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혼란 -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당신을 위해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작 <문제는 무기력이다>, <문제는 저항력이다> 에 이어서

마음의 문제를 다룬 박경숙 인지과학자의 세 번째 책 <어른이라는 혼란>

와이즈베리에서 출간되었다.

흐름상 세 번째 책 제목도 <문제는 혼란이다> 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적 무질서와 혼란으로 인해 표류하는 이들과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가와 출판사의 영역이니 이쯤에서 넘어가는 걸로.^^





"문제는 엔트로피다!" 에서 엔트로피가 뭔지

지극히 문과형인 나로선 이것에 대한 궁금증부터 해소해야

이 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의부터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이 용어를 활용하고 있는지

저자가 다행히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학창시절에 언뜻 과학 시간에 배운 것도 같은데

세부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나오는 용어였는지는 2부가 되어서야 밝혀진다.

딱 분자식 배울 때 본 것 같은 저 엔트로피의 밀집도와 질서도를 보니

지금까지 읽었던 게 무슨 말인지 더 알아듣게 되기도 했고.

그렇다.

엔트로피는 열역학에서 나온 말로 '무질서의 정도', '에너지의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엔트로피를 인지심리학적으로 의미 변환을 해보면

엔트로피 증가시 불확실성과 무질서함이 높아진다.

의식과 감정이 무질서함은 곧 혼란스러워 진다는 것이고

의식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집중과 몰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마음의 문제로 확장되어 삶의 고통을 느끼게 됨으로써

자연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한 것.

반대로 엔트로피가 낮으면 확실함이 크고 질서가 잡혀 있어서

안정적인 의식 수준을 가질 수 있는 관계로

에너지를 하나에 집중해서 자신이 설정한 목표 달성이 가능해질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저자의 핵심은 이러한 엔트로피의 증가와 감소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에

그것에 휩쓸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

저자 또한 살아오면서 무기력, 저항, 혼란의 시기를 거쳐왔고

현재는 그로 인해 '성장'의 개념과는 또 다르게 새로운 삶으로의 '진화'로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니체가 말한 초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 문제로부터 자기구원할 수 있는,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만날 수 있다.

효과를 확인하고자 한다면 공은 이제 독자에게로 넘어가는거지!


마음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좋은 예와 나쁜 예들을

먼저 살다 간 유명인들의 삶의 흔적들로 보여 주고 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삶을 통해

엔트로피 법칙과의 연관성을 풀어놓은 부분이 재미있었다.

욕망만 따르다 몰락한 오스카 와일드는

정의나 선보다 아름다움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여겼던 유미주의자였다.

이미 결혼하고 두 아들이 있음에도 띠동갑 이상의 나이차가 있는 예쁜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풍기문란죄를 저지른, 혼란스러운 삶을 살았던 작가로 워낙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좋아하는 작가인데 마음이 가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당시 보수적이고 위선적이었던 영국 사회의 민낯을 감추려고

오스카 와일드라는 한 개인에게 모두 떠넘겼다는 생각에

이 작가에게 대한 연민이 적지 않은 건 인정한다.

이번에 <어른이라는 혼란> 을 만나면서 대세에 지장은 없지만

이런 나의 관점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지금까지 그의 인간적인 패배와 파국의 원인을 쾌락만 쫓으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 것과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당시 사회에 두었다면

이번에 엔트로피 자연법칙에 근거한 인지심리학적 측면으로 본 이후로 오스카 와일드의 죄라면

자유를 조절하지 못함으로써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했고

'혼란스러워 지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허용되는 모든 것이 다 유익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남아 있다면 그래도 삶에 대한 희망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너지게 되면 더 이상 인간은 쓸모를 못 느끼게 되고

존재의 이유를 잃게 되어 결국은 파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싶다.

그 마음의 문제가 인간에게 매우 치명적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잘 다루기만 하면 기존의 삶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몇 가지 유용한 방법들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초인은 자신이 가졌던 이념과 방법, 사고와 행동을 계속 넘을 수 있는 사람이다.

