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된 아이 사계절 아동문고 99
남유하 지음, 황수빈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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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동화책 중에서는 단연 제일 독특하다. 여섯개의 짧은 단편으로 엮여 있는데 각각의 소재도 달랐고 내게는 낯설었으며 약간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열두살의 나로 돌아가 볼수 있었고 , 작가님의 열두살은 또 어떤모습이었을까도 생각해 본다. 존재 자체로 빛이 나야할 아이들에게도 그들만의 고민과 갈등이 있다. 편견과 차별속에서 외롭게 버티는 아이들을 나는 어떻게 보듬어줘야 좋을까. 내 어른 아이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할까. 깊게 공감했고 화가났으며 슬프고 또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독특한 소재의 괴기한 동화가 왜 이렇게 아름답게 들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온쪽이 ]

나의 온전함, 나의 비정상을 과연 이 사회가 규정지을수 있을까 ? 이 사회도 불완전한 개인들의 집합체일뿐인데 과연 누가 누구에게 지적을 할 수 있을까 . 비정상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소수의 정상인으로 사는일이 괴로울테고 반대로 정상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비정상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은 좋은 뜻이고 , 비정상은 나쁜 뜻일까 ? 구분짓는 자체가 편견에서부터 시작하는건 아닐까 ?

여기서는 온쪽이의 외모에 대한 다름이 나오지만 , 그렇게 따지면 기준이 되는 일은 넘쳐난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취향이 독특하다거나, 지극히 내향인이라거나, 아웃사이더라거나 ,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 ..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받고 싶은데 자꾸 나보고 넌 왜 우리랑 달라?...넌 왜 우리랑 똑같아지려고 노력하지 않니..넌 달라서 이상해..너는 나랑 달라서 어울리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 이 세상의 모든 온쪽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거지 ?

온쪽이가 수술을 결정한것만 보아도 우리 누구도 사회가 내린 평가에 대해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온쪽이는 결국 똑같아 지는게 무의미하다는걸 깨닫고 수술을 하지는 않았지만 , 만약 수술을 했더라면 더 행복해졌을까?.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사는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나라면 인생을 거기에 맞추느라 허비하고 싶진 않다. 애초에 나는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그냥 이렇게 불완전한 채로 살다 불완전한채로 떠나도 크게 나쁠것 같진 않다 . 너무 염세적인 발언인가? 너무 무성의한 발언인것도 같네 !

[ 나무가 된 아이 ]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누군가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는것...그리고 거기엔 이유가 없다는것...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교실안에 있던 필순이는 나무로 변하게 된다. 작가님은 왜 하필 나무를 선택하신걸까 ? 어떤 차별과 편견에도 흔들림없이 뿌리를 내리고 버티고 서있는 느티나무를 보여주면서 필순이를 응원하고 싶으셨던 걸까 ?

아이들은 그렇게 변한 필순이의 존재를 바로 눈치채지만 선생님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설정도 신선했다. 어른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는 원래 그렇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각자의 존재를 눈치채지도, 변화를 감지하지도 못하는건지도. 그러니 어른인 나도 조바심이 난다.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을때 내가 옆에 있어줘야 할텐데 나도 선생님처럼 아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면 어쩌지?

가장 가슴 아픈건 교실에 있는 방관자 친구들이었다. 알면서도 어떤 액션도 취하지 못하는 소심한 침묵자들. 도움을 청할 용기도 없고, 부당함에 저항하지도 못하고 현실에 묵묵히 순응하는 사람들. 부끄럽지만 나 또한 이 무리에 더 가까웠다고 말해야겠지. 나무로 또는 다른 존재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꿀수 밖에 없었던 많은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너는 너라고 . 모습이 바뀐다고 해서 너가 어디 가는건 아니라고.

내 삶에도 나무로 변하고 싶은 순간이 몇번쯤은 있었다고 그래서 지금은 내 마음속에도 나무 한그루 푸릇푸릇 잘 자라고 있다고 말이다.

[ 뇌엄마 ]

당신은 이제 막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와서 뇌만 잘라 특수용액에 담궈둔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것인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뻔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 시점에서 뇌 엄마가 탄생했다. 팔도 다리도 몸통도 없이 오직 뇌만 존재하는 엄마. 엄마는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유리관안에 갖혀 있는 자신이 괴롭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어디로든 훌훌 떠나고 싶어한다. 가족의 곁을 떠나고 싶어하는 엄마와 보내주고 싶지 않은 남편과 아이 . 가족은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는것도 편견아닐까? 그런 편견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속마음을 드러내기가 더 힘든게 가족인지도 모르겠다. 사랑받고 싶은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엄마의 영혼을 좁은 틀에 가두어두는 일...이 일이 과연 이상적인지 나는 묻고 또 묻는다.

[ 착한 마녀의 딸 ]

다르다는 이유로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가 호기심이 해결된후 어느순간 무리에서 배제당하고 이유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마녀의 딸 이야기이다. 자신들의 욕구를 위해 누군가의 호의를 이용하고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회가 소름끼쳤다. '착하다'는 건 친구가 되고 싶다는 신호이지 , 상처를 주기 좋은 상대라는 표시는 아니라는 걸 알아줬음 좋겠다.

