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홀릭 레터 27] 가방과 보자기
새벽부터 눈을 떠 뭘 할까 생각해봅니다.
인생에서 선택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선택에도 기준이 있습니다.
여기 가방이 있고 보자기가 있습니다.
가방이냐 보자기냐.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어느 것이 옳으냐가 아니라 무엇이 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인생에서 가방이 될 것인지 보자기가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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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넣을 물건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 자체로 독립되어 있다. 사용할 때에도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그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를테면 도구가 자기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자기는 그 싸는 물건의 부피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또 쌀 것이 있을 때에는 존재하다가도 쌀 것이 없으면 하나의 평면으로 돌아가 사라져 버린다. 가방과는 달리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인간과 사용되고 있는 도구가 일체화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보자기는 그 환경에 따라 용도가 자의성을 띠게 된다. 가방에 걸리는 동사는 ˝넣다˝ 하나지만 보자기는 ˝싸다˝, ˝쓰다˝, ˝두르다˝, ˝덮다˝, ˝씌우다˝, ˝가리다˝, ˝매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 이어령, 《생각》, 생각의 나무, 2009, pp. 198-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