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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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ㅡ 이꽃님 , 문학동네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수상작


< 엄마와 딸 , 기적같은 인연 >

친하던 친구들과도 이제는 주고 받지 않는 편지 없음의 시대에 블로그 덕분에 알게된 이웃님들과 가끔 주고 받는 편지의 시간은 각별한 즐거움을 준다 . 실시간 댓글로 이어지는 토크 타임도 좋지만 , 그보다 더 정을 가깝게 잇는 선이 되곤 하는 편지글 . 우리 사이에 주고 받을 편지가 있다는 것이 진실로 행복한 일임을 깨닫는 순간들 .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부모나 가족에게 편지를 한 일이 언제였나도 시간을 헤아려보게 만든다 . 내 기억 속에 어린 윤의 편지는 아직도 글씨가 삐뚤빼뚤한데 아이는 다 커서 카톡을 보내면 보내지 , 날 기쁘게 해주겠다고 손편지를 써주는 일은 더 이상 없다 . 그리고 어린 윤을 향해 길게 써내려 가던 , 언젠가 보내야지 하며 쓰던 편지노트는 나도 멈춘지 꽤 되었다 . 그만큼 아이와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고 또 심리적 거리는 멀어졌다 . 

그리고 나는 아주 두꺼운 편지를 받았다 . 책 한권 분량의 편지인데 사실 나는 남의 편지를 (대놓고 ?) 엿보는 그런 입장이 되야했다 . 그것도 어린 친구들의 근심 걱정을 다 들어야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입장으로 말이다 . 책편지라는 말이 맞을 거다 . 한 권이 통째로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는 풍부한 그런 이야기 .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 

두 아이가 주고 받는 편지들의 년도마다 나는 책갈피처럼 끼워져 그 해에 나는 뭘 했더라 하면서 아이들의 시간을 쫓아갔다 . 편지 덕분에 느낀 건 내가 나의 출생년도와 가까운 해만 심리적으로 나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편협한 이해를 가진 사람이란 점이었다 . 그 유명한 [ 82년생 김지영] 에게도 일어난 하나의 현상으론 이해를 하면서도 그 82년생이라는 햇수는 제대로 이해 못했던 게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 그러니 책 속의 2002년생 은유를 무슨 수로 이해할까 ? ( 아 , 그러고 보니 윤이 2004년 생이네!) 또 편지 너머의 은유인 82년 당시 국민학교 3학년생의 마음도 알길 없는 건 너무도 당연했는지 모르겠다 . 

이상한 현상으로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넣은 편지가 시공간을 뛰어 넘어 또다른 은유에게 닿고 ,  처음엔 수신인이 더 어린 나이의 은서였다가 곧 입장이 반대되는 기이현상을 겪는다 . 현실의 은유 그러니까 2016년에 사는 은유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반면 과거의 은유 시간은 몹시 빠르게 넘기는 책장처럼 휙휙 넘어가는 식이다 . 사이좋은 자매처럼 주고받는 편지는 이제 과거 시간의 은유가 현재 시간의 은유 아빠인 사람을 만나는 걸로 극적인 기대감을 높인다 . 이 부분은 살짝 예상한 바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 어머 ~어멋 세상에 ~ 하면서 재미난 이야기 뒤를 궁금해 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 

16세 은유 (현재 시간 속 은유 ) 의 고민을 듣자니 ,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있는 걸 발견해서 놀랐다 . 따지면 우리 윤이랑 두살 차이밖에 안나는 은유의 고민이 하찮게 여겨지다니 , 내가 우리 딸의 고민도 그같이 여기고 살았던 건 아닌지 순간 철렁해서 얼른 딸에게 간지러운 톡을 보내기도 했을만큼 . 다 읽고 나서 혼자 되뇌인 말은 역시나 이제야 알겠어 ㅡ 였다 .  나는 지나치게 과거의 시간을 살고 있다고 나 혼자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현재를 사는데 벅차서 나와 똑같은 시기를 이제와 겪는 아이의 시간은 무시하고 모른 척 했다는 것도 . 그러니까 이 책을 통해 윤과 더 살가워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 함께 책을 읽는 친구이니 이 책을 권할 수는 있고 ,  간지러운 카톡을 한줄이라도 더 보낼 수 있게 되면 그로써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왜 , 딸을 두고 , 평생의 친구이며 동료라고 하는지 그마저 너무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그들의 독특한 편지로의 만남은 ...   

 
최근 읽은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에 보면 ' 평서문같은 시간이었다 ' 라는 말이 나온다 . 그 말을 응용해 보자면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내겐 꾹꾹 눌러 쓴 기다림과 땀이 베인 흥분의 시간이면서 서간체 같은 시간이었다 . 

그 여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다만 해끔한 햇살 아래를 걷고 싶은 만큼 걸었고 
걸었던 만큼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

평서문 같은 시간이었다 .

그런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
충분히 만족스럽다 .

[ 51 P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정은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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