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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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튀르키예의 사회적, 종교적 혼란이

고스란히 잘 녹아져있는 엘리프 샤팍의 장편 소설을 만나보았다.

낯선 나라이지만 소설에 담긴 내용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페이지 수가 상당하지만 가독성이 좋고 몰입도가 상당하다.

제목에서도 누굴까 궁금했던 세 사람,

쉬린, 모나, 페리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페리를 중심으로 두 친구인 무신론자 쉬린,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모나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겠다 생각했으나

이들이 가진 유대감을 통해 잘 어우러지는 이야기에 금방 몰입하게 된다.

친구들과의 우정과 종교 문제를 그린 신념의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됴 묘하게 연대되어 살아가는 이 세 사람의 조화로움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단지 이 들이 살아가는 보편적인 사회 의식이라고 봐야 할지,

소녀들의 의기투합이 넘치는 의리라고 봐야할지.

대단히 극명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려간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페리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어머니와 과학론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두 사람이 종교적으로 서로 상반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생기는

파열음을 페리가 중간에서 고스란히 다 느끼고 산다.

페리가 느꼈을 억압과 두려움, 혼란스러움을 가슴 답답해 하면서

읽는 내내 어린 페리에 대한 동정심을 처음부터 느끼게 되었다.

그녀가 만난 아주르 교수에 대해 신뢰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나또한 공감하면서도 수긍하게 된다.

편협적인 시각과 생각으로 사고하지 않고

한 가지 관점에서 시선을 두지 않도록 이야기하며

종교적 신념에 대해서도 다루어 페리에게 말해준다.

기댈 곳 없는 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법한 페리에게 아주르 교수의 존재와

그의 말은 좋은 지적 자극과 영감을 주었으리라 본다.

물론 그가 언급한 내용들에 대해 나또한 수긍하지만

이또한 맹신하지 못하고 경계를 늦추지 못하며 비판에 날이 서 있는 건 뭘까.

혼란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주인공 페리가

현재 안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국가적 상황의 혼란 속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며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인상깊게 느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이 세 여성의 모습을 통해

현재 튀르키예의 인권, 사회, 종교,정치 문제들이 더 크게 부각되어 다가온다.

부디 어떤 집착도 신념으로 굳어지진 말길..

그녀들의 자율과 자유가 말살되지 않기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질문보다는 답을 원한다. 혼란을 정리해 줄 명확한 답을.

어떻게 보면 무신론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매우 제한적인데도

일어나서 ”나는 모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우리 주변에는 늘 ‘많이 아는’사람들로 넘쳐난다. 나는 아직 ”확실치 않아,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아직 답을 찾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어쩌면 나 혼자일지도 모르겠다.

p219

한 지붕 아래에서도 신앙의 문제란 세대에 따라 그리고 사람에 따라 이토록 다를 수 있는 걸까.

같은 사건을 겪은 가족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고,

같은 기억인데도 모두 각각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p444

”사랑도 사실 신앙과 같아요.

결과를 알지 못하고, 알 수 없어도, 자신을 쏟아붓는 거죠.

이 세상의 많은 것이 실제로 신앙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책을 쓰는 것도, 새로운 도시에 정착하는 것도, 끝을 알 수 없는 모험을 시작하는 것도 말이죠.

이것들 모두 일종의 신앙과 같은 거죠. 사랑은 감정을 강하게 만들죠.

황홀경에 빠지게 돼요. 제한된 자신의 존재를 넘어 누군가와 연결되는 아름다움.

그러나 사람이 사랑 또는 신앙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모든 것이 독단적 신념이 돼 버려요.

사랑도 믿음도 과장되어서는 안 돼요. 어떤 것도 우상황해서는 안 되는 거죠.“

p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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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닌 시간이 나를 만든다 -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하여
강소영 외 지음 / 시즌B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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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시간을 사수하고

지키고 싶은 나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책에 기대어 지내는 걸 좋아하고

육아를 하면서 다시 회복해 가는 나의 길 찾기는

책을 통해 조금씩 발걸음을 떼고 있다.

