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는 이유로 책과 더 가까이 해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생긴다. ^^ 그저 평소의 마음대로 읽어주면 될 것 같기는 하다. 조금은 더 마음을 말랑말랑해주는 책이 많이 눈에 띄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간평가단으로 새로운 시작을 해본다.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니까..." 이렇게 뭔가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문구가 있을까. '원래' 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가 이렇게 큰지 몰랐다.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왔다는 작가의 삶 자체를 옮겨놓으면 이런 느낌일까 싶다. 정확하게는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누군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가슴을 시리게 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프다 못해 처절한 삶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마음 아픔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는 저자의 말에 감동을 느끼고 싶다. 여름이 갔어도, 가을이 왔어도... 추리소설의 끌림은 계속 된다. 쭈욱~ ^^ 주유소 알바생인 신종민은 30대 중반으로 10억이나 되는 빚을 지고 있는 신용불량자. 어느 날, 그의 앞에 고급 외제차를 몰고 나타난 사람이 뜻밖의 제안을 한다. 일주일간 게임을 하면 모든 빚을 없애주겠다는 것. 출판사의 책 소개가 참 짧다. 이 책을 읽은 누군가는 스포일러가 될 까봐 리뷰 쓰기가 겁난다고 했다. 그만큼 이야기 자체를 직접 읽어보지 못하면 그 흥미진진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읽어봐야 그 끝을 보고 개운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끌어간다는 그 이야기가 궁금해 미치겠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해보는 여자와 애초에 사랑보다는 물질의 논리에 길들여진 남자, 그리고 그들을 얽고 있는 다중의 관계들 속에서 은밀한 연애가 꿈꾸게 하는 것, 맛보게 하는 것, 또 그것이 돌려주는 것,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묻고 있는 이 소설은, 매혹적이면서도 파멸적인 연애들이 꽃피고 스러져가는 참혹한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조금은 독한 연애인가? 위험한 연애인가? 소개글 몇 줄로 이 한권의 책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 조금은 부드러운 느낌의 연애를 들려주지 않을까 했던 기대감보다는 시니컬한 느낌의 연애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나의 연애가 시작하고 끝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모든 연애가 그러하듯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이름에서 풍기는 재미와 포스가 있지만, 소개글 한 줄이 유독 눈에 들어오네요. 용의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라니... 어두워 보이지만 분명 진실은 있고, 그 진실을 같이 파헤치려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독자들이 있고. 용의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불륜(두 사람이 싱글이 아니므로)이지만 그 불륜마저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게 하는 매력을 담아놓았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또한 늘 그렇듯 작가가 풀어내는 미스터리와 함께 사회의 한 구석의 어두운 부분을 비춰주는 이야기로 가슴이 덜 차갑게 해줄 것만 같은... 늦지 않게 다시 만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