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동무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배유안 지음 / 생각과느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정후겸.    

  그는 여덟 살에 임금의 사돈댁에 들어가 잔심부름을 하게  되고, 부마인 정치달이 죽자 화완옹 주의 양자가 되어 궁궐에 들어가게 된다.  세손을 좋아하면서도 질투하던 정후겸은 화완옹주와  김귀주 일행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 희망은  세손의 자리였을까? 용상이었을까? 아니면 임금도 쥐었다 폈다할 수 있는 권력이었을까?      

  하늘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던 정후겸은 과거에 연거푸 급제하면서 권력의 중심에 서게되 고, 동궁이 된 세손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정후겸은 세손의 진정한 벗이 될 수도 있는 행운을 스스로 불행으로 바꾸었다고 후회한다.    

  궁궐에 들어온 정후겸은 임금과 세손이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웃음을 주고 받는 장면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 , '내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 것은 세상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 가득한 웃음인데, 왜 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을까? 임금과  세손의 자리에서만 가능한 웃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친아버지에게 불만이 가득했고, 양어머 니인 화완 옹주는 출세의 배경으로만 여겼기 때문에 그런 순수한 정을 주고 받을 기회가 없었다.  후겸은 가족들의 사람을 받는 세손을 보며 외롭지 않았을까? 후겸에게 순수한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욕망이 좀 수그러 들지 않았을까?

  임금이면서도 신하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영조, 아버지의 손에 죽게 되는 세자, 아비의 비참한 죽음을 바라만 봐야하는 세손을 보면서 정후겸은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었을때  결코 자 유로울수도 없고 행복할 수도 없고, 불안하기만 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랬다면 세손의 진정한 벗이 되지는 못했더라도 권력의 수렁에 빠져 불행을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욕망을 향한 정후겸의 심리를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잘 그려냈다, 그래서인지 정후 겸 의 마지막 눈물에서  인간적인 안타까움보다는 인과응보의 후련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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