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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정욱 외 지음 / 마카롱 / 2022년 4월
평점 :
회사를 다니던 중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설을 쓰기 시작해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네 딸을 데리고 있어"로 입상한 정욱 작가,
계명대학교 계명문화상, 영남대학교 천마문화상,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문문화상 등을 수상한 김이담 작가,
교보문고 스토리크리에이터 4기에 선정돼 "틀니와 싹수"를 출간하고
영상화 계약도 체결한 청예 작가,
광고 카피라이터로 10년을 화장품 마케터로 8년 일하다
육아를 하면서 43세에 글쓰기를 시작한 오승현 작가,
2021년 독립출판 에세이 "거꾸로 해도 임수림"을 쓴 임수림 작가의
단편이 실린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2>를 보겠습니다.
총 5편의 단편이 실렸으나 2편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네 딸을 데리고 있어"에서 주인공 민영은
미혼모에 가난한 형편으로 중학교에서 지역 유지인 수린 패거리에게
왕따와 폭력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는 일상에서 그날도 맞다가
교복 치마가 벌겋게 물들고 피가 바닥까지 흘렀습니다.
바닥에 고인 빨간 피 웅덩이를 보며 그대로 기절한 민영이 병원에서 눈을 뜨자
충격에 의한 자궁 출혈로 아이를 영영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일하다 온 엄마는 검사를 더 해야 한다는 말에 눈살을 찌푸렸고
수린 부모가 준 돈 봉투를 받고 조용히 전학을 갔습니다.
전학을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영은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자신을 확인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며
프리랜서 웹디자인으로 일하는데, 쇼핑몰 홈페이지 디자인 일이 들어옵니다.
메일로 도착한 자료를 훑어보니 쇼핑몰의 대표 모델이자
사장을 소개하는 프로필에 수린이 있습니다.
자신은 그 시절의 기억으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수린은 잘나가는 인플루언서에 쇼핑몰을 운영하고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일을 거절하고 그때 본 집 주소로 무작정 찾아가 아파트 단지를 걷다 보니
눈앞에 수린이 가진 것들이 보입니다.
화가 났고 수린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빼앗고 싶고, 망가뜨리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딸 윤서에게 다가가 엄마 친구라며 접근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딸이 없어진 것을 알고 수린이 피가 마르는 그 심정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말이죠.
하지만 그날 밤 인스타에 올라온 그녀의 사진들은 여전히 화려합니다.
아이가 없어진 것을 그녀는 모르는 것일까요.
두 번째, "조립형 인간"의 주인공 희주는 대기업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서류 전형과 두 번의 면접 전형을 통과한 10명의 대졸 인턴들이
6개월 업무평가를 거치고 5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열 명의 인턴 중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얼마나 윗선의 인정을 받고 있는지, 일의 능률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면서도 끝까지 모르고 싶기도 합니다.
희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가 실수로 서류들을 쏟아버린 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지나쳐가는 그 순간 인턴 중 한 명인 재현이 도와줍니다.
경쟁 상대에게서 받은 유일한 호의였고, 여자는 그 순간
처음으로 단단한 장벽 하나가 허물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회사가 주관한 외부 행사에서 그녀와 그는 같은 일을 맡아 일했습니다.
행사가 다 끝날 무렵 무거운 물품 상자를 그가 들고,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잡았는데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바깥으로 튀어나왔습니다.
그 사내와 부딪히며 재현은 벽에 부딪혔고,
희주는 닫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괜찮냐고 물어봤습니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재현의 표정이 처음으로 당황하며 바닥을 두리번거립니다.
바닥에, 남자의 손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왕따와 폭력, 아동 학대를 다룬 "네 딸을 데리고 있어",
자신의 요구에 맞는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조립형 인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취준생의 실상을 그린 "웬즈데이 유스리치 클럽",
재개발과 층간 소음, 외계인을 다룬 "밸런타인 시그널",
감정을 느끼는 중학생 외형의 로봇의 이야기 "너에게"가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2>에 실렸습니다.
40~50페이지의 짧은 글 속에 담긴 내용들은 결코 짧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목만 보면 아동 납치라 무서울 것 같지만 저 말이 얼마나 통쾌한 말인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모든 것을 잘해야만 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메시지를 던지고,
자극과 동기 부여를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취준생들의 모습을 경쟁계라며
자신도 같은 모습이라 더욱 씁쓸하고,
자존심만 남은 주인공이 행복해 보이는 위층 가족에게 열등감이 폭발하고,
이웃의 고통에 눈을 돌리면서 로봇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로봇의 인간성을 보여줍니다.
매해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올해도 느꼈습니다.
내년 수상작품집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