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 영화와 광고로 본 문화의 두 얼굴
김선희 지음, 송진욱 그림 / 풀빛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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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터넷과 정보매체의 발달로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의 대중문화를 클릭 한번으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과 광고 등 다양한 대중매체는 전보다 풍요로운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이는 그 나라의 문화도 자연스레 알게해 줬는데, 현재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과 기호가 대중문화 속에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문화를 즐기고 소비하기만 할 뿐, 그 뒤에 감춰진 것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나 부터도 그런데 때로는 너무 많은 정보와 이미지가 넘쳐나 그것을 소화하기에도 버거운 느낌이다. 이런 상황이니 점점 거대한 힘을 지닌 대중문화의 물결속에서 개인은 어쩔수없이 휩쓸려가게 된다. 처음엔 다양한 음식을 맛 볼수 있다는게 행복하지만,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계속 이것 저것 입 안에 넣어주면 피하고만 싶어진다. 하지만 문화를 피할 방법도 없다. 포털 싸이트를 들어가는 순간 궁금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가십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 처럼 말이다. 모두 다 자신의 가치관대로 의사결정과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속한 개인은  알게모르게 그 문화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는 영화,드라마,광고 등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그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그저 즐기고 소비하기만 했지,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던 터라 흥미롭게 읽게 됐는데 그 중에서도 광고 쪽에 많은 관심이 생기고 수긍이 가게 됐다. 지금도 TV를 틀면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와 각종 보험 광고를 떠올려보자. 유독 한국에선 자동차 광고를 할 때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멋진 옷을 입고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자주 내보낸다. 그러고보니 외국 자동차 광고는 주로 가족 단위로 캠핑을 가거나 하는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자동차 광고가 위와 같이 비슷한 포맷으로 나오는건 우리나라가 젊음을 추구하고 그것이 곧 성공과 경제적 능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30대 초반에 비싼 자동차를 끌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남자들이 얼마나 될까 싶은데, 이런 환상을 품은 광고를 통해 이 차를 구입하면 광고 속 남자처럼 보일거라는 욕구를 만들어낸다. 이런 모습은 명품소비에서도 나타나는데, 비싼 값을 치루고 소비자들이 얻는 건 새로운 사회적 신분이다. 이 가방만 가지면, 이 시계를 차면 나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사람이 될 거라는 이미지를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화가 사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가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명품소비를 하는 걸 개인의 선택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는 곧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시적 소비라는 것 자체가 생기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대출광고와 보험 광고를 보면 마음이 찝찝한데, 요새 나오는 노인 치매 보험이 대표적 인 것 같다. 치매를 개인과 가족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이기 때문에, 노인들로 하여금 나중에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 하라며 불안감을 조성하는게 씁쓸하고 화가 난다. 생명보험도 이와 다르지 않는데 거기선 이 시대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가장이 죽으면 남은 가족들이 궁핍한 삶을 살게 될 테니(생활고에 시달리는 아내의 눈물과 주눅들어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하는 아버지는 두려움에 몸을 흠칫 떤다. 그러면서 지금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가족을 보며 이 웃음을 평생 지켜줘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그 대안이 보험이라고 말해준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지금 당장 보험을 들어라! 라는 협박을 하는 것 같아서다. 그렇지 않은 아버지는 가장의 역할을 하지 않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아버지의 역할이 돈을 버는 일꾼으로만 한정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상조 보험을 보면 죽어서도 돈 걱정을 해야 하는 것 같아 쓴웃음이 나온다. 

한 시대, 한 문화권의 광고에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욕구와 이상이 반영되어 있다. 광고문구들은 단순한 상품 선전이 아니라 내 삶을 지도하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 체질부터 소비지향으로 바꾸려 한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사랑 이야기 외에도 부자와 서민의 생활상을 비교하는데 많은 할애를 하고 재미를 찾는다. 빈곤 가정이지만 가족의 따뜻함이 있는 금잔디와 돈으로 못하는게 없지만 외로움을 겪는 구준표의 신분(?)을 뛰어 넘은 사랑이야기는 아시아에서 여러번 리메이크 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가난한 여자가 부자 남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겪는 이야기는 '꽃보다 남자'  외에도 자주 보는 단골 소재이다. 한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평소엔 만나기도 힘든 재벌들이 브라운관 속에선 널리고 널렸다. 가난하지만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는 씩씩하고 착한 여자와 나쁜 남자이지만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재벌남은 서로에게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며 일종의 문화쇼크를 받고, 그 차이점을 넘어서 사랑을 이룬다.