가성비 좋은 취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나에게 더없이 좋은 반려 취미이기도 한 독서가

안내해주는 조그만한 기대와 희망, 용기는

엄마로 살아가지만 나로 살아가길 좀 더 응원하는 기분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고군분투하며 나의 자리와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책 속 문장들로 나타나있다.

선물처럼 받은 카페에서의 시간.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2시간 동안 책에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뻔하고 단순하지만 ‘행복’이라는 단어 이상으로 알맞은 단어는 없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나날을 보내는 동안

나는 그 무엇보다 독서에 갈급해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 나만의 꿀 같은 시간,

내가 좋아하는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기쁘게 하고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p148

내가 목표를 이루고 성취감을 느낄 때 행복하다면,

고단함을 선택하더라도 목표를 세우고 행동할 것이다.

엄마인 내가 행복하다고 충문할 때, 그 사랑이 아이들과 남편에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가족을 위해서라고 꼭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그 ‘행복’을 챙기고 싶다.

p175

갈증이 나던 나의 시간이

언제 오게될지 몰라 조급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출구도 비상구도 구원투수도 보이지 않던

막막한 독박육아를 힘겹게 버텨내면서도

나로 좀 살아보겠다고 뭐라도 찾아보려 했던 지난 날들이 말이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못다한 것들이 많은 미련과 함께

제법 큰 아이는 자기만의 시간에 빠져 살고

이젠 온전히 내 시간을 누려도 좋을 지금의 때에

난 여전히도 정체성의 혼란과 방황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잠깐 흔들리다 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건

나의 원동력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삶은 나를

이전의 나와 다른 궤도로 옮겨주었다.

이 시간은 대단히 축복같으면서도

대단히 혼자가 되는 고독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라 더없이 소중하다.

목말라왔던 내 시간을 지금은 온전히 누리고 살게 된 것에 감사하며

이 하루를 난 꽤 밀도있게 살고 싶어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가끔 쓰면서 산다.

이 시간을 통해 난 무얼 이뤄 나갈지 보다도

나로서 온전하게 설 수 있는 단단함을 채워갈 생각이다.

길 위에서 방황하는 모든 엄마들에게

희망과 설렘으로 다시 조우할 나를 떠올려보며

피곤에 찌든 오늘의 나를 좀 더 안아주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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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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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담백한 도서관의 일과 고충들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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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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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사서’라는 직업은

굉장히 동경하는 직업군에 속해보이는 일이었다.

책을 좋아하면 정말 딱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과 둘러쌓여

책을 만지는 일을 업으로 삼는 건 축복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허나 약간의 오해를 풀 수 있었던

현직 사서 공무원의 담백한 일화를 통해

현실과 이상의 차이와 간극이 생각보다는 크겠구나 싶었다.

뭔가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던 건

그 세계의 비밀스러움이 봉인 해제되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더 친근하고 인간미있게 느껴지는

솔직담백한 도서관의 일과 고충들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 좋았다.

사서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

‘사서’하면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갖는 직업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공공도서관 사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 기관이자 책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허브이기 때문이다.

즉 사서는 ‘책’보다는 ‘오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p20

굉장히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사서의 자질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도서관에 드나들게 되고 책도 책이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좋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자세를

생각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다.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관계의 기술도,

다양한 책과의 매개체를 다각화해서

이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할 줄 아는 사서가

책을 좋아하는 이상으로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을.

평일에 매일 오시는 단골 어르신들을 보면서 도서관이 그분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면서 도서관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 적이 있다.

영국에서는 외로움 장관을 선정하여 관리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외로움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하는데

도서관이 사람들의 소외감과 고독감을 달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책이 없어져도 아니 그 어떤 역경이 닥쳐도 도서관은 끄떡없지 않을까?

p157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 ‘도서관’이 가까워서였다.

