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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법칙 - 그랑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말하는 요리와 인생
피에르 가니에르.카트린 플로이크 지음, 이종록 옮김, 서승호 감수 / 한길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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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리에는 이야기가 있는데,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가 만든 인육 요리에는 한니발 렉터의 잔혹성과 세상에 대한 조롱 있고,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에서 마스터가 만드는 요리에는 상처 받고 소외된 이를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는 위로와 존중이 있다.


피에르 가니에르의 요리 이야기에는 운명이 있는 것 같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인터뷰 마지막에서 자신의 요리 인생을 한 문장으로 결론지었다.


"제가 40년 이상 마음 속에 간직해왔고, 현재를 이해하게 해준다고 믿는 문장을 남기고 싶습니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자신이 마음먹은 것을 실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운명이 정해준 역할을 실현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 얀 파토카 ] p337


피에르 가니에르는 요리사 아버지한테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장남이기 때문에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어릴 때부터 요리를 시작했다는데, 피에르 가니에르한테 요리는 운명이었다.


이를 테면,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산까지 애를 쓰며 뛰어가는 게 아니라 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산 안에서 애를 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산에서 나뭇꾼으로 살든 땅꾼으로 살든 그 역시 아버지한테 보고 배운 것이었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 ‘인간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운명이 정해준 역할을 실현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말을 40년 이상 마음 속에 간직했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피에르 가니에르가 요리를 할 때 직감에 의존한다고 말했을 때, 요리사로서 나에게는 주어진 운명이 있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매번 새롭게 노력한다는 이야기,요리사한테는 체력이 중요하므로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책을 즐겨 읽고 팀원들과 함께 전시회를 자주 간다는 이야기,팀원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요리는 셰프 한 사람의 능력이나 성격, 창조성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팀 전체에 달린 문제라는 이야기...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주어진 운명에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은데, 피에르 가니에르는 운명을 기꺼이 즐기고 있고, 운명 속에서 세상에 최선의 것을 베풀고자 하니 이 사람은 정말 요리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 페란 아드리아는 대단히 지적이고, 직관력도 있는 데다 창의력도 상당한 사람이죠. 그렇지만 저와는 극과 극이라고 해야할까요? 우리는 서로 양극에 서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요리를 하죠. 올리브가 주제인 요리를 예로 들어볼게요. 아마도 그는 올리브의 맛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올리브로 만든 것이 아닌 요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거예요. 그가 추구하고 발전시킨 요리의 방식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으니까요. 아드리아는 분명 화학 작용으로 만들어진 재료나 화학 기법을 통해 섬세한 맛이 느껴지는 올리브 요리를 만들겠지만, 저는 그와 완전히 정반대의 방식으로 실제 올리브를 매우 단순하게 조리해서 그 올리브의 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거죠. 제게는 그런 요리가 완성의 개념입니다. 오히려 올리브의 맛 외에 또 다른 어떤 맛을 내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저에게는 더 중요하죠. p233

* 요리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감동을 주며, 마음을 흔드는 요소가 분명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리고 제 내면에 저를 지배하는 어떤 정신적인 질서라는 것이 실재한다는 것도 느끼죠. p223

* 요리는 ‘다차원의 감각’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리는 귀, 입, 코, 눈 그리고 궁극적으로 정신까지 자극하고 감각을 전달하죠. 어떤 예술 장르도 이런 복합성을 가지지 못합니다. p222

* 저는 셰프예요. 셰프는 리더라는 뜻이기도 하죠. 즉 제 뒤를 잇는 수많은 요리사들의 선두에 선다는 것을 감수해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물론 거창하게 젊은이들의 스승이 된다거나 멘토가 되는 것은 원치 않아요. 그저 옆에서 그들이 배웠으면 하는 점들이나 삶의 원칙 같은 걸 알려주고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그들의 멘토가 될 만한 부분은 열정과 성실밖에는 없어요. 제 역할은 앞으로 함께 갈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젊음과 호기심이 저를 재촉하고 있기도 하고요. p268