이렇게 현실로 벌어질 일이 제로에 가까운 판타지 드라마가 유독 인기를 끄는 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신분 이동을 할 수 없는 사회구조 탓이라는게 저자의 설명인데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사람들의 신분상승의 욕구는 강렬하지만 길이 막혀있으니 이런 드라마로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금잔디에겐 구준표에게 없는 가족의 사랑을, 구준표에겐 금잔디가 가지지 않은 재력을 주며 걷으로 보기엔 동등한 입장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현실에선 결코 없을 판타지를 만족시켜준다.

영화를 통해서도 그 문화의 시선과 가치관을 엿 볼수 있다. 특히 '인디애나 존스', '300' ,그리고 '반지의 제왕' 에서 보여지는 동양의 모습은 서구인과 정반대로 그려진다. 서구인이 선 이라면 동양인을 비롯한 비서구인은 악이나 적 이고 모습마저 괴물로 그리거나 야만적이고 폭력적이고 미개하게 그려진다. 어렸을 땐 미국 오락 영화를 보면서 이런 이미지를 그냥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생긴 이미지들이 강력한 선입견으로 굳어지고, 다른 문화를 접할 때 판단하는 잣대로 작용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에게 '경험 없는 기억'을 만들어 내고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는 것이다. 아프리카 오지의 소수민족들의 삶을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의 표상으로 본다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유없는 배척과 편견을 만들어 내는 것 처럼 말이다.

천만 관객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에선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이미지가 담겨져 있다. 어머니와 형은 동생을 위해 희생을 하고, 그것을 관객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며 눈물을 흘렸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건 숭고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걸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이에 대해 누구도 반대의사를 던지지 않았다. "가족이니까" 이 한마디로 모든게 설명 됐다. 이는 한국 사회가 개인보다 가족을 중시하고 더 나아가 가족적 관계를 사회 전체로 확장하려는 가족주의 사회 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형이 희생한 이유는 가족 이라는 것 이외에도 똑똑한 동생이 성공해 자신들을 구제해줄 거라는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건 자신과 동생을 철저히 도구화, 대상화 시켰기 때문인데 이는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폭력이 아닐까도 보여진다. 순수하지 않는 희생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굴곡진 역사의 피해자가 된 형제의 이야기에 슬퍼 하게 됐던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를 알려면 드라마,영화,광고를 보자. 때로는 개그 유행어에도 그 문화를 살아가는 이들의 욕망과 가치관, 사회의 흐름을 엿 볼수가 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던가, 한때 전국민의 인삿말이 된 "부자되세요" 등은 그저 웃고 넘기기엔 씁쓸한 뒷맛이 있는 대사였다. 이 책을 읽으니 더 이상 팝콘을 먹으며 희희낙락 하면서 대중문화를 즐기진 못할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게 보지도 않겠지만),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는 새로운 버릇이 생길 것 같다. 대중문화처럼 펄떡펄떡 살아있는 사회 공부도 또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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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한국여행작가협회 지음 / 열번째행성(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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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대한민국의 걷기 좋은 길 111 곳을 선정 해 걷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서울 도심 뿐 아니라 지방의 아름다운 산, 그리고 최남단 제주도 까지 한번쯤 걸어보고 싶게 하는 곳들이 이렇게도 많이 있다는게 놀라웠다. 죽기 전까지 내가 태어난 나라 곳곳을 두 발로 걷는 것도 나만의 버킷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

 

