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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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으나 개인적인 의견을 더 많이 넣었음을 밝힙니다.

『노 본스(NO BONES)』는 2018년 『밀크맨』으로 맨부커상을 받은 애나 번스의 작품이다. 애나 번스가 북아일랜드가 고향이라 그런지 두 작품 모두 북아일랜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과 얽혀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대개의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가 그렇듯이 독립을 하려는 세력과 이를 막는 세력간의 다툼 그리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내분 이 작품에서 배경이 되었다.

소설은 평범한 어느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은 전쟁이나 독립이라는 개념을 잘 알지 못한다. 그게 무엇이든 내일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소설이 중반부를 향해 갈수록 영국군은 어밀리아의 마을에 등장해서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고 폭행을 일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럴까? 어밀리아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끼리의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영국군이 오면 그저 부부싸움을 크게 했을 뿐이라고 거짓말까지 해야 한다. 왜?

번역투의 문장이 어지럽게 느껴지지만 그 가운데서도 전해지는 것은 어느 곳에나 부조리한 현실이 있다는 것이다. 알콜 중독 선생은 아이들의 관심사보다는 학급 경연을 위한 시를 강요하고 있다. 어린 소녀는 고무탄을 자랑처럼 감추며 자신이 주워온 어떤 물건이 폭약의 뇌관이라는 것도 모른다. 동네를 떠나 도시로 간 친척은 영국군에 입대해 고향에 돌아와 고향 사람들을 감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 책이라 이후의 전개가 매우 궁금하지만 긍정적인 결과는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이 펼쳐보이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우리가 한국전쟁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소간 냉전 속에서 벌어진 한국전쟁은 가족과 이웃이 서로 총질을 하게 만들었다. 어린 아이들이 무기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육을 하게 만들었으며 아주 오래도록 그 트라우마가 온 나라를 따라다니게 했다. 이 책도 어쩌면 그런 트라우마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부커상 #애나번스 #노본스 #전쟁 #여성서사

트러블은 목요일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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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특성화중학교 1 - 무지개가 끊어진 곳에서 시작된 첫 번째 비밀 과학특성화중학교 1
닥터베르 지음, 리페 그림 / 뜨인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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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비밀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무지개가 끊어진 곳에서 길을 찾으세요.”(25)

 

언젠가 구글에서 고속도로 표지판에 입사시험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하나라도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좋은 인재라는 의도에서 출제된 문제인 듯 싶다. 과학특성확중학교 교장선생님도 그런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입학식날 훈화말씀을 기억했던 주인공들은 비밀을 풀어가기 시작하는데...

 

나기가 사람들과 배운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과 호기심을 모두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26)

 

우리는 평생토록 자신과 타인을 알아간다. 나기는 자신을 아는 것도 타인을 아는 것도 아직은 배울게 많은 친구이다. 다행히도 지수라는 든든한 친구가 옆에 있다. 전자를 주고받는 이온결합이라 자신과 지수가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라는 나기의 생각에 지수는 그래서 더 결합력이 강한거라고 설득하는 그런 좋은 친구다. 과학고에 뜬금없이 등장한 발레를 꿈꾸는 소녀 리나도 관계를 배워가기는 마찬가지다. 실력이나 관심사가 다르더라도 그저 서로 바라봐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귀여운 인물들이다.

 

나기와 친구들이 풀어가는 문제들은 이 책의 큰 줄기가 된다. 교장선생님이 낸 단서를 풀면 그 끝엔 뭐가 있을까? 아이들의 입과 선생님의 설명을 빌어 보여주는 우주와 물질에 관한 지식, 그리고 생물에 대한 이야기는 과학교과서에 있는 내용이지만 흥미롭다. 거기에 미스테리를 푸는 퀴즈라니.. 현실에도 뭔가 가고 싶은 이유가 많은 학교가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는 교사도 중요하다. 공위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과학선생님은 현실에 있음직 하지 않은 인물이다. “정식 교육과정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선생님은 사실 아는 것도 많고, 궁금한 걸 질문하는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관점의 대답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시리즈물이라 아직 2권도 3권도 더 읽어봐야 한다. 저자의 블로그도 찾아보고 이력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과정이 될 듯 하다. 최고의 학력을 가진 저자이지만 무겁게 쓰지 않은 문장들 덕분에 친근감이 들 정도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이미 어린 학생들에겐 잘 알려진 작가이다.

