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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ㅣ 서가명강 시리즈 34
남재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로부터 시작된 21세기북스의 인문교양 시리즈로
나의 관심사들이 골고루 구성되어 있어서
개인 소장용으로 갖고 있는 책들도 족히 대 여섯권 가량 된다.
이번에 서가명강 서포터즈가 되어서 만난 첫 책은
환경문제를 다룬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이다.
벌써 34권 째 출간되었다.
서울대 교수들의 강의이다 보니 다른 교양서들에 비해서
과학적인 데이터가 많고 학문적으로 접근하면서 낯선 용어들을 많이 접하게 되다 보니
더더욱 필사가 필요한 시리즈인데
이 책은 그동안 만났던 서가명강 시리즈에 비해서 비교적 술술 읽혔다.
아마도 식량 문제라는 것이 우리 삶에 가장 현실적인 이슈인 관계로
나랑 동떨어진 이야기로 읽히지 않기 때문인 듯 싶다.
가독성이 좋은 점에 하나 더 보태자면
강조하고자 하는 중요한 내용들을 교수님이 친절하게 반복 설명을 해주신다는 것이다.
그렇게 식량 위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주니 독서의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국내 최고 기후 전문가로 통하는 남재철 교수는
기상청장을 역임했고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기상 담당 연구원이었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기상과 기후에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이다.
'농림기상학' 이라는 학문으로 전문 분야인 농업과 기상을 결합하여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을 하나 하나 짚어내고
4부에 걸쳐 독자앞에 펼쳐 보인다.
'농림기상학' 은 농업 및 산림 자원의 생산성과 관련된 기상 요인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현대 사회가 당면한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지속 가능한 해결책들을 창출함으로써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산림 자원을 관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자연의 법칙은 기후를 결정하고
그러한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은 삶의 매커니즘을 구축해 왔다.
그렇게 지속가능한 생존이 되도록 했는데 매우 중요한 영역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식량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핵심은
바로 기후 변화에 있다!
그리고 그 균열의 시작은 통상적으로 1760년부터 1840년 사이로 언급 되어지는 산업혁명이다.
인류는 생존을 넘어서 탐욕으로 점철된 역사 위에 있다.
사회, 경제적 요인이 이와 뒤섞여 에너지를 낭비함으로써
지구 시스템을 크나큰 부담을 주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산업혁명 이후 모든 것이 갑작스럽고 큰 폭으로 변화했다.
인구수가 증가했고 에너지와 물 사용 등 그 변동 추세가 속도를 늦추기는 커녕
오히려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자원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심지어 자연의 법칙들을 무리하게 거스르려 하고 있다.
욕망 추구라는 인간의 본능을 이성적으로 제어하려고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을 통해 일부는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산업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화석연료의 사용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협정을 통해 다같이 기후 위기를 극복해보자고 모인 나라들이 대부분
지구상에서 온실 가스를 많이 배출하여 기후 위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실천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더딘 점도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소지가 많아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후변화 문제는 여러 이유로 불편한 진실이 되어가고 있다!
Question 1. 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를 겪으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가?
Question 2. 빙하가 녹으면 고대 바이러스가 또 활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까?
Question 3.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기후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Question 4.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탈세계화 흐름이 나타났는데,
이것이 식량 안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Question 5. 과연 기후 변화가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Question 6.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생물종이 멸종하면,
새로운 생물종이 자연스럽게 새로 태어날 수도 있을까?
Question 7. 왜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하는가?
Question 8. 플라스틱 사용 제한이 실질적으로 기후 변화 완화에 도움이 되는가?
Question 9. 우리나라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의 현황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와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하여 더 이상 행동을 늦출 수 없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위 9개의 질문들은 바로 그에 따른 해결책으로 제시된 이야기들과 맥을 같이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의 상관관계였다!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라는 이 둘의 연관성은 사실
누구나 대략 짐작하기에 그리 난해한 연결고리는 아니다.
그러나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한없이 막연해지기 마련이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 남재철 교수는
지금처럼 식량 잉여 시대에 변화 없이 풍요만을 추구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식량 부족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실 그 경고는 자연이 이미 인간에게 다양한 방면에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지구는 1960년부터 2020년 사이 특히 기온이 엄청 올랐고
선진국들이 위치한 북반구에서 특히 크게 올랐다.
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현대 사회는 활발한 산업활동으로 인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지구온난화를 키우고 있고 그로 인해 지구는 기온이 증가하며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도미노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힘 없는 작은 섬들은 하나둘씩 무인도화 되고 있고
빙하가 줄면서 그 영향으로 가뭄과 산불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사막화로 번지는 건 이제 시간문제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물 부족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뚜렷했던 4계절의 변화가 점점 모호해 지고 있으며
폭염과 열대야도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기후 문제' 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기후 위기' 라고 진단하는 이유는
최근 이러한 기후 변화들이 광범위하고 빠르며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수천년 혹은 수십만년 동안 전례없던 수준이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위기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 모든 변화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 종족이 문제이다.
날씨는 변해야 하는 게 맞고, 기후는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게 맞다.