책을 순서대로 읽지 않고 목차부터 훑어 봤는데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구리시의 동구릉이 나온 걸 보고 가장 먼저 읽게 됐다. 집에서 가까운 곳 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론 가 본적이 없던 동구릉 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엔 소풍하면 무조건 동구릉 이었고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 땐 전교생이 걸어서 갔다.) 가족 나들이로도 자주 갔고 교회에서도 갔고 고등학교 때도 담임 선생님을 필두로 다 같이 간 적도 있으니 졸업 후엔 자연스레 안 가게됐다. 앨범 정리를 하다보면 동구릉에서 찍은 사진이 꽤 많이 나왔고, 그러다보니 커서는 자연스레 안 가게 됐다. 지겹도록 갔는데 또 갈 필요도 없었고, 볼거리도 없고 심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책에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변했을까, 예전 모습 그대로일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가고 싶어졌다. 어렸을 때는 멋도 모르고 왕 무덤이네, 하고 말았지만 (그러면 절대 안 되지만, 꼬맹이들에겐 무덤이 곧 미끄럼틀 놀이터였다. ) 이제는 각 무덤의 주인도 누구인지 알고 예전처럼 따분한 곳으로 느끼진 않을 것 같다. 놀이동산 같은 번잡한 곳보다 고궁이나 산에 가는게 더 좋아지니 확실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옛날 생각도 하며 동구릉 소개를 읽기 사작했는데 생각보다 빈약하다고 느꼈다. 소개할 곳이 111곳이나 되니 아무래도 간추려서 정보를 실을수밖에 없었나 보다. 산책 소요시간 과 간단한 지도, 그리고 풍경 사진과 위치, 음식, 숙박, 교통 정보가 간단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좀 부족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입장료나 운영 시간, 휴일 등등 자세한 정보는 각자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선 어느 지역에 어떤 산책길이 있다더라 하는 정보만 취하는 정도로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는데 워낙 많은 곳을 다루다 보니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렇게만 실어도 책의 두께가 상당한데 더 실었다간 페이지수가 2배로 늘어날 수 있을테니까.

 

 

 

소개된 곳 중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는데 먼저 부산의 대변항 바닷길. 이 곳은 전국 멸치 어획고의 60%를 차지해 멸치의 항구로 불린다고 한다. '친구'의 촬영지이자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인 두호 마을도 있으니 두루두루 돌아다니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저 예쁜 등대가 마음에 든다. 

 

두번째 로는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을 일으킨 제주의 올레길 이다. 제주도 자체가 아름다운 섬이기도 하지만 최근엔 올레길로 더 많은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는데, 일주일 정도 시간 내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요즘 올레길 곳곳이 훼손되고 있다고 같은데, 아름다운 풍경을 많은 이들이 누리기 위해서라도 모두 다 협조하고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대관령 쉼터에서 눈꽃 산행이 시작된다는데 코스도 힘들지 않아 초보 산행자라도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 도심에서야 눈이 많이 내리면 교통길이 정체되고 치울 걱정에 한숨부터 나오며 어린시절의 낭만은 전혀 느낄수가 없는데, 이 곳에서는 눈이 오는 것 자체를 기뻐하며 맞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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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 - 다문화 시대의 재미있는 이주 이야기 더불어 사는 지구 17
리비아 파른느 외 지음, 이효숙 옮김, 윤인진 감수 / 초록개구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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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내용과는 달리 굉장히 광범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책 표지에 '다문화 시대의 재미있는 이주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국 이야기나 어떻게 융화하며 잘 살수 있을까 라는 내용이 들어있을줄 알았는데, 세계인들의 이주 역사에 대해 다루었다. 1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인류의 조상이 유럽,아시아,아메리카 등으로 건너갔고 그로 인해 세계 곳곳에 사람들이 살게 됐으며, 지금도 많은 인구가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산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덕분에 얇은 책 두께에 비해 내용은 깊이 대신 넓이를 택했는데, 처음엔 정신이 없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 유대인의 이주이야기와 산업혁명 등 부터 시작하기 때문인지 자칫 저학년 아이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중간 중간 짜투리 코너들이 등장해 쉬어가기도 하고, 재미있는 퀴즈를 풀면서 책의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을 준다. [정보+]를 통해 간단한 상식을 배우게 되는데, 사람들의 이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일들이 들어있어서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다. [네가 할 차례야!]는 책을 읽으면 풀수 있는 문제가 간단하게 수록됐고, [아하! 그렇구나!]에서도 공부도 되고 한번 더 기억할수 있는 퀴즈문제가 있다. [세계 시민에게 듣는 이주 이야기]에선 다양한 나라들의 국민들이 이주한 사연들을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도 얻을수 있었다.  

