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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걱정 따위》

 

시마자키 칸 / 한빛비즈 / 2016-08-30
반양장본 / 248쪽 / 197*134mm / 356g

 


'당신의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얼마일까?'라는 부제를 바꿔 말한다면, '당신은 일어날 가능성도 희박한 일을 왜 힘들게 걱정하고 있는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쓸데없는 걱정 따위나 하고 있구만'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굳이 돌려 들을 필요는 없겠다.

 

평소 참 많은 걱정을 달고 다니는 나로서는 이런 책을 볼 때마다 혹할 수밖에 없다. 일어날 가능성 없는 일을 상상하느라, 또 닥치지 않은 일을 미리 당겨 걱정하느라 잠을 못 이루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수두룩하게 일어나고 있으므로. 가장 답답한 일은 이런 걱정들이 정말 쓸모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걱정을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내세운 '걱정을 숫자로 계산할 수 있다면?'의 컨셉은 그런 점에서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래프와 수치로 나타낸 걱정 사례라니. 숫자와 논리에 약한 나로서는 벌써 설득 당할 준비를 하나 보다. 저자의 집요함도 엿보이고, 심각한 기분으로 읽었다가 웃음이 터질 것도 같다.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하게 된다. 물론 구체적인 숫자로 계산해봐도 걱정스러운 부분은 남기 마련이다. 그래도 막연한 불안에서는 벗어나 한발 앞으로 내딛을 수 있다. 그 숫자를 보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인지, 그 정도면 됐다고 안심할 것인지 그저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걱정되는 게 있다면 꼭 ‘숫자’로 바꿔보기 바란다. 지금까지 걱정했던 것보다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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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에 만나요》

 

용윤선 / 달 / 2016-09-19
반양장본 / 300쪽 / 200*145mm / 390g

 

 

13월은 언제쯤일까. 겨울의 한가운데 즈음, 두꺼운 점퍼를 입고 시린 손을 비비며 따뜻한 마실 것을 찾는 내가 그려진다. 달력엔 없지만 가늠할 수는 있을 것 같은 13월. 포근함이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전작 「울기 좋은 방」과 마찬가지로 커피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작가 자신이 좀 더 드러내어 삶의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각자의 이야기는 특정 지명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목차를 보다가 제목과 장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던 걸까, 나름 상상도 해본다. 이런 책은 책을 구경하는 재미를 준다.

 

일상의 모든 것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람, 그녀가 가는 곳,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싫든 좋든 사람의 말을 담아 집으로 돌아가 하루이틀을 함께 살았다. 하루이틀을 함께 살았던 말보다는 일주일 열흘을 함께 살았던 말이 더 많았고, 평생의 반을 함께 살고 있는 말도 있다. 이해되지 않는 말도, 노여웠던 못된 말도 집으로 돌아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더운물로 몸을 씻으며 살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말도 없었으며 노여움도 사라졌다. 혹여 끝까지 이해되지 않거나 노여움이 일면 가슴에 구멍 하나 파서 묻고 소주 한 병 마시고 긴 잠을 자고 일어나 지리멸렬하게 生을 이어가다보면 괜찮아지곤 하였다.
- 「청둥오리 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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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재의 비하인드》

 

권혁재 / 동아시아 / 2016-09-07
양장본 / 280쪽 / 233*177mm / 799g

 

 

사진 에세이다. 부제는 '세계를 발견하는 방법, 그리고 어떤 대화들'이다. 오랜 세월 사진전문기자로 일하면서 보고 들은 사람들의 삶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고 한다. 때로는 찰나를 담은 사진이 쉼없이 움직이는 영상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삶을 순간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셔터를 누르는 그 잠시의 순간에도 참 많은 고민이 필요했겠다, 싶다. 사진을 평소 좋아하기도 하지만 저자가 만나고 함께 작업한 사람들을 보니 더욱 흥미가 생긴다. 사진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이야기가 보일지 궁금해진다. 그 속에서 자연스레 나도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멋있게 찍고자 하는 고민과 그럴듯한 장소를 찾는 시간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그래야만 독자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답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마감을 할 때는 언제나처럼 세 가지 관점이 고민되었습니다. 그나마 무턱대고 대상의 관점으로만 사진을 선택하는 일은 드물어졌습니다. 그들의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더 컸던 까닭입니다.
- 머리말

 

 

 

 

 

 

 

 

 

《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 아작 / 2016-09-20
반양장본 / 356쪽 / 197*137mm / 407g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뛰어난 페미니즘 SF 작품들을 한 데 모았다고 한다. 소설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통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사고의 확장을 시도한다고. 확실히 문학적으로 '혁명'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긴 한데.

 

하지만 SF와 페미니즘의 관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왜 하필 SF여야 했을까. 
 