* 요리는 셰프 한 사람의 능력이나 성격 그리고 창조성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팀 전체에 달린 문제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은 제 창조성을 내세워서 혼자 모든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를 팀에게 전달하고 함께 표현하고 검토하고 반복하면서 겸허한 마음가짐을 갖는 등 집단 가치에 매달리고 있죠. 절제(la frugalite)와 부드러움(la douceur) 그리고 다정함(la rendress) 이 제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들입니다. p330

* 빔 벤더스 감독은 "이미지를 통해 세상에 최선의 것을 주고자 했다." 고 말한 적이 있었죠. 저는 요리로써 세상에 최선의 것을 베풀고자 했어요. p276

*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근사한 접시에 소스로 줄을 그어 무늬를 내기 시작한 건 제가 처음이죠...(중략)... 그런데 사실 전 이 방식을 이제 더 이상 쓰지 않죠. 완전히 버렸어요. 다른 예를 들면 독특한 모양의 접시를 사용한 것도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메뉴에 대서양 게나 서대같이 재료의 이름을 제목을 단 것도 저희 레스토랑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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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법칙 - 그랑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말하는 요리와 인생
피에르 가니에르.카트린 플로이크 지음, 이종록 옮김, 서승호 감수 / 한길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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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가니에르의 인터뷰인 <감정의 법칙 - 그랑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말하는 요리와 인생>를 읽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감정의 법칙> 인지 궁금했는데 중반 즈음 읽다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느냐는, 카트린 플로이크의 질문에 피에르 가니에르는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요리를 소개할 때, 접시에 올려놓은 요리를 보며 어떤 식으로 감정을 더 넣어줄 수 있을지 생각하죠. 색다름을 강조하기 위해 우아함의 포인트를 어디에 줄지 생각하는 식이랄까요. 아주 소소한 것들이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모이면 제가 머릿속에 그린 것을 속이지 않고 표현할 수 있거든요...(중략)...감정을 꾸밈없이 표현할 방법을 생각하는 거죠. p182-183”


피에르 가니에르가 음식을 만들 때 음식에 감정을 담으니, 자신의 음식과 요리 인생을 말하는 이 책의 제목이 <감정의 법칙>이 된 것 같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음식에 우주를 담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피에르 가니에르가 음식에 담는 감정이란 아이가 우주를 바라보는 경이로움, 세계를 캔버스에 그리는 화가의 마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피에르 가니에르의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며 이 사람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마에스트로 같다고 느꼈다. 지금, 감정을 말하는 이 부분을 읽으니, 이 사람은 아이이자 예술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피에르 가니에르:질서, 철저함,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p95

* 피에르 가니에르:우연한 기회와 제 마음 속의 감각이 시동을 걸면 창작의 단계로 움직입니다. 어제 만들었던 요리, 아니면 20년 전에 제가 만들었던 요리에서 느낀 작은 충동과 직감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면서 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거죠. 그러니까 새로운 건 하나도 없는 셈이에요. 저는 제 요리 인생을 한 폭의 자수같다고 생각해요. 데뷔 시절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달렸고, 제 인생을 마칠 때까지 완성하고 싶은 자수 말입니다.p185

*피에르 가니에르:한국의 많은 젊은 요리사들은 이미 전 세계 요리의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말로 똑똑하고 성실하며, 일을 배우는 속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요. 절대로 후배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얘기가 아니에요.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좀더 자주 여행을 했으면 좋겠어요.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힌 젊은이들이 주체가 되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보수적이고 여전히 관습에 기반을 둔 한국의 기업문화에 혁신을 주어야 합니다. 한국은 아직 일정한 연륜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권한과 임무가 주어지는 듯해요. 젊은 세대들은 이 점 때문에 아주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덜 개방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프랑스와 비교하면 더 그렇고요. 그 외에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따로 조언할 말은 없습니다. 저 자신도 항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또한 제 스스로가 누구의 말도 절대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저는 절대 충고라는 것을 하지 않습니다. p44

* 레스토랑의 셰프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을 기대하세요?
피에르 가니에르:정확성, 엄격함, 조리 과정의 이해도예요. 또한 진정으로 세련된 요리를 완성하려면 무엇보다 육체적인 노력이 매우 종요하죠. 특히 요즘처럼 요리법이 계속해서 다변화하는 시대에 수많은 요리법들을 이해하고 비교하려면 육체적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p99

