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에도 신세대가?

석기 시대 천재 소년 우가
레이먼드 브릭스 글 그림, 미루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2월

  이 책의 작가는 석기 시대는 도구를 돌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재미있는 상상력을 더해 석기시대 인류에게 돌바지와 돌치마를 입히고, 돌침대에서 돌이불을 덮고 자도록 했다. 석기 시대에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겠지만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그 시대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돌바지와 돌치마를 입은 아이들은 돌로 만든 공을 차고, 돌라켓을 들고 논다. 아이들은 발이 아파도 당연한듯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런데 딱 한명, 책표지에 돌바지를 입고 늠름하게 등장하는 우가는 아니다.
  우가는 움직이기 불편한 돌바지 대신, 부드럽고 따뜻한 바지를 상상하며 아기 매머드 가죽을 가져와서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또 늘 먹는 죽은 고기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가 먹고 싶다. 또 추운 동굴에 뜨거운 걸(불. 불이라는 모름.) 가져오면 안될까? 강을 구부려 물을 끌어오면 안될까? 그 당시로는 엉뚱하고 이상한 말만 하는 아이일 뿐이다. 특히 엄마에겐 말도 안되는 것만 골라 물어보는 아주 귀찮은 아들이다. 엄마는 우가의 호기심이 말도 안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일뿐이다.
  또 작가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대 구분을 떠나서 사람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똑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 같다. 그래서 현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석기시대에도 일어난다. 석기시대 아이들도 반찬 투정을 하고, ‘맛이 죽여 준다’는 버릇없는 말을 하고 자기네만 통하는 말을 한다. 우가의 아빠는 그런 것이 ‘신세대문화’라고 알려준다. 말만 다를뿐 언제나 어린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보여주는 석기시대는 생소하기도 하면서도 낯익은 그런 시대다.
  그래서 ‘석기시대 천재소년 우가’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과 우가의 호기심이 먼 과거를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 책은 무슨 맛일까?

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ㅣ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여우는 책을 읽고 나서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다.  나는 맘에 드는 책을 읽으면, 읽는  동안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표시했다가  다 읽은 후에 흰 공책에 그대로 베껴쓴다.  공책에 선명하게 남은 글씨처럼 내 가슴에도 선명하게 남도록. 

  여우는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을 읽으면 소화불량이 걸리고, 털까지 빠진다. 나는 읽고 싶은책만 골라서 읽는편이다. 그리고 소화불량이 될만한 책들은 내용이 좋든 싫든 아예 읽지 않는다.다만 무지 읽고 싶은데, 어려워서 못 읽는 경우에는 접어둔다. 나와 인연이 있는 책이라면 언젠가는 읽게 될테니까. 

  "책 먹는 여우"는 '책과 책읽기'를 주제로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자신의 책읽기를 돌아보는 과정이 된다, 예를 들면 책을 읽은 후에는 어떻게 하는지, 간직하고 싶은 책은 어떤 책이면 그런 책은 어떻게 보관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소화불량에 걸릴만큼 싫어하는 책은 어떤 책인지, 또 그런 책은 어떻게 보관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책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책읽기에 대한 흥미를 끌수도 있다. 

  또 책 중간중간에 책과 관련된 전문용어를 대화 안에서 쉽게 알려주고, 그림에서도 배경을 그리지 않아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집중해서 볼 수 있어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책읽기가 강조되는 요즘,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의 책읽기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100자평] 아빠가 내게 남긴 것

아빠가 내게 남긴 것 - 고학년문고 3017 ㅣ 베틀북 리딩클럽 13
캐럴 캐릭 지음, 패디 부머 그림, 지혜연 옮김 / 베틀북 / 2000년 8월

아빠와의 추억을 행복하게 기억한다면 아빠는 우리 가슴에 다시 태어나는 거죠.

가질 수 없는 것

창경궁 동무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배유안 지음 / 생각과느낌 / 2009년 10월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정후겸.    

  그는 여덟 살에 임금의 사돈댁에 들어가 잔심부름을 하게  되고, 부마인 정치달이 죽자 화완옹 주의 양자가 되어 궁궐에 들어가게 된다.  세손을 좋아하면서도 질투하던 정후겸은 화완옹주와  김귀주 일행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 희망은  세손의 자리였을까? 용상이었을까? 아니면 임금도 쥐었다 폈다할 수 있는 권력이었을까?      

  하늘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던 정후겸은 과거에 연거푸 급제하면서 권력의 중심에 서게되 고, 동궁이 된 세손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정후겸은 세손의 진정한 벗이 될 수도 있는 행운을 스스로 불행으로 바꾸었다고 후회한다.    

  궁궐에 들어온 정후겸은 임금과 세손이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웃음을 주고 받는 장면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 , '내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 것은 세상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 가득한 웃음인데, 왜 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을까? 임금과  세손의 자리에서만 가능한 웃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친아버지에게 불만이 가득했고, 양어머 니인 화완 옹주는 출세의 배경으로만 여겼기 때문에 그런 순수한 정을 주고 받을 기회가 없었다.  후겸은 가족들의 사람을 받는 세손을 보며 외롭지 않았을까? 후겸에게 순수한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욕망이 좀 수그러 들지 않았을까?

  임금이면서도 신하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영조, 아버지의 손에 죽게 되는 세자, 아비의 비참한 죽음을 바라만 봐야하는 세손을 보면서 정후겸은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었을때  결코 자 유로울수도 없고 행복할 수도 없고, 불안하기만 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랬다면 세손의 진정한 벗이 되지는 못했더라도 권력의 수렁에 빠져 불행을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욕망을 향한 정후겸의 심리를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잘 그려냈다, 그래서인지 정후 겸 의 마지막 눈물에서  인간적인 안타까움보다는 인과응보의 후련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100자평] 창경궁 동무

창경궁 동무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배유안 지음 / 생각과느낌 / 2009년 10월

어릭석게도 그 끝을 알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권력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