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인간 -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민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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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고 보니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책을 만나는 일은

적어도 나에게는 필연이었나보다.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사랑하는 스페인의 17세기(1601년생) 철학자의 책이라는 소개 정도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데

되짚어 보니 올해 여동생의 생일선물로 내가 구입해서 보내 준 책 역시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아주 세속적인 지혜> 였다.

첫 만남은 내가 미처 어떤 인물이었는지도 모른 채 무심코 나를 스쳐 갔지만

결국은 이렇게 내 손안에 발타자르 그라시인의 교양 철학책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나보다.

뭔가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처럼 나혼자 의미부여하면서

신비로움을 지닌 채 책을 펼쳐보았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25세에 사제 서품을 받고 이미 28세부터 인문학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3년 간의 수도원 수련기를 마치고

'인간의 근본' 에 관한 삶의 지혜를 설파해온 철학자이다.

니체와 쇼펜하우어에게 영향을 준 인물인 만큼

고난과 시련이 불가피한 우리의 삶에서

의연하고 단단하게 살아낼 수 있는 인간 덕목 25가지를

<완전한 인간> 이라는 주제 아래 소개하고 있다.

낯선 책과 친해지고자 접근할 때 나의 습관들 중 하나는

제목을 두고두고 읽어보며 저자의 의도를 여러 방면으로 짐작해 보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모든 책에 자신의 의도나 메시지를 심어놓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독자 입장에서 나름 진지하고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읽었는데

막상 저자에게 확인해보면 '별 생각없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맞아떨어졌다~'

뭐 이런 경우가 적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기에.

그간 국내 작가들과의 북토크 경험상 그랬다.^^

그런데 이런 번역본은 저자의 의도를 짐작해 보기에 앞서 원제부터 체크하고 본다.

"El Discreto"

스페인어 "El Discreto"'신중한', "입이 무거운, '빈틈없는' 이라는 뜻을 지닌다.

책 제목에서부터 다소 의역의 향기가 묻어나는 <완전한 인간> 같은 번역본은 그래서

그 원제를 확인하고 나서 읽어 보니

'완전한' 이라는 의미를 선뜻 떠올렸을 때의

'complete', 'perfect', 'flawless' 와는 결이 좀 다르게 수용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이 교양 철학책을 열고 닫을 때 하나의 문장을 내세웠다.

"어디서든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합니다."

인간은 각자 자신만의 기질과 기량을 갖고 태어나며

자신만의 능력이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면

이 세상의 고난들에 쉽게 좌절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갉아 먹는 것은 변덕이라 칭했고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한 번에 드러내지 않아야 하며

어떤 식으로든 박수를 받는데 급급한 허풍쟁이를 또한 경계하였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은

사려깊은 단어를 사용하고 절제할 줄 알며 끝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완전한 인간을 신중한 인간이라고 그 의미를 전환시켜 볼 때

개인적으로 신중한 인간과 맥을 같이 하는 지혜로운 자는

저자가 소개하는 25가지 인간 덕목 중에서 '끝을 생각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유한한 인간의 본성을 더 어리석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소를 욕망이라고 볼 때

인간은 스스로 최고치라 생각하는 그 순간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며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질주한다.

그 행동이 추후에 자신에게 독이 되어 오는 것도 모른 채.

인간의 바램이 현실로써 영원할거라고 믿는 이 어리석음과

인간끼리 서로를 해치는 역사가 반복되는 한

인간의 타락은 불가피한 걸까 씁쓸하게 자문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제안하는 인생의 지혜를 찬찬히 짚어나가다 보면

그러한 인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위대함, 숭고함, 그리고 탁월한 면면은 여전히 빛을 잃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을 향한 기대와 희망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완전한 인간은 자신의 판단력이 옳고 자신의 취향이 성숙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항상 주의깊게 말하며 천천히 행동합니다.

위대한 사람은 진실과 보여지는 것을 구분합니다.

훌륭한 사람은 위선적인 것들도 모두 꿰뚫고, 눈치채고, 깨닫고, 이해하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상황을 정의합니다.

위대한 인간은 함부로 감탄하거나 함부로 깔보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평가를 이야기할 뿐입니다.

<완전한 인간> 중에서



인상깊게 여긴 덕목들 몇 가지를 풀어놓긴 했지만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말하는 '신중한 인간' 이 되는 인생의 지혜 25가지는

결국 하나로 수렴되는 듯 하다.

카이사르도 진실은 완전함이라고 여겼던 것처럼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기 위해 나아가는 완전한 인간은 곧 진실한 인간이라고.

이 교양 철학책에서 소개하는 그 25가지 덕목을 다 갖춘 사람을

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리도 만무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이 이 덕목들을 다 갖췄다고 해서 완전한 인간이 될 수도 없다.

그런 사람은 단언컨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본 위대한 인간이란

동시에 이 모든 덕목을 발휘할 수 있지도 않으며

여러 완벽함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다고 그는 '정의'한다.

탁월한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나 자신의 주인이 되고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제안하는 25가지 지혜 중에서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덕목 하나 정해서 노력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운좋게 25가지 인간의 덕목 중에

내 안에서도 하나쯤은 발견할 수도 있고.^^

더불어 '나'라는 우주가 변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은 하나의 방향도 아니고 그 방향이 정해져 있지도 않는 것.

(요즘 다윈주의에 빠져있는 관계로...^^;)

그저 성장하든 퇴보하든 항상 변화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인생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는 나아감을 추구함으로써 성숙해지는 일.

이것으로부터 완전한 인간의 역사는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성숙한 인간과 진실한 인간의 상이 내 안에서 겹쳐지는 듯 하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완전한 인간> 은 이렇게 내 안에 이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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