* 사실 주방에서 쓰는 단어 중에 군대 용어가 많다는 게 신기했어요. 종업원 팀을 뜻하는 브리가드(brigade;분대)나 조리장을 뜻하는 셰프(chef;부대장), 주방에서 가장 바쁠 때를 뜻하는 쿠드푀(coup de feu; 사격 발포), 이런 단어들 말이에요.
피에르 가니에르 : 주방은 군대와 비슷한 점들이 있어요. 일단 주문이 떨어지면 앞으로 어떻게 시간과 역할을 분배할지 계획하죠. 그러고 나서 각 파트의 팀원들은 이 주문에 따라서 일사불한하게 움직이는데, 이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때 셰프는 반드시 각 파트의 역할을 조정해야 하죠. 조리 팀이라는 분대의 역량과 응집력을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주방 안에서 이런 ‘전투’가 벌어질 때예요. p102

* 피에르 가니에르: 그렇다고 해서 제가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반드시 홀에 나가야 할까요? 저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가지 이유가 있죠. 첫째는 스타처럼 행동하지 않기 위해서‘, 둘째는 ’기업을 운영하는 셰프로서의 책임감과 요리라는 본분을 벗어나 한눈을 팔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 오늘은 이미 내일의 것이죠. 쉴 새 없이 음식을 구성하고 메뉴를 바꿀 계획을 세워야 해요. 미리 준비할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유에서도 홀에 나가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 이유들이 이해받기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제 본분을 잊는 순간,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몰두할 기회를 놓쳐 버려요. 고객들이 원하는 요리의 질을 높이려면 차라리 주방을 지키는 편이 낫죠.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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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정치 -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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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훈은 <위대한 정치>에서 밀과 토크빌의 생애와 저작을 다루었는데 아쉬우면서 흥미로웠다. 아쉽다면 한국 지식인들을 더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흥미롭다고 하면 밀과 토크빌의 저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5부로 구성된 책에서 ‘1부 삶-말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다’ 와 ‘5부 정치활동-행동하다’ 의 분량이 제일 많다. 1부와 5부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제일 많이 말하고 있고, 서병훈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면 사회에 대한 빛의 무거움을 통감해야 마땅하다. 소리를 탐하면서 세상에 등을 돌리고 사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현실 참여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격이 모자라는 지식인의 섣부른 행동은 오히려 누가 될 뿐이다. 밀과 토크빌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자신의 글 속에 시대와 국가의 문제의식을 담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지식인이 자유인의 도리를 다하는 최선의 길인 듯하다. 또는 플라톤이 말했듯이, 그냥 자기 자리를 잘 지키는 것도 큰 기여이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교육과 연구’ 의 본분에만 충실해도 세상은 적잖이 달라질 것이다. p386


책 말미에 나온 이 얘기가 책을 관통한다. 서병훈은 한국 지식인 사회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밀과 토크빌을 기준으로 세워 이왕 한국 지식인들을 비판할 것이면 실명 비판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앨런 소칼이 <지적 사기>를 써서 과학적 개념을 오용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을 실명 비판했던 것이나 서강대 사회학과 김경만 교수가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을 써서 김경동, 한완상이 세계 학계의 흐름과 동떨어져 허구에 가까운 토착 이론을 추구한다고 실명 비판한 것처럼, 자격이 모자라는 한국 지식인들을 실명 비판했다면 논쟁이 촉발되며 학문적 성과가 일어났을 것이다.


또는 TV에 나와서 정치평론가입네 하며 언제는 박근혜를 찬양했다가 언제는 박근혜를 앞장 서서 비난하는 이들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탄핵과 구속이 끝이 아니다. 침묵하며 불의에 동조하고 국민을 호도했던 공무원들, 언론인들, 학자들. 정치인들. 가짜 지식인들. 부역자들을 청산해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끝이 난다.


한국 학계에서 실명비판을 잘 하지 않고, 한국 사회도 실명비판을 인신공격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가 있으니 비판이 곡해될까봐 우려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더 강하게 했다면 한국사회에 지적 정직성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텐데 아쉬웠다.


