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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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의 거리감을 위해 휴대전화 번호와 집을 비밀로 하는 야콥.

시작은 상담사와 고객일 뿐인데, 사생활로 얽히는 모리스 씨.

이미 이혼했지만, 꾸준히 연락하며 일상의 소소한 의견을 나누는 전처 엘렌.

지나는 길에 왠지 꼭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았던 성당에서 위선이라는 겉옷을 벗어던진채 마주하게 되는 로버트. 

그리고,

글을 읽는 나 조차 그의 주장에 절반 이상 넘어가 버린 그 남자.

 

 

야콥의 영혼을 노리며 공개적으로 고객이 되고, 묘하게 설득력있는 악마에  걸맞는 행동으로 야콥의 생활에 끼어들며 뒷공작을 펼치는 안톤 아우어바흐까지 등장 인물 모두가 마치 연극 무대에서 각자의 역할에 몰입해 연기하는듯한 느낌이다.  

 

시리즈의 전작을 읽지 않아서, 야콥의 무엇이 그들을 끌어들이는지 알지 못한채 읽기 시작했는데,  인물관계가 작은 동네 사람들 마냥 얽혀있는 상황과 은근한 비틀림이 의외로 내게는 재미를 주는 글이였다.

 

승부사 기질이 철저한 '자칭 악마'씨 가 심리 상담사 야콥 야코프 에게 끈질기게 영혼 거래를 제안하면서,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들 사정과 나름의 이유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느낌을 주는 글이라 함께 달리는 동안 씁쓸함과 웃음이 내내 이어지던 시간이였다.   복잡한 생각들을 던져버리고 단순하게 읽는다면, 어느새 통통 튀는 이들의 대화에 빠져들고 있을 것이다.

 

 

 

글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나의 쓰잘데기 없는 약간의 감상을 추가하자면,

1.   작가가 일본 문화에 꽤 호의적으로 보인다.

편안함을 주는 스시 집, 안정을 줬던 사케, 지옥여행에 등장하는 아우어바흐의 기모노.

 

2.   과거에 연연하며 얽매이지 않는 영혼들에 경의를 표하고싶다.

우리네는 연애하다 헤어져도 원수, 결혼했다가 이혼하면 온 집안이 서로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3대째 원수지간이 되는데, 이들은 서로를 걱정하고 상담자가 되어주고, 가족간의 연락책이 되어주기도 하니 엄청난 쿨~함에 다시 한번 더 놀라워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바 하나 입에 물고 쭐레쭐레 걷다가

금계국 이  이쁘네~

양봉업자라고 벌침에 면역이 되는 건 아니듯 심리학자도 노이로제에 면역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 ebook 본문 p 131 중에서.
맞는 말이다. 그런데 뭔가 자기 변명 같기도 하다.

"걱정 마세요"
다카하시 씨가 정중하게 대답한다.
"나도 도쿄 출신이에요. 거기선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일상화되어 있지요. 게다가 어떤 현명한 남자가 이런 말을 했죠.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 말라고"

- ebook 본문 p 144 중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말라고 하네요.

하늘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기도를 하려고 두 손을 모은 동안에만 죄를 지을 수 없을 거라고. 나는 거기다 이렇게 덧붙이고 싶어요. 하지만 어쩌랴, 인간은 점점 기도를 하지 않는 걸.

- ebook 본문 p 31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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