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에 만나요》

 

용윤선 / 달 / 2016-09-19
반양장본 / 300쪽 / 200*145mm / 390g

 

 

13월은 언제쯤일까. 겨울의 한가운데 즈음, 두꺼운 점퍼를 입고 시린 손을 비비며 따뜻한 마실 것을 찾는 내가 그려진다. 달력엔 없지만 가늠할 수는 있을 것 같은 13월. 포근함이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전작 「울기 좋은 방」과 마찬가지로 커피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작가 자신이 좀 더 드러내어 삶의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각자의 이야기는 특정 지명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목차를 보다가 제목과 장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던 걸까, 나름 상상도 해본다. 이런 책은 책을 구경하는 재미를 준다.

 

일상의 모든 것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람, 그녀가 가는 곳,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싫든 좋든 사람의 말을 담아 집으로 돌아가 하루이틀을 함께 살았다. 하루이틀을 함께 살았던 말보다는 일주일 열흘을 함께 살았던 말이 더 많았고, 평생의 반을 함께 살고 있는 말도 있다. 이해되지 않는 말도, 노여웠던 못된 말도 집으로 돌아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더운물로 몸을 씻으며 살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말도 없었으며 노여움도 사라졌다. 혹여 끝까지 이해되지 않거나 노여움이 일면 가슴에 구멍 하나 파서 묻고 소주 한 병 마시고 긴 잠을 자고 일어나 지리멸렬하게 生을 이어가다보면 괜찮아지곤 하였다.
- 「청둥오리 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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