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법칙 - 그랑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말하는 요리와 인생
피에르 가니에르.카트린 플로이크 지음, 이종록 옮김, 서승호 감수 / 한길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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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가니에르의 인터뷰인 <감정의 법칙 - 그랑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말하는 요리와 인생>를 읽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감정의 법칙> 인지 궁금했는데 중반 즈음 읽다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느냐는, 카트린 플로이크의 질문에 피에르 가니에르는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요리를 소개할 때, 접시에 올려놓은 요리를 보며 어떤 식으로 감정을 더 넣어줄 수 있을지 생각하죠. 색다름을 강조하기 위해 우아함의 포인트를 어디에 줄지 생각하는 식이랄까요. 아주 소소한 것들이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모이면 제가 머릿속에 그린 것을 속이지 않고 표현할 수 있거든요...(중략)...감정을 꾸밈없이 표현할 방법을 생각하는 거죠. p182-183”


피에르 가니에르가 음식을 만들 때 음식에 감정을 담으니, 자신의 음식과 요리 인생을 말하는 이 책의 제목이 <감정의 법칙>이 된 것 같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음식에 우주를 담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피에르 가니에르가 음식에 담는 감정이란 아이가 우주를 바라보는 경이로움, 세계를 캔버스에 그리는 화가의 마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피에르 가니에르의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며 이 사람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마에스트로 같다고 느꼈다. 지금, 감정을 말하는 이 부분을 읽으니, 이 사람은 아이이자 예술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피에르 가니에르:질서, 철저함,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p95

* 피에르 가니에르:우연한 기회와 제 마음 속의 감각이 시동을 걸면 창작의 단계로 움직입니다. 어제 만들었던 요리, 아니면 20년 전에 제가 만들었던 요리에서 느낀 작은 충동과 직감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면서 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거죠. 그러니까 새로운 건 하나도 없는 셈이에요. 저는 제 요리 인생을 한 폭의 자수같다고 생각해요. 데뷔 시절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달렸고, 제 인생을 마칠 때까지 완성하고 싶은 자수 말입니다.p185

*피에르 가니에르:한국의 많은 젊은 요리사들은 이미 전 세계 요리의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말로 똑똑하고 성실하며, 일을 배우는 속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요. 절대로 후배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얘기가 아니에요.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좀더 자주 여행을 했으면 좋겠어요.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힌 젊은이들이 주체가 되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보수적이고 여전히 관습에 기반을 둔 한국의 기업문화에 혁신을 주어야 합니다. 한국은 아직 일정한 연륜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권한과 임무가 주어지는 듯해요. 젊은 세대들은 이 점 때문에 아주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덜 개방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프랑스와 비교하면 더 그렇고요. 그 외에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따로 조언할 말은 없습니다. 저 자신도 항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또한 제 스스로가 누구의 말도 절대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저는 절대 충고라는 것을 하지 않습니다. p44

* 레스토랑의 셰프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을 기대하세요?
피에르 가니에르:정확성, 엄격함, 조리 과정의 이해도예요. 또한 진정으로 세련된 요리를 완성하려면 무엇보다 육체적인 노력이 매우 종요하죠. 특히 요즘처럼 요리법이 계속해서 다변화하는 시대에 수많은 요리법들을 이해하고 비교하려면 육체적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p99

* 사실 주방에서 쓰는 단어 중에 군대 용어가 많다는 게 신기했어요. 종업원 팀을 뜻하는 브리가드(brigade;분대)나 조리장을 뜻하는 셰프(chef;부대장), 주방에서 가장 바쁠 때를 뜻하는 쿠드푀(coup de feu; 사격 발포), 이런 단어들 말이에요.
피에르 가니에르 : 주방은 군대와 비슷한 점들이 있어요. 일단 주문이 떨어지면 앞으로 어떻게 시간과 역할을 분배할지 계획하죠. 그러고 나서 각 파트의 팀원들은 이 주문에 따라서 일사불한하게 움직이는데, 이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때 셰프는 반드시 각 파트의 역할을 조정해야 하죠. 조리 팀이라는 분대의 역량과 응집력을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주방 안에서 이런 ‘전투’가 벌어질 때예요. p102

* 피에르 가니에르: 그렇다고 해서 제가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반드시 홀에 나가야 할까요? 저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가지 이유가 있죠. 첫째는 스타처럼 행동하지 않기 위해서‘, 둘째는 ’기업을 운영하는 셰프로서의 책임감과 요리라는 본분을 벗어나 한눈을 팔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 오늘은 이미 내일의 것이죠. 쉴 새 없이 음식을 구성하고 메뉴를 바꿀 계획을 세워야 해요. 미리 준비할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유에서도 홀에 나가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 이유들이 이해받기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제 본분을 잊는 순간,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몰두할 기회를 놓쳐 버려요. 고객들이 원하는 요리의 질을 높이려면 차라리 주방을 지키는 편이 낫죠.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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