세계 이주의 역사를 훑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주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접할수 있었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에선 흉년 때문에 약 50년간 500만 명의 국민들이 미국같은 나라에 갈 수밖에 없었고, 러시아에서 살던 유대인들은 학살을 피해 도망쳐야만 했다. 배고픔과 전염병, 그리고 전쟁 등으로 인해 정든 고향을 등진 채 낯선 나라로 가야만 했던 사람들의 고난한 여정과 삶이 안타까웠다. 요즘도 기아나 전쟁과 같은 악조건 때문에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짐바브웨에 사는 그레이스의 오빠는 일거리를 찾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으로 떠나야 했던 것 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잘 사는 나라로 몰려들고 있다.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이주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혹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싶은 마음에서이다. 꿈을 펼칠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고 싶어서,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풍경이 좋아서, 복지가 좋아서 등등 지금보다 더 나은 나 로 살고 싶기 때문에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고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결정하기만 하면 이주는 쉽게 되어지는걸까?  

다른 나라로 가거나 살기 위해선 그 나라의 정부가 세운 원칙을 따라야 하는데 때로는 복잡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처럼 종교차이로 인한 갈등이 있는 나라의 국민들은 쉽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쉽게 문을 열기도 하는데 대표적인게 국제 결혼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미국 사람과 결혼을 하면 미국에서 살 권리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권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주 허가 증명서가 없이 다른 나라에서 사는 이들을 '불법 체류자'나 '밀입국자'라고 한다. 잡히면 강제소환되고 제대로 된 일자리도 못 얻는데다 보호받지도 못하는데도 이들의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그만큼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증하는 것 같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선 이주자들이 빠르게, 그리고 많이 이동하고 있는데 그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문화와 문화가 만나기 때문에 서로 보완하고 고쳐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이주자들을 다른 나라에서 온 낯선 문화를 가진 사람들 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그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가지거나 배척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자국의 실업문제를 이주자들과 불법체류자 들에게 돌리거나, 단일민족을 유지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학살과 전쟁을 일으키는 역사는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았으면 한다. 오히려 역기능보다 순기능을 유지하고 키워나간다면 더 풍부한 문화를 발전시킬수 있을것 이다. '지구촌 이웃'이라는 말이 책에 나오는데 참 괜찮은 표현같다. 태어난 나라도, 피부색도, 문화도 다르지만 모두 함께 지구촌 이웃이 된다면 훨씬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래도 대부분은 자신의 꿈을 위해,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나라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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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까미 황마훔 책내음 창작 1
이성자 지음, 김창희 그림 / 책내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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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된 현규는 눈이 크고 얼굴도 거무스레하고 뾰족한 머리를 한 짝꿍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주는 짝꿍이 금세 좋아졌는데, 그동안 학교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이라 더 호기심이 생겼다. 그건 같은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현규 짝꿍이 자기 소개를 할 땐 모두 다 귀를 기울였다. 황마훔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짝꿍은 아빠는 한국인, 엄마는 필리핀 사람으로 요즘 말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였다. 씩씩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마훔이는 특기 뿐 아니라 별명이 까미라는 것,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까지 시시콜콜하게 다 말하는데 아무리 봐도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은 아닌 듯 하다.  

소개를 마친 마훔이는 현규에게 별명이 뭐냐고 묻는 등 한시도 수다를 멈추지 않는데, 말 많고 아는게 많다고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인지 좋았던 첫 인상이 금세 사라졌다. 짖궃게 현규 별명을 물어보고 선생님이 이야기 하시는데 자꾸만 떠드니 말이다. 거기다 왜 한글엔 네모와 동그라미가 많냐는 엉뚱한 소리까지 하니~정말 못 말리는 황마훔이다! 그런데 뒤에 앉은 동재는 자꾸만 마훔이를 감싸고 도니 더 부아가 치민다. 급식 시간에 탕수육을 몰래 버리는 마훔이를 발견하고 선생님께 일러바쳤을 때도, 친구들이 모두 음식을 버리는 행위가 나쁘다고 할 때도 동재만이 자꾸만 마훔이를 감싸서 얄미웠다.동재가 마훔이를 좋아하는 걸까? 현규는 왠지 동재까지 미워보인다.

탕수육 사건 이후 현규와 마훔이는 말 한마디 안하고 지냈는데, 이상하게 현규 마음이 우울하고 공부도 재미없다고 한 걸 보니 현규는 마훔이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다만 고집쟁이 수다쟁이 마훔이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인지 사사건건 충돌해 사이 좋게 지낼 시간이 안 생겼던 것 뿐이다. 거기다 마훔이가 현규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선생님께 일러바치니 사과 하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갔다.  