서병훈이 이 책을 회고록으로 써도 좋았을 것 같다. 서병훈은 밀과 토크빌을 오랫동안 연구했다고 했다. 심지어 무덤도 찾아가서 '동일시'를 느꼈다고 했다.(p23). ‘동일시’ 란 프로이트가 말한 ‘감정적 유대’의 다른 말이고, ‘감정적 유대’ 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과정, 즉 남의 일이 내 일이 되고, 다른 사람의 삶이 내 삶과 겹치는 신비한 경험을 뜻한다고 각주를 달아 놓았다.


학자이면서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한 밀과 토크빌한테서 서병훈은 자신의 꿈과 과거,현재, 미래를 보았던 것 같다. 자기 얘기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한국 사회의 지식인들을 에둘러서 비판하지 말고 이론과 실천 사이에서 자신이 어떤 굴곡을 느꼈는지 썼다면 재밌었을 것 같다. 독자는 한국 학계와 한국 현대사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밀과 토크빌의 저작을 다시 읽고 싶다. 밀의 부인인 해리엇이 밀한테 끼친 영향을 읽으니 밀이 쓴 <여성의 종속>도 더 쉽게 다가왔고, 토크빌이 기독교적인 풍토에서 자랐고 파스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얘기를 읽으니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정치와 종교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밀의 주장

1)정치 참여가 사람들의 마음을 넓게 만들어 주고 지적 수준도 높여 준다.

2)남녀 사이의 차이는 교육, 환경 등 여건의 불평등에서 비롯된다.


토크빌의 주장

1)공공선에 헌신하는 것이 위대한 정치의 제1 요건이다.

2)평등 사회의 가장 큰 고질인 물질적 개인주의를 정치 참여로 극복할 수 있다.

밀과 토크빌의 이 주장이 참 좋았다.


밀과 토크빌의 이 주장이 참 좋았다.


*밀은 참여가 두 차원에서 사람들의 정신을 윤택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첫째, 참여는 사람들의 마음을 크고 넓게 만들어 준다. 둘째, 참여는 사람들의 지적 수준도 높여준다. 흔히 보통 사람들의 참여를 억제해야 하는 이유로 그들의 낮은 지적 수준을 꼽는다. 그러나 밀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참여를 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가 사람들의 지력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 밀은 <대의정부론>에서 어느 누구도 단지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되듯이 "우연히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평등한 보호와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세태는 "반反 이성, 벌거숭이 불의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자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그들도 점차 정치를 배우고 개인적인 책임감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토크빌은 위대한 정치의 제1 요건으로 공공선에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
"일반 이익을 위해 사적 이해관계를 희생시키는 것이 고대 공화국을 움직인 기본 원리였다. 그래야만 ‘덕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사적 이익과 일반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 밀은 진보를 제일 잘 촉진하는 정부가 "가장 좋고 가장 훌륭한 정부"라고 말한다. 진보란 무엇인가? 밀은 인간성 humanity 를 증진할 수 있을 때 진보가 일어난다고 했다. 어떤 형태의 정부가 "가장 이상적 ideally best" 라고 할 수 있을까? 밀은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첫째, 주권, 즉 최고 권력이 국가 권력에 귀속 되어야 한다. 둘째, 모든 시민이 가끔씩은 지방 또는 전국 차원에서 공공의 임무를 수행하며 정부의 일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평등 사회에서 사람들은 남을 잘 인정하지 않는 만큼이나 자신도 믿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의견을 내기보다 남 뒤로 숨으려 한다. 다중의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대신하려 한다. 그러나 정치에 참여하게 되면 사람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개개인이 일종의 자신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 군중 속에 숨어 매몰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토크빌은 평등사회의 가장 큰 고질인 물질적 개인주의가 참여를 통해 극복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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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정치 -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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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훈이 쓴 <위대한 정치-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를 읽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스 드 토크빌를 비교하는 이 책은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서문에서 현실에 영합하는 한국 지식인 집단, 특히 SCI에 목을 매는 대학교수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 날이 서 있었다.)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생애와 저작을 되짚고 있기에, 둘의 위대한 저서들(밀이 쓴 ‘자유론’, ‘공리주의’, ‘여성의 종속’, 토크빌이 쓴 ‘미국의 민주주의’, ‘앙시엥 레짐과 프랑스혁명’) 을 깊이 읽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문에서 저자는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플라톤이 했던 말을 인용했는데 박근혜 탄핵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았다. 플라톤의 철인왕에 대한 것이었다.