이 책의 편집자들이 가장 신경을 쓴 지점은 21세기 들어 SF 소설계가 맞고 있는 페미니즘 르네상스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었다. SF 소설계의 페미니즘 논의도 크게 보면 전반적인 여성운동의 물결과 궤를 같이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여성참정권 운동으로 대변되는 1차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고,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1970년대에 젠더와 성역할, 가부장제에 주목한 2차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다. 페미니즘 SF 소설의 황금기는 이 2차 페미니즘 물결과 함께 시작됐다. 1990년대에 시작된 3차 페미니즘 물결은 서구 백인 여성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들 간에 존재하는 인종적, 계급적, 개체적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남녀의 경계를 넘어 보다 다양한 성 정체성과 여성적 지위에 있는 여러 대상들과의 연대에 주목한다. 현재 SF 소설계가 맞은 페미니즘 르네상스는 넓은 의미에서 이 3차 페미니즘 물결과 흐름을 같이 한다. 21세기 들어 SF 소설계에는 여성작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요 상들을 석권하는 한편, 전에 없이 다양한 인종과 국적, 성 정체성,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목소리가 뚜렷이 반영되고 있다.
- 출판사 책소개 중에서.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다. 새로움을 마주하기 전에는 언제나 긴장과 설렘이 있다.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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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6.9.10》

 

악스트 편집부 / 은행나무 / 2016-09-01
반양장본 / 248쪽 / 259*186mm / 505g

 

악스트 9·10월호가 나왔다.(흐뭇) 악스트의 빠(?)로서 당연히 기대가 된다. 호기심에 손에 들었던 악스트 창간호를 통해 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문학에 대한 관심을 회복했고, 무엇보다 더 이상 심각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찾아왔달까, 이전의 강박을 떨쳐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잡지에 뭐가 있길래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되어서 나에겐 좋은 잡지다. 그때 다른 책을 잡았더라도 지금과 같았으려나. 그건 아닐거다.

 

이 잡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단연 다채로운 구성이다. 하지만 다채로움이 내용을 잡아먹는 일은 없다. 매 코너마다 알찬 텍스트가 자리한다. 단편소설, 연재소설, 작가의 인터뷰, 서평, 에세이, 번역문, 그리고 지난 호부터는 사진과 문학을 결합한 코너도 새롭게 등장했다. 사람에 따라 기호는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채로운 서평과 Axtstory라는 번역코너를 가장 좋아한다. 글을 읽는 행위 자체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재밌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가치를 먼저 이야기하기 전에는.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 양철북 / 2016-09-07
반양장본 / 320쪽 / 210*145mm / 372g

 

최근에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을 읽으면서 바다를 망치는 플라스틱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작은 입자로 분해되어 조류를 타고 바다 전체로 퍼진다. 플랑크톤이 섭취한 그 입자들은 생선 등으로 우리 몸 속에 축적된다. 얼마나 끔찍했던지 당분간 해산물을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기분이 들었다. 비단 바다만의 문제는 아니지 싶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무슨 물질인지도 모르고 써왔던 수많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필요에 부합하는 책이 나온 것 같다. 이 책은 '플라스틱 없이 한 달 살기'를 실험하는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플라스틱을 향한 나의 기분은 심각할지 몰라도, 이 가족의 이야기는 그렇게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다. 책의 목차만 읽어봐도 유쾌함이 느껴진다. 엄청난 역경과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그 와중에도 재미있게 프로젝트를 실천해가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참 궁금하다. 지금 순간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주변을 잠깐 돌아봐도 플라스틱 천지인데, 정말 쉽지는 않았겠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평소 무감각하게 플라스틱을 마구 써왔을 거라는 사실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도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기대했던 것처럼 콘돔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내용이 주르르 달려 있었다. 압권은 “양의 내장을 잘 가공해 사용해 보시길!”과 “이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금욕을 하시는 게 어떨지?”라는 것이었다. 남편과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콘돔은 천연고무로 만든 것이니 석유제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 외 특별히 고려할 만한 힌트는 없었다. 비닐 포장이 되지 않은 콘돔에 대해선 그 누구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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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 창비 / 2016-09-09
반양장본 / 99쪽 / 200*125mm / 146g

 

박웅현 작가의 강독회에 갔다가 소개받은 짧은 영화 클립으로 이 시인을 처음 만났다.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에서 시 선생님 역으로 등장하는데, 연기가 아주 자연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사과를 두고 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그가 새 시집을 냈다. 사람은 정말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거라지만, 그를 영상으로 처음 접했던 나로서는 제목이 좀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할 말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제목과 문장에서 감성이 뚝뚝 떨어진다. 원래 그는 섬세한 서정시로 유명하다. 잔잔하게 가슴을 치는 말들로 삶을 속삭이는 그가 좋아졌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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