그래도 자꾸만 마훔이가 신경쓰였던 현규는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데, 처음엔 콧방귀만 뀌던 마훔이가 결국 그 손을 잡게 된다. 그러더니 뜻밖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채로 "너랑 나랑 생각이 너무 다르니까 답답해서 그렇지"라는 말을 한다. 언제나 씩씩한 마훔이가 눈물이라니. 모르긴 몰라도 마훔이도 현규와 싸웠던게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제서야 현규는 '우리는 이름도,얼굴도,외갓집도 다른데 어떻게 생각이 같을수 있겠냐'며 깨닫게 된다. 친구를 사귀는데 가장 먼저 염두해 두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마훔이는 까미, 현규는 쌩영감 이라는 별명처럼 둘은 외모와 성격이 다르다. 그러니 말과 행동도 다를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의견충돌과 다툼이 발생하는게 당연한 이치 이다. 그래서 친구가 되려면 서로 노력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고 그러면서 우정도 돈독해지는 것이다. 현규 생일날 먹은 자장면도,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마훔이를 위해 콩고기로 만든 것 부터가 배려하는 친구사이로 가는 첫번째 발걸음 같다. 현규 입장에서는 자기 생일날 좋아하는 자장면에 돼지고기를 넣지 못한 게 심통이 나는 일이긴 하지만, 결국 현규도 콩고기로 만든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으니 모두에게 즐거운 생일파티로 남을수가 있었다.

 

처음엔 마훔이와 어울리지 못했던 반 친구들 이지만 마훔이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친구가 되어간다. 그래서 식목일 날 현규,동재,민영이는 마훔이네 할머니네 집에 놀러가 뒷산에 소나무를 심으며, 식목일에 함께 태어난 소나무 친구들이 됐다며 좋아하게 된다. 이 모두가 씩씩한 마훔이의 적극성 때문이지 않나 싶다. 주눅들지 않고 명랑한 마훔이는 친구들과 생김새가 약간 다르고, 한글 받아쓰기엔 약하지만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양해도 구하며 무엇보다 모든 친구들을 다 좋아한다며 끌어안으니 어찌 안 좋아할수가 있겠는가. 마훔이를 싫어하던 민영이를 결국 친구로 만든걸로 보아 마훔이의 성격을 짐작해 볼수 있다. 마훔이는 분명 현규와 동재,민영이 와는 외모 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 하지만 그 '다름'이 친구가 되는데 장애가 되거나 하진 않는다. 현규와 동재의 성격이 다른 것 처럼 마훔이가 다른 건 당연한 것이다. 마훔이와 친구들의 우정이 다져지는 모습을 보면서 '다름'이 제약이 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다. 이 소나무 친구들의 우정이 더욱 더 굳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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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살인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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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욕망과 거짓, 그리고 끔찍한 살인이 난무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이 강한데, 흥미 위주라기 보다는 각자 욕망을 지닌 인간들의 심리상태에 더 초점을 맞춘 듯 하다. 그래서 초반에 나온 충격적인 사건도 표면적인 것 보단 인물의 속마음과 행동을 자세히 묘사해 더 큰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 같다. 아내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를 당했음에도 충격보다는 홀가분함을 느끼는 남편의 모습에서, 밑바닥까지 간 한 부부의 관계가 드러난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이들 부부외에 또 한 부부가 있다는 것이다.  

서봉수와 유지나 부부는 호적상엔 부부이지만 남 보다 못한 차가운 관계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이성을 통해 애정을 충족시키는데, 이 부부가 바람을 피우는 대상 또한 부부라는게 놀랍다. 제 3자가 보기엔 사이좋은 부부동반 모임처럼 보이지만, 이 4명은 배우자가 아닌 상대방 이성을 좋아한다는게 상당히 아슬아슬하다. 비밀이라는 건 언젠간 들키기 마련인데,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비밀스런 관계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들의 욕심은 바람을 피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온전한 만남을 원했고, 그래서 살인 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가장 사랑하고 배려해야 할 부부가, 가슴에 증오와 복수밖에 남지 않으면 얼마나 극한 관계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선택이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지만, 이들에게 남은건 악 밖에 없었기에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다. 이들의 행적을 쫒는 일본 경찰과 각자의 사연들이 좀 선정적이기도 하고 과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조금 색다른 추리 소설(이라기보단 그냥 소설 같지만)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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