕자지껄 내달려 오는 봄을 막을 수가 있을까요. (책 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이외수. 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의 직조로 사라져가는 감성을 되찾아주는 작가다. 장편소설『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장외인간』『괴물』등이 있고, 소설집『완전변태』『훈장』『장수하늘소』등을 발표했다. 다수의 시집과 에세이, 우화집 등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이외수가 나무젓가락으로 써서 보낸 편지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펼쳐드니 그동안 책에 대한 고정관념이 와르르 무너진다. 책이라기보다는 한 장 한 장의 카드가 모여있다. 빨간 줄을 잡아당기면 내용물이 드러난다. 쫙 펼쳐들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음미해본다. 그런 후에는 뒷면에 있는 글을 읽는다. 무겁지 않고 자연스레 건네는 말에 귀 기울여본다.

 

단순하면서도 살짝 입힌 색채가 글자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자신만의 에너지를 내보이는 게 손글씨인가보다.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 글을 접하는 다양한 방식 중에 이렇게 손글씨를 보면서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나는 날씨입니다. 비가 내리면,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대로, 산불 난 자리의 고사리풀처럼 무성하게 자라 오릅니다. 자라 올라 가슴을 아리게 만들지요. 술꾼들이 절대로 술을 못 끊는 이유는 지구에 가끔씩 비가 내리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서)

무더위로 지긋지긋한 더위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뜻밖에 비가 내리니 괜히 나도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난다. 파전에 막걸리는 그저 상상 속에서만 먹는 걸로 하고, 현실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어쨌든 책을 읽는 시간이 휴식이 된다.

 

문득 생각날 때 한 장 꺼내들어 짤막한 글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고 싶은 그런 책이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 발견하면 따로 뽑아 책상 앞에 붙여두고 오가면서 보고 싶기도 하고, 어울리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휴식 시간을 책과 함께 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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