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힘과 쉼 - 쥐고 놓는 연습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카피라이터, 온라인서점 MD, 패션지 기자, 라디오 DJ, 시사 교양 프로그램 MC 에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백영옥 작가가 처음으로 낸
생활철학서, 인문 에세이 <힘과 쉼> 을 만났다.
물론 이 책의 그녀의 첫 저작은 아니다.
소설집, 장편소설, 에세이도 여러 편 있지만 그 중에서
더 자세히 들어가 나와의 인연은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부터 시작된다. https://blog.naver.com/hyuna5071/220794637611
생활철학서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제목과 부제이다.
<힘과 쉼>... 그리고 쥐고 놓는 연습.
그렇지.... 우리의 삶은 어쩌면 힘주고 힘을 빼는 일의 반복일테니.
행복하고자 하는 건 모두의 바램일텐데
모두에게 그런 바램이 가닿지는 않는다는 것이 모순이다.
너무 간절히 바라다 보면 바램이 불순한 욕망이 되어 변질되고
스스로 통제가 안 되어서 오히려 집착하게 되는 것이 무리도 아니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힘 빼는 법 조차 잊게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일까.
모든 것이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논리의 강박 속에 이미 스며들어
인간 고유의 지혜로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인간만이 가능한 통찰은 온데간데없고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본연의 '중심' 을 잃어간다.
유독 뭔가 고장난 것 같은 내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읽으면 좋을 인문 에세이였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 삶을 위해 무엇을, 언제 잡고 언제 내려놓아야 하는지
아는 것 모두 중요하다.
알아내고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세상의 만물들 중에서
나에게 엄지척은 다름 아닌 '책' 이었다.
삶이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듯 한 사람의 생각과 경험,
역할과 정체성 또한 가만히 고정되어 있지 않는 것.
나의 해석은 세상 가치 있는 모든 것은 그러므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물며 내가 가만히 고여있기만 한다면 무엇을 발견할 수 있겠나.
이것이 바로 내가 책을 늘 곁에 두는 이유이다.
또한 현재의 나에게 '살아있는 책'이 되어 깨우치게 해줄 이들을 위해
나의 한 켠을 늘 비워두고 맞이하려는 마음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이 책의 제목은 '나로 사는 힘' 이었다고 한다.
힘에만 집중했던 작가에게 쉼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계기는
그러나 그리 멀리서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21개월 된 조카 아기가 뒤집기에 성공하던 순간들,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힘 주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들에서
세상의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가 목표한 것을 성취하고 난 후
긴장을 풀며 힘을 빼는 모습에서 '힘' 의 반대편에 있는 '쉼' 을 떠올린다.
성인이 되어서는 불안함을 잊으려 계속 힘주고 있는 상황에 너무 젖어들어
언젠가부터 힘 빼는 법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백영옥 작가는 12개의 키워드로 말을 건다.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더 내밀히 들어가기 전에 보여진 12개의 키워드 중에서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자신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키워드에 아무래도 마음이 가지 않을까?
내게 그런 키워드를 묻는다면
느림 / 감정 / 비움 / 경청 / 휴식 / 자아 / 공감 / 성장 이다.
완독한 후에 인상적인 문장들은 그렇다면 어떤 키워드에서 발견했을까?
결과적으로 키워드마다 필사하지 않은 구절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꼽는다면 이런 것들이다.
"빈곤의 시대와 풍요의 시대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달라진다."
"휴식의 강도보다 빈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심리학에서 행복이 강도가 아닌 빈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새로운 행복학 연구들은 삶에서 '축적' 못지 않게
'배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는 게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요지다."
"세상 모든 일은 결국 태도의 문제다.
맞벌이 아내의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며,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이다.
수동이 능동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부름에 '응답하는 능력'이라는 뜻을 가진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이번 주면 어느덧 72주차 주간일기에 접어든다.
공개적인 글로 올리다 보니 당연히 불특정 다수가 나의 일기를 접하는 상황이지만
내가 처했던 상황과 당시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해방감과 뿌듯함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곤 한다.
글쓰기의 투사 효과에 대한 부분을 읽다 보니
실생활에서 적용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내 마음에서 분리해 다른 곳으로 쏘는 행위, 투사!
"한 발짝 물러난 거리에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소진된 마음은 충전되기 시작한다."
72주차를 앞두고 지금껏 내가 주간일기를 쓰고 있는 이유를
명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맞다... 나는 주간일기를 쓰면서 나의 한 주를 돌아봄으로써
앞으로 또 소진될 것이 뻔한 나의 현재에서 미래를 대비해 충전해 오고 있던 것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일기를 쓰는 것?
일기를 쓰는 주체는 당연히 '나' 이기에 호칭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3인칭 관찰자 시점에 맞는 호칭을 새롭게 창조해 봐야겠다.
무엇이 좋을까?
당장 이번 주 72주차 주간일기부터 적용해 보리라!
이렇게 해서 백영옥 작가의 인문 에세이 <힘과 쉼> 은
나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책이 되었다.
"꽃길만 걷겠다는 낙관이 아니라, 두렵고 떨리지만 돌길이 나와도 걷겠다는 희망이다.
우리의 마음을 끄는 건 결코 완전무결함이 아니다.
결국 결함이다."
백영옥 작가의 책을 보면 이렇게
니맘내맘같은 문장을 많이 건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