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을 읽는 중이다. 자본 비판, 유물론과 신학의 결합, 전통 예술의 아우라 상실과 복제 예술품의 등장 등 다양한 주제들이 언급되는 발터 벤야민의 작업은 주로 19세기 유럽, 특히 파리가 배경이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 급한 주제들이 있다. 가령 우리사회 곳곳에 널린 적폐들, 여전히 권력기관의 위세에 눌린 민주화 문제, 샤머니즘, 기복신앙을 맴도는 불교와 기독교, 화해무드인 남북문제, 노동문제, 성소수자, 근자 새롭게 대두된 난민문제 등등.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딜레탕트인 나는 벤야민을 어데까지 공부해야할까. 한마디로 쉽지 않은 노릇이다. 우선 지금까지 읽고 공부한 내용을 나열해본다.
1. 아트 앤 스터디 8개 강좌 수강
2. 평전, 전기, 해설(<아케이드 프로젝트>해설 포함) 등 2차서 읽기.
3. 벤야민의 주요 글을 발췌 수록한 반성완 교수의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읽기. (<일방 통행로> <베를린 연대기>, <베를린 유년시절>읽기 포함)
아마추어라면 누구나 여기까지 공부는 대체로 가능할 것이다. 한데 지금 내 앞에는 아직 더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있다. 최성만, 최문규, 문광훈 등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서, 보들레르의 시, 카프카, 프루스트의 소설, 그밖의 최근 번역된 새로운 평전, 최종적으로 <아케이드 프로젝트> <독일 비애극의 기원>을 비롯한 번역 원전들이 그것. 그렇다면 앞으로 어느정도 어데까지 더 파고들어야 할까.
- 앞으로 공부 계획
원전 읽기, 연구서 읽기 등은 유보내지 포기하고, 위 1~3까지 이미 했던 공부를 다시 한 번 반복하는것도 좋겠다. 공부라는게 하기로들면 끝이 없다. 전문 연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공할것도 아닌데 굳이 끝까지 파고들 필요가 있을까. 한때는 발터 벤야민을 계기로 비판이론가인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등 프랑크프르트 학파의 작업, 데카당한 난해시로 치부했던 보들레르도 이 기회에 함께 살펴볼까, 해봤지만 나의 지적 한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엇보다 더 재밌고 급한 공부들이 많은데 굳이 발터 벤야민 하나에 매달릴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 끝까지 파고들지 못하는거, 도중에 엉거주춤하기, 이래서 바로 아마추어 소리를 듣는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