사람의 기분은 짧은 시간에 시시각각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의 성격은 오랜 시간 형성되어 온 경험과 환경의 결과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변한다면 누구나 그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리아 난민, 2022년 이른 봄 꿀벌 실종 사건 등이 바로
변하지 말아야 할 기후가 변함으로써
인간 사회에 위험 신호를 보낸 심각한 문제들이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의 경우 인간 종족과는 다른 생태 환경을 가진 종들이
인간의 무분별한 착취로 인해 그들의 영역으로부터 밀려나게 되면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간 세상에 침투했다.
이는 결국 인간의 탐욕이 빚은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고
기후 위기까지 더해져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시리아 난민은 기후 위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2010년 경에 중동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던 것을 가리켜 '아랍의 봄' 이라고 부른다.
이는 시리아 내전과 난민을 발생시킨 이슈였는데
더 깊숙히 파고 들어가보니 사실 기후 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는 문제였다.
지구촌의 식량에 있어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곡물들,
즉 옥수수, 밀, 콩 등의 급격한 가격 상승이 발생할 경우
이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위로 권력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곤 한다.
2007~2008년에 걸쳐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는데
국제 원유 가격 상승으로 연쇄 반응이 일어나면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기에 이른다.
밀을 생산하는 곳에서도 식재료가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수출을 중단하게 되었고
밀 수입국가의 국민들에게는 사회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폭동으로 이어졌고 정권이 무너지는 사태로 번지기도 했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2010년에 또 다시 발생했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4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2010년 대가뭄이 들면서 과거와 똑같은 과정이 반복, 증폭되었다.
밀을 주식으로 사용하는 아랍 곳곳에서 국제 밀 가격의 폭동에 대한 책임을
장기 집권한 독재자들을 포함한 책임자들에게 물으며
그 와중에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시리아 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을 포함한 세계 전역으로 흩어져 살게 된 것이다.
이 문제의 시작이 바로 기후 위기이기 때문에
시리아 난민을 '기후 난민' 이라고 바꿔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기후 위기로부터 시작된 시리아 난민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리아 난민 문제는 유럽 국가들 간에 국제적 갈등을 야기했고
더 나아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알리는 브렉시트까지 초래했다.
기후 위기가 파생시킨 나비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상황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는 게 암울한 지점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는 결국 인간에게 위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는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종이 소멸되는 차원을 넘어선다.
2022년 이른 봄에 전체 개체수의 약 16%인 78억 마리가 사라진 것이 뉴스에 연일 보도되었다.
이런 반응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야생 식물의 90%와
세계 농작물의 75%가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꿀벌은 건강하고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하고 우리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시적 이상기온 현상으로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서
꿀벌들이 계절을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꽃 가루 수정이 제 때에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고
병해충 발생까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꿀벌의 면역력까지 떨어져
월동기 중에 활동하다가 집단 폐사에 이르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꿀벌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면 농작물의 생육과정에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인류에게는 식량 위기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꿀벌 실종 사건은 결코 하찮거나 인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기존의 활동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인간은 생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만들지 말자고
오피니언 리더들, 환경 활동가들이 그렇게 목소리 높여 호소하고 행동하는 이유이다.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할 일이 머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농업에서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 곡물자급률이 낮아지는 것부터 막는 방법으로
우선 사료용 곡물 수입을 줄이는 것이다.
소의 트림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육식과 소고기 섭취를 줄임으로써 사료용 곡물의 사용을 줄이는 것과
음식물 폐기물 처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도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변화를 향한 개개인의 의지" 이다.
기후위기는 나, 이 나라, 지구인으로서 먼 이야기가 아니다.
나만 살고 사라지면 그만인 지구가 아니다.
나의 자녀들, 자녀의 자녀들, 자녀의 자손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이다.
지구는 이미 고생대부터 현재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그 시기에 살고 있는 생물종의 70%에서 90%가 없어지면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대멸종후 살아남은 생물 종들이 자연 진화해서
새로운 지구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인류는 현재를 살고 있다.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은 대규모의 화산폭발이나 소행성과의 충돌 같은 자연적인 원인이었지만
여섯번째 대멸종은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가 트리거로써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후 변화가 세계를 빈곤하게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여전히 미약해 보이지만
결코 풍요로운 시대가 영원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지구가 식량, 에너지, 물을 공급하며 부양할 수 있는 최적의 인구수가
50억명이며 최대 부양 인구수가 80억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최대 부양 인구수를 넘었고
UN의 전망에 따르면 2057년이면 100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같은 바이러스를 퍼뜨리거나 자연재해에 기대보거나 전쟁을 일으키는 등
인구수를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법을 인간들끼리 강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8세기 말~19세기 초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의 저서 <인구론> 의 주장을
현실에서 적용할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파국이고 비극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인식의 시작은 바로
나 자신만을 위한 행동이 아닌
타인의 안녕을 바라는 이타적인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들을 지구공동체의 연대로
실현가능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리아 난민이나 꿀벌 실종 사건 이외에도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며
대멸종 시그널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