"플라톤은 ‘동굴의 우화’에서 철학자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다. 천상의 세계에 머물지 말고 동굴 속으로 다시 내려가 ‘죄수’들을 밖으로 끌고 나오라고 했다. 플라톤은 철학자가 그 누구보다도 정치를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진리를 알 뿐 아니라 사사로운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권력자가 사적인 욕심에서 자유롭다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는 꽤 유리한 조건을 선점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다. 플라톤의 ‘아름다운 국가’에는 조건이 또 하나 있다. 그 나라 백성은 권력자에게 절대 복종한다. 따라서 플라톤의 철인왕은 ‘선의의 독재자’로서 큰 업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 p17-18"


국민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으며 국민 각자의 권력을 박근혜한테 모아 주었다. 박근혜는 플라톤이 말한 철인과는 완벽하게 동떨어진 사람이었지만 어찌되었든 권력자로 선출이 되었다. 박근혜가 헌법 질서를 어지럽혀서 탄핵을 당했는데 박근혜 탄핵을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권력은 국민이 준 게 아니다. 국민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투표 즉 선출이지만 선출된 권력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좌우되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단심이라서 이의제기를 할 수 없고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만들어진 이래 헌재가 판결을 하며 사사로운 욕심을 챙겼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권력자가 사적인 욕심에서 자유롭고, 백성은 권력자에게 절대 복종한다는, 플라톤이 말한 철인왕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를 플라톤이 말한 철인왕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인가? 궁금하다. 박근혜가 탄핵되어 기쁜 마음으로 민주주의와 철인왕을 생각한다.


서병훈이 쓴 <위대한 정치-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와, 밀의 책, 토크빌의 책을 읽으며 더 고민해봐야겠다. 정치와 철학에 대한 다른 책도 더 읽고 싶다

* 이제 이 시대 이 땅의 지식인들은 삶의 가치나 역사의 응보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다. 오불관언, ‘세상일에 나 몰라라‘ 하는 것을 마치 지식인의 표상이나 되는 것처럼 자랑하고 다닌다. 그런 사람일수록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서글픈 일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중략)... 시대의 아픔에 괴로워하고 현실의 부조리에 분노하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요, 숙명이다. p16

*밀은 젊어서 사회 개혁 운동에 열심히 가담했고 인생 후반부에는 하원 의원으로 활약했다. 토크빌의 공생에는 전부 정치로 점철되었다. 그는 하원 의원에 장관까지 지냈다. 밀과 토크빌은 "옳은 것을 알고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적은 없는지 항상 작정"하는 지식인의 전형에 가까웠다...(중략)...밀은 일생 동안 진보적 자유주의의 구현에 앞섰다. 인간의 진보를 푯대 삼아 여성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했다. 그가 쓴 책과 논설은 거의 모두 이 진보적 자유주의의 구축과 확장을 겨냥했다. 토크빌은 자신을 새로운 자유주의자라고 불렀다. 그는 물질적 탐닉과 소시민적 안락을 부추기는 당시의 주류 자유주의자와 자신을 분명하게 구분했다. 토크빌의 주요 저작 역시 이 새로운 자유주의의 토대를 확립하고 그 이념을 현실에 투영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 콩트는 정신이 육체에 의존한다면서 여자의 뇌가 남자의 뇌보다 작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옳다고 강변했다. 여자가 부분적으로 감성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도 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밀은 이런 남녀 차별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녀 사이에서 목격되는 모든 차이는 교육, 환경 등 여건의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p62

