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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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 사이의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그것을 어떻게 버무려내느냐가 동화의 재미를 결정할 것이다. 옛이야기 속 인물들은 작가의 시선을 거쳐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루호의 이야기는 루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모악할미와 구봉 삼촌이라는 어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아의 따뜻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강태의 슬픔이기도 하다. 어느 인물 하나 허투루 하지 않은 작가의 정성스러움이 전달된다. 어쨌거나 루호는 멋진 호랑이이기도 하고, 멋진 어린이 이기도 하다. 모악 할미의 사랑과 구봉 삼촌의 돌봄을 받으며 자신의 선택에 점차 확신을 가져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루호의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루호』는 창비에서 ‘좋은 어린이책’으로 선정됐다. 어떤 책이 좋은 어린이책일까?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으려면 루호가 성장하는 캐릭터여야 한다. 처음 루호는 변신도 잘 못하는 캐릭터에서 차츰 호랑이다운 면모를 갖게 된다. 여기서 ‘호랑이 답다’라는 말은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동물로서의 호랑이와 리더로서의 호랑이에 대한 포지션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그러한 성장이 우리에게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역시 ‘선택이 자신을 만든다’는 작가의 의도가 흥미롭게 전달되었다. 어린이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하지만 실은 어른에 의해 그 선택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루호와 지아는 물러설 때와 앞으로 나아갈 때를 어떻게 선택하는지 보여준다.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가 선택의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다. 마이클 센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자유는 강요나 다름없다고 말한 걸 본 적이 있다. 루호나 지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들의 선택을 제한했지만 아이들은 그 또한 지혜롭게 해결한다.


멸종된 우리 호랑이의 이야기가, 우리의 옛이야기 속 인물들이 이렇게 동화에서 되살아난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리 이야기 속에서 혹은 우리 생태에서 어린이들에게 세상의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것’이며 개성있는 이야기의 탄생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루호> 60쪽


내가 어릴 적, 긴긴 겨울 밤엔 할머니가 옛날얘기를 해 주셨다. 시작도 끝도 이상한 그 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는 때로 바보같은 추적자이기도 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산신령님이기도 했다. 이제 세월이 지나 우리는 옛날 얘기 대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오래전 할머니가 해주셨던 맛깔스런 멋은 없지만 대신 작가가 상상해낸 그럴 듯한 세계 속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루호』를 읽을 정도의 나이라면 읽어주기에는 무리가 있는 나이지만 어쩐지 호랑이 이야기는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 옛날 얘기를 해주셨던 할머니의 정서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루호

#호랑이

나는 아직도 그날 모인 호랑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이상하게도 빛나던 얼굴들 말이다. 예전에 넌 억지로라도 그들을 구해 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 그런데 나는 그들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단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어.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 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도, 호랑이이자 사람인 너도 그렇지.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잊지 마. - P60

"우리가 서로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야. 호랑이는 다른 그 누구보다 서로를 꺼려. 자기 영역을 빼앗길까봐 다른 호랑이가 다가오는 걸 가장 싫어하지. 그래서 하나하나가 죽어가면서도 서로 도와주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그저 의심하고 경계했지."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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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소원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3
염희정 지음, 모지애 그림 / 북극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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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탕처럼 달콤한 이야기

 

 

노는 게 제일 좋다는 뽀로로의 노래처럼 아이들은 마냥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놀고 싶다. 가족과 친구와 그리고 동물 친구들과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세상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이들의 옆자리에 그냥 두지 않아 슬프다. 엄마는 일을 해야 하고, 아버지는 세상을 지켜야 한다. 아픈 동물 가족은 아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염희정의 동화집 세번째 소원은 그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동화이다.

 

아이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때로 불합리한 구석들이 많다. ‘가 중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화는 우리가 함께 산다는 걸 알려주어야 한다. 동화집의 표제작 세번째 소원은 카일러의 세 번째 소원으로 그걸 알려준다. 카일러가 읊조리는 마법의 주문은 우리의 소원이 될 때 이루어지는 걸 통해서 말이다.

 

동화의 결말은 작가의 철학이다. 그러니까 동화 속에서 외로운 손자의 친구를 불러 밥을 나눠먹으니 가족이라고 하는 할머니는 작가의 철학이 투영된 인물이다. 물이 필요한 마게마에게 샘을 주고 싶은 카일러의 마음은 곧 작가가 가진 나눔의 마음이다. 아픈 친구를 위해 기꺼이 머리카락을 선물하는 아이들, 동물을 지키고 싶어하는 아이들, 자랑하고 싶은 왕사탕을 친구와 나눠먹을 수 있는 아이들이 염희정의 동화 속에 있다.

 

 세상의 복잡함과 바쁨으로 힘든 어른에게 이 동화를 권한다. 20221월에 첫 동화집을 낸 염희정 작가가 앞으로도 쭉 아이들을 사랑하길 바라며 동화를 사랑하길 바란다.

 

#염희정

#세번째소원

#동화

#북극곰

 

같이 밥 먹고 사랑해 주면 다 식구라고 했어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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