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치 -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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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훈이 쓴 <위대한 정치-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를 읽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스 드 토크빌를 비교하는 이 책은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서문에서 현실에 영합하는 한국 지식인 집단, 특히 SCI에 목을 매는 대학교수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 날이 서 있었다.)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생애와 저작을 되짚고 있기에, 둘의 위대한 저서들(밀이 쓴 ‘자유론’, ‘공리주의’, ‘여성의 종속’, 토크빌이 쓴 ‘미국의 민주주의’, ‘앙시엥 레짐과 프랑스혁명’) 을 깊이 읽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문에서 저자는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플라톤이 했던 말을 인용했는데 박근혜 탄핵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았다. 플라톤의 철인왕에 대한 것이었다.


"플라톤은 ‘동굴의 우화’에서 철학자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다. 천상의 세계에 머물지 말고 동굴 속으로 다시 내려가 ‘죄수’들을 밖으로 끌고 나오라고 했다. 플라톤은 철학자가 그 누구보다도 정치를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진리를 알 뿐 아니라 사사로운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권력자가 사적인 욕심에서 자유롭다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는 꽤 유리한 조건을 선점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다. 플라톤의 ‘아름다운 국가’에는 조건이 또 하나 있다. 그 나라 백성은 권력자에게 절대 복종한다. 따라서 플라톤의 철인왕은 ‘선의의 독재자’로서 큰 업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 p17-18"


국민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으며 국민 각자의 권력을 박근혜한테 모아 주었다. 박근혜는 플라톤이 말한 철인과는 완벽하게 동떨어진 사람이었지만 어찌되었든 권력자로 선출이 되었다. 박근혜가 헌법 질서를 어지럽혀서 탄핵을 당했는데 박근혜 탄핵을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권력은 국민이 준 게 아니다. 국민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투표 즉 선출이지만 선출된 권력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좌우되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단심이라서 이의제기를 할 수 없고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만들어진 이래 헌재가 판결을 하며 사사로운 욕심을 챙겼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권력자가 사적인 욕심에서 자유롭고, 백성은 권력자에게 절대 복종한다는, 플라톤이 말한 철인왕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를 플라톤이 말한 철인왕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인가? 궁금하다. 박근혜가 탄핵되어 기쁜 마음으로 민주주의와 철인왕을 생각한다.


서병훈이 쓴 <위대한 정치-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와, 밀의 책, 토크빌의 책을 읽으며 더 고민해봐야겠다. 정치와 철학에 대한 다른 책도 더 읽고 싶다

* 이제 이 시대 이 땅의 지식인들은 삶의 가치나 역사의 응보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다. 오불관언, ‘세상일에 나 몰라라‘ 하는 것을 마치 지식인의 표상이나 되는 것처럼 자랑하고 다닌다. 그런 사람일수록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서글픈 일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중략)... 시대의 아픔에 괴로워하고 현실의 부조리에 분노하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요, 숙명이다. p16

*밀은 젊어서 사회 개혁 운동에 열심히 가담했고 인생 후반부에는 하원 의원으로 활약했다. 토크빌의 공생에는 전부 정치로 점철되었다. 그는 하원 의원에 장관까지 지냈다. 밀과 토크빌은 "옳은 것을 알고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적은 없는지 항상 작정"하는 지식인의 전형에 가까웠다...(중략)...밀은 일생 동안 진보적 자유주의의 구현에 앞섰다. 인간의 진보를 푯대 삼아 여성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했다. 그가 쓴 책과 논설은 거의 모두 이 진보적 자유주의의 구축과 확장을 겨냥했다. 토크빌은 자신을 새로운 자유주의자라고 불렀다. 그는 물질적 탐닉과 소시민적 안락을 부추기는 당시의 주류 자유주의자와 자신을 분명하게 구분했다. 토크빌의 주요 저작 역시 이 새로운 자유주의의 토대를 확립하고 그 이념을 현실에 투영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 콩트는 정신이 육체에 의존한다면서 여자의 뇌가 남자의 뇌보다 작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옳다고 강변했다. 여자가 부분적으로 감성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도 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밀은 이런 남녀 차별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녀 사이에서 목격되는 모든 차이는 교육, 환경 등 여건의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p62

* 토크빌은 종교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글을 한두 페이지만 들춰봐도 그가 얼마나 깊이 종교의 영향을 검토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우선 그는 민주 정부가 제대로 존립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믿음‘ 이라는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성과 개인적 도덕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평등 시대의 사람들은 과도하게 세속적 욕구를 좇는다. 이런 곳에서는 정치의 힘만으로는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이 각자 이기심을 제어하며 사회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사람들의 분별없는 욕심을 순화, 규제, 억제해주는 것이 바로 종교이다. 종교는 큰 틀에서 사회적 기강을 확립해주고 이기심을 억제해줌으로써 자유가 숨 쉴 토대를 제공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신앙이 없으면 도덕이 설 자리가 없고, 도덕이 살지 않으면 자유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토크빌이 "선동가들, 대중의 무질서한 행동, 그들의 폭력적이고 무식한 일 처리 방식, 하층 계급의 불같은 질투심" 못지않게 "비종교적 성향"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증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p117

* 평등이란 덜 고결할지는 몰라도 더 정의로운 것이다. 바로 이런 정의로움 때문에 평등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 알렉시스 드 토크빌 p118

* 토크빌은 종교가 없으면 위대함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853년 코르셀에게 쓴 편지에서 자유주의적 감정과 종교적 감정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위대함‘ 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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