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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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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리움이라 말할 때 사라진 꿈들은 세상 어느 곳에도 없었다.(226쪽)

나는 '김광석'이라는 가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좋아하는 노래 몇 곡이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이 노래들이 김광석의 곡이라는 것을 안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김광석이 그만큼 좋은 노래를 많이 남긴 가수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짧은 생을 치열하게 살았던 그가 남긴 노래들은 편안하고 아늑하다. 사람들에게 미소와 눈물을 주는 노래 뒤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 책은 한 권의 시집 같은 느낌이었다. 단지 글이 짧아서가 아니다. 운율이 느껴지고, 마음을 울리고, 단어 하나하나가 아름답다. 그래서 낙서 같은 글도 그냥 슥 읽고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그의 글을 읽으며 김광석은 솔직하지만 솔직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으리라 조심스럽게 상상해 봤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 김광석'과 관련된 네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 첫번째가 '새로움', 두번째는 '삶과 사랑', 세번째는 '세상을 보는 시선', 마지막으로 '노래'이다. 


버릴 수 있는 자만이 새로움을 맛볼 수 있다.(49쪽) 

김광석은 새로움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익숙함에 안주하고픈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가지 마음 중 한쪽이 승리하기에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싶다.  


삶이란 어떻게 보면 시종일관 기다림인 것만 같습니다.(60쪽) 

김광석은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아프더라도 사랑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었고, 빠르고 급한 세상 속에서 '틈'과 '여유'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알고는 있어도 실행하기는 어려운 일들을 그는 삶 속에서 조금씩이라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사람, 사람, 참 어리석은 동물이다.

스스로 함정을 파놓고 그 안에서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민하는 답답한 생물(113쪽)

김광석은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무 빠르게 변하고, 전통을 소중히 하지 않고, 획일화된 사람만을 선호하고,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을 바로잡을 힘이 없음을 인정하지만 적어도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꿈에서라 볼 수 없는 세상을 노래로 본다.(162쪽) 

사실 앞의 세 가지 키워드가 모두 '노래'로 수렴된다. 노래를 직업으로 삼은 계기는 '어쩌다 보니'였지만 그는 역시 태생이 음유시인이었던 것 같다.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들려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노래만큼이나 아름다운 글을 읽다 보니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작가로서 책도 몇 권 냈을 것 같다. 


김광석은 한없이 외로워했지만 그래도 '행복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기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그의 글들이 하나하나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행복하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이다. 미처 완성되지 못한 그의 다섯번째 앨범에 실릴 예정이었던 노랫말들을 작게 소리내어 읽으며 그의 목소리를 떠올려본다. 아쉽고, 아쉽다. 김광석의 부재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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