 

#과학특성화중학교

#뜨인돌

#화학 #우주 #물질 #생물

#중학교

#닥터베르

 

"학교의 비밀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무지개가 끊어진 곳에서 길을 찾으세요."(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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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소원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3
염희정 지음, 모지애 그림 / 북극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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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이들의 옆자리에 그냥 두지 않아 슬프다. 엄마는 일을 해야 하고, 아버지는 세상을 지켜야 한다. 아픈 동물 가족은 아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염희정의 동화집 『세번째 소원』은 그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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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 -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하다
데버라 펠드먼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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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unorthodox정통적이 아닌혹은 특이한으로 번역된다. ‘밖으로 나온 아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언오소독스라는 책의 제목은 데버라 펠트먼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반영한다. 하시딕 공동체라는 지독하게도 폐쇄적인 공동체 안에서 데바라가 금지당한 것들을 어떻게 남몰래 하려고 했는지를 말한다. 아동과 청소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독서마저 금지당한 공동체. 스므살도 되기 전에 그것도 중매에 의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운명. 자유의 여신상으로 대변되는 미국 안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이다.

 

대부분 디아스포라(Diaspora,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에 대한 동정심이 가지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모두가 동정받을 만한 처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데버라의 진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그녀가 살았던 곳이 미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공동체 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실은 그의 명예를 위해 가족들은 욕구를 절대로 내 보여서도 안되며,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점에서는 분노가 차오를 수도 있겠다.

 

머리모양, 패션, 이성에 대한 호기심,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 이런 것들이 소녀들에게 금지되는 세상. 고등 교육이 허락되지 않으며 자아실현이라는 말조차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 오로지 순종과 복종을 강요받는 그들의 세계관. 약혼자를 약혼날에 처음 대면하는 어이없음. 이후의 결혼생활이 어떠했는지는 독자가 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데버라는 그 모든 과정을 겪어내며 자신의 엄마가 왜 공동체를 떠났는지 이해하고 본인도 그 길을 따라간다. 그 때문에 요제프 괴벨스와 비교되는 굴욕까지 당한 데버라. 그 모든 것이 미국에서 살던 데버라 펠트먼의 경험들이다.

 

여성을 생각한다. 도서는 선택의 기회를 얻지 못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자유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선택의 자유가 강요되지 않아야 한다. 데버라에겐 기회가 오지 않았으며, 아이를 낳고서야 선택을 쟁취하는 여성으로 거듭났다. 데버라의 이야기는 아직 그 기회를 쟁취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며, 그 기회를 박탈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도서의 표사에 극단주의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독서 가운데 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언오소독스 #사계절 #하시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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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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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디플롯, 2021.



  일단 감수자가 최재천 선생님이다. 최재천 선생님은 생물학자로서 존경하는 인물이다. 몇 해 전 읽은 그분의 저서에 한국에는 문과적 소양을 갖춘 이과적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는 구절이 있었는데 거기에 적극 공감한다. 게다가 문이과의 구분이 사라지고 대신 저마다의 고유한 재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우리 시대와 미래가 바라는 인재상도 바뀌어야 마땅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그거다. 최재천 선생님의 감수가 왜 필요했는지 책을 읽어보니 알겠다.  


  제목만으로 봐서는 사적인 에세이의 느낌이 다분하다. 내용을 읽어보니 철저하게 실험으로 증명하는 과학의 이야기이다. 그간 ‘적자생존’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이야기들이 실험과 함께 제시된다. 게다가 적자생존의 논리가 다윈의 주장이 아니었다는 것도 새롭다. 여러 단원에 걸쳐 다양한 동물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다정함으로 인해 생육·번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 그런데 인간은 오히려 그 반대의 정책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린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동물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번역도 읽기에 편안한 편이다. 


  인류의 발전사와 거시 역사에서 찾는 관계의 결과들도 흥미롭다. 역사책에서나 봤을 서사들이 내부에 사회심리학적으로나 인류학의 관점에서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을 읽는 과정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책이나 교육의 중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스포츠를 즐겨야 하는 이유도 흥미롭다. 


  사실 시장경제나 자유경쟁 체제라는 말 속에는 상대를 적으로 상정하고 이겨야 한다는 전제를 함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들이 경쟁에서 이기느라고 소외현상이 일어난다고도 배웠다. 카프카의 『변신』이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보면서 그 생각은 더욱 강화되었다. 하지만 대안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그 대안을 과학적 근거를 이용해 제시한다. 무엇보다 문제현상을 지적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필자와 번역자의 노력이 전달되어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저자의 글 말고도 역자의 글이나 감수자의 글까지 꼭 필독하길 권한다. 


  특히 기억하고 싶은 구절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300쪽)이라는 결론이다. 흔한 의미의 문장이지만 너무나 당연해서 그리고 현재의 삶이 피곤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사는 미덕이 아닌가 싶다.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디플롯 #다정함 #미래인재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 - P300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동물이라면, 그러니까 양식과 보금자리와 번식을 누군가가 다 알아서 해결해준다면, 어떻게 인지적으로 유연할 수가 있겠는가?"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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