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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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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읽는 사람에게 작가 윤대녕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윤대녕이 한국문학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상당히 크니까 말이다. 하지만 윤대녕의 작품을 아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내 경우 윤대녕이라는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산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는 전혀 몰랐다. 

내가 읽은 윤대녕의 책은 소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끝까지 읽지 못했지만. 잡은 책은 좋든 싫든 어지간하면 끝까지 보는 성격이지만 이 소설만큼은 힘들었다. 나와는 도저히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사정 때문에 거의 백지 상태로(하지만 약간의 부정적 견해를 가진 채)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영 맞지 않아도 에세이는 즐겁게 읽었던 작가들이 꽤 있었기에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를 읽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 밀려왔다. 도대체 윤대녕 작가의 어떤 부분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일까. 겉으로 확 드러나지 않지만 글 아래 깔려있는 미묘하게 어둡고 까끌까끌한 정서 때문인 것 같았다. 꼬장꼬장하고 예민하고 까탈스러워 보였다. 사람으로 따지면 첫 만남에서 친해지고 싶지 않아 어색하게 인사만 하고 자리를 피하게 되는 타입이랄까. 

하지만 그런 불편함과는 별개로 윤대녕의 문장은 멋지다.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잘 세공된 보석처럼 깨끗하고 정갈하게 다듬어진 문장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운명은 어쩐지 태어날 때부터 그 집에서 이미 결정지어져 세상으로 내보내졌다는 쓸쓸한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뭔가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곤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집이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만, 내게는 어쩔 수 없이 그렇다. - 17쪽

낯가림이 있는 사람들은 막상 누구와 가까워지게 되면 연애라도 하듯 서로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어렵사리 마음을 터놓고 지내다 보니 그와 나는 동맹을 맺은 듯 어느덧 서로 놓여나지 못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 47쪽

나는 늘 고향의 너른 들판과 아침저녁으로 물안개가 서리는 개울과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과 심지어는 가축들까지 그리워하며 살았다. 수구초심이란 과연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 101쪽
단정하고 서정적인 문장이 마음에 들어 좀더 읽고 싶기도 하지만 역시 어려울 것 같다. 주변에 윤대녕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지만 내게는 힘든 작가이다. 작가의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란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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