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튀르키예의 사회적, 종교적 혼란이
고스란히 잘 녹아져있는 엘리프 샤팍의 장편 소설을 만나보았다.
낯선 나라이지만 소설에 담긴 내용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페이지 수가 상당하지만 가독성이 좋고 몰입도가 상당하다.
제목에서도 누굴까 궁금했던 세 사람,
쉬린, 모나, 페리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페리를 중심으로 두 친구인 무신론자 쉬린,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모나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겠다 생각했으나
이들이 가진 유대감을 통해 잘 어우러지는 이야기에 금방 몰입하게 된다.
친구들과의 우정과 종교 문제를 그린 신념의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됴 묘하게 연대되어 살아가는 이 세 사람의 조화로움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단지 이 들이 살아가는 보편적인 사회 의식이라고 봐야 할지,
소녀들의 의기투합이 넘치는 의리라고 봐야할지.
대단히 극명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려간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페리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어머니와 과학론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두 사람이 종교적으로 서로 상반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생기는
파열음을 페리가 중간에서 고스란히 다 느끼고 산다.
페리가 느꼈을 억압과 두려움, 혼란스러움을 가슴 답답해 하면서
읽는 내내 어린 페리에 대한 동정심을 처음부터 느끼게 되었다.
그녀가 만난 아주르 교수에 대해 신뢰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나또한 공감하면서도 수긍하게 된다.
편협적인 시각과 생각으로 사고하지 않고
한 가지 관점에서 시선을 두지 않도록 이야기하며
종교적 신념에 대해서도 다루어 페리에게 말해준다.
기댈 곳 없는 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법한 페리에게 아주르 교수의 존재와
그의 말은 좋은 지적 자극과 영감을 주었으리라 본다.
물론 그가 언급한 내용들에 대해 나또한 수긍하지만
이또한 맹신하지 못하고 경계를 늦추지 못하며 비판에 날이 서 있는 건 뭘까.
혼란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주인공 페리가
현재 안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국가적 상황의 혼란 속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며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인상깊게 느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이 세 여성의 모습을 통해
현재 튀르키예의 인권, 사회, 종교,정치 문제들이 더 크게 부각되어 다가온다.
부디 어떤 집착도 신념으로 굳어지진 말길..
그녀들의 자율과 자유가 말살되지 않기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질문보다는 답을 원한다. 혼란을 정리해 줄 명확한 답을.
어떻게 보면 무신론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매우 제한적인데도
일어나서 ”나는 모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우리 주변에는 늘 ‘많이 아는’사람들로 넘쳐난다. 나는 아직 ”확실치 않아,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아직 답을 찾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어쩌면 나 혼자일지도 모르겠다.
p219
한 지붕 아래에서도 신앙의 문제란 세대에 따라 그리고 사람에 따라 이토록 다를 수 있는 걸까.
같은 사건을 겪은 가족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고,
같은 기억인데도 모두 각각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p444
”사랑도 사실 신앙과 같아요.
결과를 알지 못하고, 알 수 없어도, 자신을 쏟아붓는 거죠.
이 세상의 많은 것이 실제로 신앙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책을 쓰는 것도, 새로운 도시에 정착하는 것도, 끝을 알 수 없는 모험을 시작하는 것도 말이죠.
이것들 모두 일종의 신앙과 같은 거죠. 사랑은 감정을 강하게 만들죠.
황홀경에 빠지게 돼요. 제한된 자신의 존재를 넘어 누군가와 연결되는 아름다움.
그러나 사람이 사랑 또는 신앙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모든 것이 독단적 신념이 돼 버려요.
사랑도 믿음도 과장되어서는 안 돼요. 어떤 것도 우상황해서는 안 되는 거죠.“
p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