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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부당합니다 - Z세대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
임홍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평점 :
오랜만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갔다가
입구부터 시작된 통로 매대에서 발견한
와이즈베리 인문교양책 <그건 부당합니다>.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책이어서 들고 다니다가 이렇게 한 프레임에 담아본다.^^
<90년생이 온다> 로 한 때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임홍택 저자의 신간이다.
이번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세대담론의 차이와
Z세대가 바라본 공정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 다뤘다.
나 또한 기성세대에 속하고 젊은 세대의 인식 구조가 다름을 요즘 들어 체감하던터라
저자가 바라보고 문제 제기한 이슈들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책을 펼쳤다.
우선 서문이 너무 길지 않아서 맘에 든다...ㅋㅋ
사실 저자가 설파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라서
정독을 하는 곳이긴 하지만 너무 길면 때로는 지치기도 한다.
핵심만 짚어주니까 뭘 말하고자 하는지 대략 감 잡고 시작할 수 있었다.
2020년 전후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공정담론의 예열 과정을
저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한 가지 논란에서 발견하고 가져온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추진됐을 당시 기성 정치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20대 젊은 세대들의 극렬한 반발이 있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예상하지 못한' 기성 세대이다.
MZ세대가 희한하고 까칠하고 이기적인 게 아니라
젊은 세대는 진보적일 것이니까 통일이라는 역사적이고 평화로운 이벤트를
반대할 리가 없다는 기성 세대 중심적인 어이없는 예측이 문제인 것이다.
공정담론이 젊은 세대에서 이슈가 되어 다양한 논쟁거리가 양산되는 데는
무엇보다도 동시대를 살면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권을 가진
기성 세대와의 불화가 결정적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젊은 세대가 왜 '공정' 에 이렇게 집착하듯 매달리는지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
그런 노력은 커녕 예측이 어긋난 이후 당혹스러워함에서 끝나지 않고
미성숙하며 젊은 세대가 보수화됐다고,
심지어는 개인주의가 득세한다며 이기적이라고까지 몰아부친다.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4년을 기다려온 젊은 선수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외적인 권력에 의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성 정치권에게 정확히 표현하고 전달했을 뿐이다.
젊은 세대는 단일팀 추진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를 박탈당할 위기에서
통일이라는 민족적인 대의를 위해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희생할 이들이 아닌 것이다.
이것을 자칫 기성세대와 MZ세대의 갈라치기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에 있어서 길을 잃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우리가 공정담론에 대해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그것을 함께 고민할 때이다.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공정의 기준에 대한 반감은 잠시 내려놓고
그 기준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공정'이란 단어 그 자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책 제목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공정을 외치고 있긴 하지만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자신들이 마주하는 현상과 상황들이
'이치에 맞지 않고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 사회에 '부당에 대한 담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들여다보자고 말한다.
다소 까칠하다 해도 MZ세대의 당당한 목소리가 어쩌면
고정관념, 편견, 관행, 새치기, 침묵적 카르텔이 지배했던
불공정한 시대로부터 이제는 변할 때가 되었다고 외치는 듯 하다.
시어머니가 호된 시집살이로 고생했으면서
고스란히 자신의 며느리에게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처럼
기성세대가 그렇게 살았다고 해서 젊은 세대에게
절차와 기준의 부당함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할 이유는 없다.
가만히 앉아서 그 부당함을 떠안을 Z세대도 더이상 아니다.
당신들의 공정이 진짜 공정인가요?
애초에 불가능한 완벽한 공정이라는 개념
그들의 언어는 단지 '부당하다'는 것이다
현세대가 공무원과 중소기업을 원하지 않는 공통의 이유
조직 안에서의 새로운 외침 '그것은 부당합니다'
국가의 정책 차원까지 파고든 부당함의 외침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부당하니까!
그동안 누구도 묻지 않았던, 자격에 대해 묻는다
태생적인 불평등에 대한 반대급부
부모보다 가난해지지 않는 세대가 되는 방법
그들이 받아들이는 또 다른 방식의 줄 서기
조직 사회에서 부당함 논란을 줄이는 방법
이걸 칭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게 소제목을 너무 잘 뽑았다. ㅎㅎㅎ
완독한 1인으로서 소제목만 봐도 저자가 같이 생각해보자는
이슈의 핵심을 고스란히 모아 놨으니 말이다.
