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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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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딴짓'이라곤 모르고 사시는 분이다. 특히 혼자 하실 수 있는 작은 취미가 전혀 없으셔서 휴일에 집에서 하시는 일은 주무시거나 TV를 보시는 게 전부이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야말로 삶의 괴로움을 견디는 가장 좋은 비타민이 아닌가. 시간, 장소, 인원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취미는 온전한 평화와도 같다. 

 

이 책의 저자 이기진은 물리학자이자 걸그룹 투애니원의 멤버 씨엘의 아버지이다. 물리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가 쓴 책이라기에 이 책은 표지부터 너무 발랄(?)하다. 아마 표지부터 '딴짓'의 결과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딴짓'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희한한 물건들을 모으는 것이다. 역사와 사연을 담은 물건들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며 즐거워하는 저자의 모습은 마치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 같다. 학자답게 물건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 사이사이 저자의 추억도 한몫 거든다. 

 

한번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앞뒤를 못 가리는 상태가 된다.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보기엔 이런 상태의 나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중략) 세상엔 이런 흥분과 열정에 빠질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고마운 열정인가?(41쪽)

 

나이가 들면서 가장 빨리 잃어버리는 것이 바로 호기심, 열정, 몰입이다. 원하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포기하는 것은 점점 늘어나는데 그런 삶이 당연한 것처럼 스스로를 세뇌한다. 그럴수록 불만과 스트레스는 점점 더 쌓여 가지만 애써 외면하고 묵묵히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버틴다. 물리학을 전공하면서도 문과대 강의를 더 많이 들으러 다녔던 별종 이기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행복이란 그리 큰 것이 아니다. 나만의 시간을 보장받고, 그 시간에 남들이 뭐라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마 지금보다 몇백 배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읽다 보면 불편함도 느껴진다. 예를 들면,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해 "사실 해 보면 간단한 일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그중 하나가 만화를 그리는 일이다."라고 한 부분이나 너무 바빠서 그림 그리고 싶은 소망을 미루고만 있는 어느 잡지사 사장에 대해 "죄송하고 불행한 예언이지만, 그 사장님은 그림을 다시 그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20대에 헤어진 애달픈 첫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확률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라고 한 부분이 그렇다. 요리에 대해서 "그냥 편한 대로 최종적인 맛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와 도구를 이용해 만들면 그만이다."라고 한 것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문장에 담긴 뜻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뭐든 시작하면 어렵지 않은데 거창하게 생각하니까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건 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입장에만 비춰서 단정짓는 사고방식은 읽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갈수록 스스로의 관점만이 옳고 다수에게 당연한 것은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는 사회에 살다 보니 뜻이 좋아도 배려가 부족한 문장을 만나면 아쉬움이 커진다. 

 

그래도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마음에 든다.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24시간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숨가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이 사람에게는 늘 필요하다. 꼭 이기진 교수처럼 외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수집하고, 로봇을 만들고,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딴짓'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다. 살면서 한눈 좀 판다고 세상이 뒤집어지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으니까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에 즐거움을 심을 수 있는 딴짓을 찾아보자. 한 가지로 모자라면 두 가지, 세 가지도 좋다. 잘할 필요도, 평가받을 필요도 없는 딴짓이 우리의 삶을 조금은 반짝이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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