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전 김숙희는 ㅡ 이기호 작가 편 .

 

과거란 ,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법이라고 ...

 

그는 마치 그 모든 풍경을 자신이 만든 양 , 그 모든 풍경 속에 자신 또한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양 , 의식적으로 커다랗게 미소 지으려고 노력했다 . 결혼한 지 9년 만에 처음 떠나온 여름휴가였다 . 어쩌면 그래서 그는 평상시보다 더 감상적이고 더 특정한 기분 상태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마치 바람이나 햇빛 속에 자잘한 멘톨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처럼 , 명치 부분에 알코올 묻은 솜이 닿은 것처럼 , 무언가 끊임없이 그의 내부에서 화르륵 화르륵 휘발되는 기분이었다 .

 

ㅡ본문 312 / 313 쪽에서 ㅡ

 

이제는 꽤나 유명해졌을 정유정의 종의 기원 첫문장 .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하는 말처럼 , 결혼 9년 만에 얻은 제주도에서의 여름휴가가 달콤하고 화한 감각이 채 사라지기 전에 들이닥치는 낯선 남자들의 방문 .

그리고 주인공 정재민씨에겐 무슨일이 ,  15년도 전에 있었나 를 따라가는 이야기 .

다짜고짜 ㅡ 같이 가시죠 ! 가면서 이야기 한다는 두 남자 .

아내가 밥상을 들고 그를 향해 걸오오고 있는데 , 아이들은 종아리에 물방울을 뚝뚝 떨구며 놀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데 , 대체 왜 ......

 

그러니까 그 여자 김숙희가 자수를 해 왔다고 , 참고인으로 불려간 서울 . 제주에서 서울로 급 송환당한 정재민 . 잔뜩 풍선에 바람을 넣고 , 갑자기 빼버려 쪼글쪼글 해지는 순간을 본다 .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구나 했는데 , 그 모든 사건에 실제 정재민의 개입사실은 아주 애매하다 .

정황증거랄까 , 그런 애매한 것은 상상력으로 채우라는 작가의 주문같다 . 회사 납품 대상 유치원 근무자였고 유부녀였지만 , 만나며 먼저 말하지 않아서 , 그는 그녀가 업체선정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관계를 몇 번 가지게 된다 . 그러다 그녀가 어느날 전활 걸어와 한단 말이 남편을 죽였노라고 , 뭐 , 이런 급작스런 전개람 ......

 

이상한 여자였다고 , 그러면서도 그녀가 건내준 남편의 사고 보상금으로 나온 보험금을 챙기는 남자 정재민 . 주니까 받았고 있으니까 썼을 뿐이란 듯이 . 그리곤 점점 여자를 멀리하다 (분명한 헤어짐이란 언급도 없이 ) 잊을 만한 때에 여자의 연락을 받고 함께 차를 마시며 여자의 물음을 듣는다 . ' 나한테 왜그랬어요 ? ' 이건 시작할 때도 있던 물음이다 . 남자는 사정은 ' 당신이 내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래서 ' 라고 해야하지만 , 그냥 ' 당신이 맘에 들어서 ' 라고  여자의 기대를 부풀린다 . 그러곤 여잔 만나면 남편의 험담을 했고 , 남자는 그저 가끔 잠자릴 하는 정도의 가벼운 관계였노라고 진술을 한다 .

김숙희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돌연한 자백을 했다 . 그 사건에 남자의 배당은 딱히 언급하지 않고 모든게 자신의 혐오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해버린다 . 과연 그럴까 ?

 

이 제목의 오래전 김숙희는 ㅡ이 아닌 사실 오래전 정재민은 ㅡ하고 말했어도 상관없는 부름일 듯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다 잊은 채 이따금 김숙희에 대한 기억이 솟아오를 때마다 까닭모를 분노 같은 감정이 들던 이유에 대해 심정적 , 상상만을 나는 할 뿐이다 . 자신은 아무 잘못없고 그렇게 심각한 관계도 아니었는데 , 하는 남자 .

 

그녀는 그가 자신을 다 잊고 잘 살고있다는 걸 알았던 걸까 ?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도 ? 그래서 15년 만에 그를 경찰진술에 불러들인 것인지도 , 형사들은 그가 어떤 정황이나 사건의 당사자라는 짐작이 있지만 여자 김숙희가 다 자신이 한 일이란 고백에 , 그를 그저 참고진술이나 하는 참고인으로 풀어줄 밖에 없다 . 그렇지만 적지않은 보험금 육천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건 , 어떻게 이해 해야할까 ......

 

젊은 나이에 나이든 남자와 살던 김숙희는 한때 이 남자 정재민을 좋아했을테지 . 그리고 지금은 증오할테고 , 자신이 한 일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그를 위한 일이었다고 , 원망이 차 있지는 않을까 ?

그러니 그런 과거가 자신을 붙잡으러 왔을때 , 남자 정재민은 사뭇 체념한 듯 따라나서지 않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