단지 안에 작은 도서관은 물론이고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3-4군데 더 있다는 건 정말 책을 좋아하는 나에겐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었기에 망설임없이 계약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여러 도서관을 순회하며

이용하는 나 역시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에

가까운 미래가 될지 좀 더 먼 미래가 될지 모를

존폐의 위기를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도서관 다니는 할머니로 살고픈 나의 바램을 이루기 위해선

도서관이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줘야 하기에

나의 이 고민이 제발 쓸데없는 고민이었길 바랄 뿐이다.

이른 오전 시간에 도서관에서 신문과 책을 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서 내 마음이 너무 흐뭇해지는 걸 보면

그 분들의 외로움의 문제를 덜 수 있을 집합 장소가

도서관이길 바라는 마음에 이곳이 영원불멸하길 간절히 원하다.

책으로 연대하고 오래도록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있는 이 사랑스러운 곳에서

고생스럽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해주는

‘사서’님들의 수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단골 이용자로 오래도록 도서관을 이용하며

수고로운 그 분들의 손길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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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여섯 시, 일기를 씁니다
박선희 지음 / 나무발전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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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행위를 사모하고 좋아한다.

시시콜콜한 것도 적다보면 사소하고 새로운 세계로 연결된

나를 조우하는 벅찬 기분이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고

정리해야 할 많은 일들을 차곡차곡 담아두기도 하고

잊고 싶은 기억도, 차마 말 못할 이야기도

일기라는 비밀스러운 기록의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

나에겐 은밀한 일탈과도 같다.

그런 누군가의 기록을 조용히 관찰하다보니

더 쓰는 것에 대한 오랜 애정을 품게 되어 좋다.

뜨개질을 시작한 건 그래서였다.

바늘을 찔러 넣고 실을 돌리고 빼내는 일을 반복하는 동안엔

그럭저럭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막상 시작해 보니 너무 간단해서 손을 놀리면서도 잡생각이 끼어든다.

다음엔 좀 더 복잡한 방법의 뜨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이렇게나 어렵다.

P77

조그마한 일에 몰두할 수 있을 만드는 건

나역시도 작은 불안과 걱정을 잠시나마 잊어버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좀 더 촘촘한 시간간격을 두고 잡생각이 틈타지 않게 할 방법을

마땅히 구상해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긴하지만

그나마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으려하는

나의 의지와 몸부림에 조금은 덜 두려워하고

온종일 불안으로 괴롭지만은 않다.

지금도 글을 타이핑하는 중간 중간에

생각의 틈 사이로 걱정이 밀려오는 걸 보면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는 이상 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한 해의 마지막이나 새해의 시작 같은 거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데

첫날부터 와준 걸 보니 영 의미 없는 날은 아닌가 보다.

살면서 계속 힘내기란 쉽지 않다는 거 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제는 누구나 힘에 부치는 일 한 두 개쯤 품고 산다는 것도 알겠다.

부디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천천히 둘러보며 올 한 해도 무사히 보내면 좋겠다.

p213

사는 게 매일 힘에 부치는 일들의 연속인 듯 싶다.

그럼에도 작년 한해 많은 일들을 지내오면서

무탈하게 잘 넘겨왔던 한 해에 마지막을 감사할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조급하게 서두려고 한다고

일이 해결될 것도 아니고

맘 먹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았지만

또 다른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반가웠던 지난 날들을 떠올려보면서

올해는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앞서면서도 기대가 된다.

벌써 이 달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많은 다짐들을 해보긴 하지만

정확히 목표물을 조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지켜보려 한다.

그저 다정한 응원 쯤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 내라고 전할 수 있는 가벼운 인사 정도로

자기 자리를 잘 지켜갈 수 있는 그저그런 평범한 하루 하루가

쌓여만 가도 다행이지 싶다.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해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쓰는 일기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혼자서 묵묵히 써내려가야 하는 것이기에

대단히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야 할 시간을 가진다는 건 대단히 큰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 쓰는 생활자로 살도록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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