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의 열매
한강 지음 / 창비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방식도 사랑이라고 할 수가 있나 , 내 여자라 부를 수 있나 . 끝끝내 방치하고 기어이 가둬버리는 잔인한 방식의 사랑도 사랑이랄 수 있나 ? 어째서 떠나지 않은 걸까...... 아, 그녀는 떠날 수 없었구나 . 모든 걸 그 집에 쏟아 부어서 가진게 없어져 아무것도 없으니 , 한심하다 . 이 여자는  정말 .......

남자는 아내의 몸에서 늦은 오월 피멍을 보았다고 말한다 . 그리곤 병원에 가라고 온 몸 구석구석을 보고 남긴 소회가 이젠 예전 같이 성욕이 들끓지 않는다는 그런 속 이야기 끝에 까맣게 잊는다 .

아내의 그 이상한 피멍들을 어디서 온건지 생각도 않고 말이다 . 결국 이상이 없다는 말을 전하고 점점 말라가며 어느 날은 멍이 더 커지고 ,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머리가 눈이 아프고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듯하다 말하는데도 여전히 자신은 짬을 낼 수 없는 걸 알잖냐며 장모를 부르라 한다 . 처음 시작 할 적부터 이 결혼의 모든 건 일방적 였었다 .

남편이 밀어붙이고 혼자 그녀의 목소리에 반해 자신의 외로움을 관철시키고 아내의 거부의 대답에도 끝내 자신의 말을 이어가던  사람 . 남자는 어딘가 안주 할 곳을 내내 찾던 사람 같이 군다 .

그가 떠도는 일을 하는 것이 이유 인듯 싶기도 한데 , 어떤면에선 모든 남자들이 이중적으로 품고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반대로 여자는 자신의 엄마가 깡촌 같은 곳에서 평생을 사는 것처럼 자신도 그리될까봐 일찍 도망쳐 나와 혼자 도시 속에서 살았고 나중엔 자유롭게 더 넓고 더 먼 곳으로 가기를 꿈꾸며 자금을 모아 온 날들였었는데 그것이 남자의 간절한 바람으로 한때를 휘저은 사랑이 그녀를 붙잡고 멈춰서는 끝내 뿌리내리고 썩어가게 한다 . 마치 부유식물인데 잘못 생태를 해서 뿌리부터 썩는 것 같이...... 남자가 긴 출장에서 돌아온 날  여자의 모습은 베란다에서 식물의 형태가 되어 있었다 . 가슴에선 꽃이 무릎에서 흰 뿌리가  머리칼은 초록의 잎으로  겨우 달싹이며 물을 찾아 남편은 급히 대야로 물을 세번쯤 주고 아내는 이내 몇 알의 열매로 남아 사라진다 . 남편은 그녀를 화분에 심는다 . 아니 가둔다 . 차라리 새에 먹이로라도 주지...... 아주 멀리 날아가는 새의 먹이로......그럼 어디든 가서 새로 자랄지 모르는데......

아파트 십 삼 층에선 뿌리도 땅에 끝끝내 내릴수 없어서 그래서 시들어 죽은게 아닐까 ?  그녀가 그토록 싫어한 그 아파트 . 남편은 너무나 원하던 그 곳 . 지독하게  이기적인 남자 .

남자는 여자의 열매를 한 알 씹으며 씁쓸하다 하면서 화분에 심은 나머지 열매들이 내년에 싹을 틔울까...궁금해 한다 .

나는 그냥 남자가 바란 이기가 미워서 자라도 새가 먹어버리면 싶다는... 바보같은 여자와 이기적인 남자의 이야기 .

 

이 단편이 채식주의자의 모태라면 모태라고 한다 . 뜻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작가의 말을 읽었었다 .

피멍은 몽고반점이 식물이 된 건 채식으로 거식과 아픈 증상은 저항으로  그랬을까나...? !  어머니에 대한 독백이 꿈으로 치환 되었을 것 같다. 피를 갈고 싶어하던 여자는 영혜가 그은 손목과

튜브를 통해 흘리던 이미지로... 

 

이 단편 속 여자도 이해받거나 지독히 사랑받거나 하는 여자는 되지 못하는 쪽에 서는게 나는 몹시 속상하다 . 물론 그렇다고 남자 역시 사랑받고 사는 존재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는 적

어도 자신이 바라는 걸 채우기는 하는데 여자는 빈촌을 도망 나와서 기껏 높은 성에 갇힌 라푼젤 처럼 꼼짝도 못하고 누가 꺼내 주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터를 옮기지도 못하는 냥 되버리는 게 어머니의 삶과 뭐가 다른지 싶어서... 어머니의 삶보다 오히려 더 좁다면 좁은 인생이라면 인생 아닌가 싶은 기분 마저 들어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 그러니 다음 해엔 부디 홀씨로 멀리 날아가길 기도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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