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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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살 동갑내기인 강주리, 우용희, 최시현, 박형조, 하동민 이다섯명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콜센터는 잠시 머무는 정류장 이라고 하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오늘도 콜센터에서 감정 노동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 요즘 감정 노동을 하지 않는 곳이 어디있겠느냐만은 콜센터 만큼 감정 노동이 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이 슈퍼진상은 이 나라에 고객처럼 무섭고 당당한 존재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게 분명했다. -p.37

 

물어뜯을 상대를 찾고 있는 진상고객은 상담사가 있는 대로 비위를 맞춰줘도 어떻게든 흠을 잡아내 승냥이처럼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말실수를 하지 않으면 태도를 문제 삼았다. 뭔가를 먹는 소리를 들었다든가 하품을 했다든가 기침을 했다는 식이었다. -p.47

 

 

피자 프랜차이즈 콜센터에서 일했던 김의경 작가님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콜센터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도 20대의 불안정한 미래와 그에 따른 걱정과 막막함까지 잘 표현해서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입해서 읽었는데 아무래도 취준생활을 하면서 상담원으로 일하는 친척동생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정말 현실적이라서 친척동생도 주인공들처럼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읽으니 마음이 아팠고 얼굴 보고는 못할 못된 말과 상처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이들 때문에 읽는 내내 너무 화가 났다.

 

 

"몸도 마음도 멍투성이야."
용희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그놈의 콜센터에 다니는 동안 목소리로 너무 많이 맞았어. 피가 안 나고 멍이 안 드니까 아무도 내가 아픈 줄 몰라."
주리가 눈물 고인 눈으로 말했다.
"그놈들은 혓바닥에 압정도 달려 있고 야구방망이도 달려 있어. 나한텐 마우스피스도 안 주고 링 위에 올라가라고 해." -p.154

 

 

잠시나마 주인공들의 일탈로 화를 누그러트릴 수 있었는데 결국 콜센터로 돌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답답하다 못해 착잡했다. 그러나 곧 그만두고 싶어도 쉽사리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섯 명의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이들이 절망하지 않고 계속 꿈을 꾸었으면, 그리고 꼭 꿈을 이루었으면 한다. 주인공들이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상담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예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갑질과 막말, 성추행에 화풀이까지 상담원들의 현실은 아직 고단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이 너무나 많다. 회사에서도 상담원들을 존중해주고 블랙컨슈머들은 단호하게 내치며 법의 심판까지도 불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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