* 토크빌은 종교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글을 한두 페이지만 들춰봐도 그가 얼마나 깊이 종교의 영향을 검토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우선 그는 민주 정부가 제대로 존립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믿음‘ 이라는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성과 개인적 도덕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평등 시대의 사람들은 과도하게 세속적 욕구를 좇는다. 이런 곳에서는 정치의 힘만으로는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이 각자 이기심을 제어하며 사회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사람들의 분별없는 욕심을 순화, 규제, 억제해주는 것이 바로 종교이다. 종교는 큰 틀에서 사회적 기강을 확립해주고 이기심을 억제해줌으로써 자유가 숨 쉴 토대를 제공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신앙이 없으면 도덕이 설 자리가 없고, 도덕이 살지 않으면 자유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토크빌이 "선동가들, 대중의 무질서한 행동, 그들의 폭력적이고 무식한 일 처리 방식, 하층 계급의 불같은 질투심" 못지않게 "비종교적 성향"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증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p117

* 평등이란 덜 고결할지는 몰라도 더 정의로운 것이다. 바로 이런 정의로움 때문에 평등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 알렉시스 드 토크빌 p118

* 토크빌은 종교가 없으면 위대함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853년 코르셀에게 쓴 편지에서 자유주의적 감정과 종교적 감정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위대함‘ 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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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 세계 인류학의 패러다임 호모사피엔스
앨런 바너드 지음, 김우영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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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바너드가 쓴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 세계 인류학의 패러다임>은 인류학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는 데다가 각 시대별로 대가들의 학설, 쟁점을 소개하고 있어서 대학교 1학년 전공기초 수업 교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도 없이도 산을 오를 수 있고 산을 오르는 방법에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먼저 오른 사람의 자취를 따라 지도를 가지고 산을 오르면 산을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인류학에 관심이 생겨 인류학 책을 이것저것(에밀 뒤르켐, 에드먼드 리치, 마르셀 모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사 모으고 있던 차였는데 읽기 전에 좋은 안내서를 읽었다. 이제 산만 오르면 되는 것인가. !!!


인류학이 당시 유행하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으로 대변될 계몽사상으로 인류학은 시작되었고 다윈의 진화론이 우세할 때는 진화론으로 원시사회를 설명했고, 마르크스가 나온 뒤에는 마르크스주의로 원시사회를 설명했다.


앨런 바너드의 말에 따르면, 시대가 변하더라도 기존 이론들은 배척되지 않고 새로운 경향에 통합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한다. (p320)


그렇다면 앞으로 인류학은 어떻게 될 것인가. AI, VR이 나오고, 페미니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시대에, 진화론, 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 마르셀 모스, 소쉬르의 학설이 어떻게 통합될지 앞으로 인류학은 인간을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 보아스 이전에는 모든 언어가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리스어나 라틴어의 문법을 알면 세상의 어떤 언어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보아스 학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누이트나 아메리카 인디언의 언어가 그리스어나 라틴어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떤 언어에는 17개의 문법적 성(gender)이 있어서 여러 가지 말의 조합이 가능하고, 그것을 연구하러 갔던 수많은 인류학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워프는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영어처럼 보다 단순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를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아이디어는 워프와 그의 스승 사피어의 이름을 따서 ‘사피어-워프 가설’로 알려지게 된다...(중략)...원칙적으로 그 가설은 ‘우리의 사고’와 ‘그들의 사고’라는 두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언어를 갖는 다수의 사고형태가 존재한다고 제시한다. p198-199

* 레비-스트로스는 복잡한 오이디푸스 신화를 간단한 도식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했는데,..(중략)...III열은 인간이 살해한 괴물에 대한 것이다. 용은 인류가 대지에서 태어나기 위해 살해되어야만 하는 남성 괴물이었으며, 스핑크스는 인간의 생존을 원치 않는 여성 괴물이었다. 레비-스트로스의 표현을 빌리면, 이 열은 ‘인간의 토착적 기원의 부정’(다시 말하면 인류가 본래 땅과 관련된다는 사실에 대한 부정)을 상징한다. p241

* 푸코의 담론은 사람들이 어떤 사물에 대해 말하거나 쓰는 방식, 함축된 지식체계, 또는 그 지식을 권력의 구조에서 사용하는 행위 -푸코를 사로잡은 관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인류학에서 권력에 관한 관심은 점차 커졌으며, 푸코의 영향은 광범위하다. 권력의 담론이라는 아이디어는 여성주의 이론에 적용할 수 있고, 서구에 의한 제3세계와 제4세계의 식민지적, 탈식민지적 지배에 관한 연구에 강한 파급효과를 지녔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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