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밤 - 낯선 공기와 어둠이 위로가 되는 시간
장은정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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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여행을 생각해본다. 여행지의 밤은 여러 색깔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일상으로 돌아오기 전에 아쉬움 가득한 밤도 있고, 지긋지긋해서 여행을 끝내고 싶은 밤도 있었다. 또 어떤 시간들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 책은《여행자의 밤》이다. 특히 여행 중 '밤'이라는 시간을 떠올리며 여행의 기억을 써내려간 것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장은정. 평범한 직장인이던 스물여섯, 여행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여행작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80여 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낯선 곳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밤들을 이 책에 담았다.

이 밤을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책속에서)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여행이 위로가 되는 밤'을 시작으로, '설레다, 위로하다, 그리다, 돌아오다'의 본문에 이어, 에필로그 '제자리로 돌아오는 밤'으로 마무리 된다. 국경을 넘는 밤, 눈부시게 반짝이는 밤, 별을 찾아가는 밤, 아침을 기다리는 밤, 소확행의 밤, 소원이 하늘에 닿는 밤, 용기를 얻는 밤, 아무도 말 걸지 않는 밤, 기꺼이 길을 잃는 밤, 마음에 어둠이 내린 밤, 이별을 배우는 밤, 겨울을 손꼽는 밤, 보호자가 되는 밤, 함께 걷는 밤, 행복을 이야기하는 밤, 잠들지 않는 밤, 인생은 여행의 마지막 밤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80여 개의 도시를 여행 다녔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그동안 쌓인 추억도 상당할 것이다. 몇 군데의 여행지를 다녀왔다는 시간 순서의 여행기보다 밤이라는 테마로 묶인 여행의 기억에 끌리는 이유는 여행의 순간에 깨달은 무언가를 책을 통해 건네받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나의 지난 여행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동의하는 생각 앞에서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지'라며 사색에 잠긴다.

하지만 나는, 새벽 2시 40분에 스시집 앞에 줄을 서는 일은 이제 하지 않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누군가가 찍어놓은 별을 쫓아가는 여행보다는 어딘가에 숨겨진 반짝임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여전히 더 좋다. 다른 사람에게는 반짝이지 않을지라도 내 눈에는 그 어느 곳보다 빛나는 곳을 발견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러다가 길을 잃을지라도 길가에 핀 들풀 하나에 슬며시 웃음 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때론 느리고 때론 실패할지라도 아직까지는 그렇게 여행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 (46쪽)

 

 

 

혼자가 된 여행에서는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 좋았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내 선택이었으니 후회하지 않았다.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마저도 나의 선택이었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귀찮음과 힘겨움도 나의 선택이었다. 그러니 불평하지도 투덜거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86쪽)

 

아이슬란드를 향한 가장 큰 그리움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대자연이나 한여름의 오로라에서 찾아오지 않았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약간은 몽롱하게 즐겼던 늦은 저녁의 식탁.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그 속에서 느꼈던 아주 작지만 소소한 행복. 매일 밤, 행복은 서툴고 느리게 차려낸 그 식탁 위에 있었다. (61쪽)

 

나의 여행도 그랬던 것일까. 돌아올 곳이 있어서 마음껏 떠났고, 다시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순간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었던 것일까. 모두가 제자리에 돌아오는 느낌, 너무도 고요해서 다시 여행을 꿈꾸는 그런 일들의 반복.

여행의 완성은 잘 돌아오는 것임을, 여행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상을 잘 만나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켜주는 일상이 있으니,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꿈꿀 수 있다. 돌아올 곳이 있는 여행, 그러니 나의 여행은 방랑이 아니다. (226쪽)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다. 저자의 여행을 전달받으며 내 여행의 기억이 풍부해지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을 떠난 듯, 떠난 여행이 많아서 기억이 누적되고 추억이 쌓여가는 듯해서 새록새록 추억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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