니체는 신이 인간 세상을 지배하고 강요했던 순종적 마인드로부터 벗어나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의심하고 변화시키는 탁월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저자가 바라보는 지점도 이와 비슷했다.





인간의 마음 안에는 무기력, 저항, 혼란이 다 있어서

니체가 말한 인간 정신의 변화 단계로 대입하자면

우리 안에 낙타, 사자, 어린아이가 공존한다고 달리 말할 수 있다.

늘 관심이 많았던 니체와 분석심리학자 칼 융, 신화종교학자 조지프 캠벨의 말을 빌려와서

더 풍부한 이야기들이 나왔고 덕분에 술술 읽었다.

저자가 낙타의 대표적인 상징성으로 제시하고 있는 무기력

외부의 힘이 나를 강제로 만든다.

사자가 의미하는 저항이라는 상징성은 나의 내부의 힘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그것이 나를 강하게 하기도 하지만

분노나 자존심에 휘둘리다 보면 자신의 의도에 반항하는 힘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자기 자신을 멈춰 세울 수도 있다.

어린아이로 대입해서 말하는 혼란은 그저 순수하고 자유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혼란스러울 가능성도 안고 있다.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삶을 인간의 직업에 빗대어 제시한 것도 나름 신선한 접근이었다.

대신 짐을 지는 낙타의 삶에 직장인을, 자기 자신을 위한 사냥을 하는 사자는 1인 기업,

마음속 즐거움과 호기심은 갖고 가면서 의무는 지지 않는 어린아이는 예술가로 보고 있다.

이 의견에 대해서 동의하시는지....?^^





혼란의 터널에서 다시 의식의 질서를 찾으려면

중요한 건 '자각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조건으로 한계를 정하는 것을 기억해두면 좋다.

그런 다음에는 최우선 목표에 집중하는 데 있어서 방해의 소지가 있는

덜 중요한 목표들을 거르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덜 중요한 목표들이 최우선 목표에 써야 하는 나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엔트로피를 높여 혼란에 빠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힘을 빼는 것과 내면화 되기까지 훈련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재편할 수 있도록

운명에 떨지 말고 자신의 강점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소명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가장 잘하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자기 자신 앞에 놓인 저항들을 극복하고 깨달음에 도달하여 자각을 경험한다면

기존의 삶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인생의 후반기에는 니체가 말한 초인에 가까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처럼 나 또한 조심스레 기대를 해 보면서....^^

문헌정보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에 도전하는 요즘

남들은 괜찮다는데 난 나대로 좌절의 쓴맛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어쩌면 나는 불안과 치열함을 안고 가야 하는 경쟁적인 환경을

회피해 왔던 것은 아닌지 <어른이라는 혼란> 을 읽으며 돌아보게 되었다.

개개인의 생각과 가치의 기준이 삶의 행복과 만족도를 좌우한다고 볼 때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면서 경험한 나의 무너져버린 자신감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드디어 깨닫게 된 것이다.

내면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외부적인 것에서 온 것임을 알아차린 순간

타자에게 종속되어 있는 낙타에 지나지 않다고.

외부의 어떠한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나의 완벽하지 못함, 아니 완벽할 수 없음을 제발 이제는 받아들여서 편해지고도 싶다 ㅋㅋ

힘 빼야 할 것들을 잘 분류해서 나의 소명을 찾고

궁극적으로 자기 실현하는 개성화의 단계로 나아가고 싶다.

시간의 약을 먹는 동안 그래도 전보다 더 본래의 나를 찾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존엄하고 고유한 나, 세상에 유일무이한 내 안의 어린아이를 끊임없이 발견하면서

끊임없이 현재의 나를 넘어서고 싶다.

진짜 '자유' 를 누리고 싶다!

바꾸고 싶은 나의 모습과 그 문제의 근원을 의식하게 되었으니

내 마음부터 온전히 내가 다스리고 지배할 수 있는 훈련부터 시작해볼까 싶다.

생의 마지막에 오스카 와일드의 회한이 묻어나는 한 마디를

나는 이렇게 긍정 확언의 형식을 빌려서 선언하고 싶다.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 되었다" 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