절대적으로 위 소제목들 만으로 이 책을 다 봤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Z세대의 인식의 기저에는 무엇이 깔려 있는지 그걸 들여다보고
이 불공정한 세상에서 그들이 부당함을 느끼는 지점과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인문교양책 <그건 부당합니다> 의 독서가 마무리될 것이다.
같은 성인인데도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적 지위의 서열로 인해
처음 보는 자리에서 반말하는 상대에게 역지사지의 정신을 보여주는
Z세대의 대응에 당돌하다는 반응부터 보이기 일쑤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손윗사람의 위엄을 반말로 과시하는
관습적인 한국만의 특수성을 배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그들의 행동이 이해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그들에게는 당연한데
그 이전 세대에게는 그렇지 않음에서 오는 불화가 이렇게
인간관계속에서 사부작사부작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보편적 진리를 거꾸로 젊은 세대가 꼰대에게
알려줘야 하는 이 상황이 그들 입장에서 참 피곤할 법도 하지 싶다.
그간의 관행이나 권력화 때문에 잘못된 걸 잘못됐다 말하지 못해서 힘겨웠던 기성세대의 시간은
이제 MZ세대로부터 변화의 기점으로 향하는 반환점을 맞이했다.
괘씸하고 당돌하다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들의 논리, 인식의 구조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이 사회는 분명 변하고 있으니까.
그 변화의 방향이 퇴행인지, 진보인지는 그 사회 구성원들이 하기에 달려있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투명성 인식이 그보다 약간 앞선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나아졌다는 분석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의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 를 논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공정' 이라는 키워드의 본색을 들여다보면서 서서히 마무리하고자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캐릭터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어서
드라마를 본 사람도, 보지 않은 사람도 Z세대의 부당하다는 외침을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는 예열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아가 공평, 공정, 평등... 다 비슷한 의미인 것 같은 이 키워드들을
그림으로 쉽게 접근해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워낙 많이 알려진 그림인데 중요한 것은 각각의 단어 정의를 아는 것도 아니고
어떤 그림이 어떤 키워드를 정확히 반영했는지 구분짓는 매칭은 더더욱 아니다.
개개인이 소유한 재산이나 사회적 영향력을 참고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따라 다르고
자신의 신념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서도 다른 관점으로 그림이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 관점과 결과의 평등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에 따라
공정함은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와 <공정하다는 착각> 를 거론하면서
수능과 학종, 무엇이 공정한지에 대한 이 사회의 쟁점에 대해
MZ세대를 한 걸음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시험에 기반한 능력주의 시스템의 '예측가능성'을 선호하는 것이다.
저자는 '통제가능성' 이라는 표현을 더 중점적으로 사용하는데 큰 차이는 모르겠다.
예측이 될 때 통제로 연결되는 것이니까.
원칙이 있고 통제가 가능할 때 자신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반대로 교란이 발생한다 싶을 때
예민하고 까칠해 보이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라기 보다는 개인이 가진 권리를 지키고 싶은
'개인보호주의' 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자신의 의무와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감도 없지 않다.
개개인이 하나의 전체이자 덩어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각각 다른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이기주의로 전체를 치부하는 것 또한 곤란하고 위험한 시선이다.
젊은 세대에게 통일이나 민족 문제같은 대의, 직장에서 늦은 시간까지 희생하는 일의 미덕은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에 연관되지 않기 때문에
강요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일 뿐이다.
저자가 제시한 세대담론의 불화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로 놓고 제로의 시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관행이라는 총체적 부당행위가 이 사회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에
시간은 좀 많이 필요해 보인다.
관행이나 적폐는 좋고 나쁨이 없고 그냥 없어져야 할 것들이다.
젊은 세대에게 줄 서기의 원칙은 공정함의 또 다른 상징과도 같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규칙을 위반하는 문화를 조금씩 지워나가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 요구된다.
부당하다 싶을 때 저항하는 것은 사회 공정을 바로 서게 하는 데 중요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정함을 부르짓는 행위의 본질은 경쟁 사회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고자 하는 것이어야 한다.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 저항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90년생이 온다> 보다 인문교양책 <그건 부당합니다> 가 훨씬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독서토론 주제 도서로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