[ 구멍난 아빠 ]

어느날 아빠 등에서 큰 구멍을 발견하게 된 아이는 그 구멍이 뭐냐고, 왜 생겼냐고 바로 묻지 못한다. 바람이 불면 시리고 차갑지만 이제는 무덤덤해져버린 아빠. 아빠의 혼잣말처럼 꿈을 잃어갈수록 그 구멍은 점점 더 커져가는걸까? 우리 눈엔 보이지 않을뿐 아이들도 어른들도 가슴에 그런 구멍 하나쯤은 있겠지 .각자의 구멍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가끔씩은 그 구멍으로 햇살이 비치고 비가 새는지도 지켜보자. 엄마의 등 뒤로 보이는 꽃무늬 타일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줄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서로의 구멍을 부지런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자!

[ 웃는 가면 ]

누구에게나 친절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가 반에 한둘은 있다. 그 아이와 친해지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것 같은 특별한 기분이 생기기도 하고. 그 아이를 닮아가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게 되는 한 아이의 이야기가 작가의 세심한 전개덕분에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사람이 되기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줬던 인어공주처럼 , 인기를 얻기위해 자신들의 밝은 웃음을 내줄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무모했다고 비난만 할수 있을까. 웃음 대신 갖고 싶었던 것이 친구들의 인기였는지 아니면 채워지지 않은 사랑이었는지 누가 알까.

우리 모두는 사랑에 굶주려 살아가니깐. 다만 무리에 어울리기 위해 나만의 색깔을,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잃어버린 것과 얻어낸것중 어떤것이 더 소중한지를 말이다.

다양성과 개성이 있어야만 살아남아요 라고 사회는 소리치지만 , 그 다양성과 개성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까지 잘 되어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각자가 가진 개성과 색깔을 어떤 편견과 차별 없이 투영할수 있는 사회가 될때까지 이런 동화책이 많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에게는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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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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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작가님께서 직접 싸인한 책을 선물로 받았다. 책 선물만으로도 벅찬데 내 이름까지 적힌 싸인본이라니 ㅠㅠ카드뉴스를 통해 대략의 내용을 가늠할수 있었지만 실물을 영접한후 내 마음이 바빠졌다. 그런데 내 마음과는 반대로 허리 디스크 증상이 심해져서 단 몇일이면 읽을 책을 거의 한달을 손에 쥐고 펼쳐볼수가 없었다 ㅠㅠ

내 몸의 통증과 일상생활이 불가능 할때의 우울감까지 겹쳐져서 책을 온전히 내것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그렇게 한달이 흐른후 이제야 이 책을 온전히 펼쳐보게 되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대놓고 펑펑 울게되는 글은 아니지만 다 읽고 나면 숨죽이며 소리없이 가슴으로 울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한달 내내 야금 야금 이 한권을 읽어서 그런지 한달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다시 고개를 내민다. 대체 아버지란 무엇일까. 아버지에게 딸이란 어떤 의미일까. 동물중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인류인데 과거를 회상할때는 왜 이렇게도 미안한 일 투성일까. 사랑이 부족해서 였을까 ? 아니면 미안함이 남지 않은 삶은 어디에도 없다는말이 맞을까 ? 기적은 단지 우연일까 ? 아니면 신이 보여주는 희망의 증표같은 걸까 ? 나에게 아빠란 어떤 존재지 ?

제1대 문화부 장관이자 160권의 책을 지필한 작가님, 교수님으로서 이어령의 슬픔이 아닌 딸을 잃은 평범한 한 아버지로서의 온전한 슬픔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리고 때론 담담하게 적어내려가고 있다. 이어령 교수님의 딸사랑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내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이민아 님에 대한 것이었다. 삶 자체가 더 영화같았던 그녀의 삶이 내게는 충격이었다. 두번의 이혼, 갑상선 암, 실명의 위기, 아끼던 첫째아들의 갑작스런 죽음등...그녀에게 닥친 이 모든 시련을 도대체 어떻게 축복이라고 말하며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하와이로 목회 활동을 하러 떠난 그녀를 보며 하나님의 모습을 한 작은 천사가 살아있다면 이런 모습일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아픔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했기에 진통제마저도 거부했다는 그녀. 암을 두려워 하지 않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나를 가장 가슴아프게 했던 구절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한국부모로서 거의 완벽한 분들이셨다. 문제는 사랑에 대한 어른과 아이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 이민아 씨는 이어령의 딸로 살아온 날들에 대해 회상하며 어렸을때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산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선물을 받아야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가 옳다고 믿는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하며 살고 있으며 , 서로에 대한 오해는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서로의 오해를 풀지도 못하고 떠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왜 우리는 서로에게 더 솔직하게 묻고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게 서툰거지 ?

사랑이란 내가 주고 싶은걸 주는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받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결국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더 관찰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사랑의 크기나 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또 어떻게 소화되는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오해는 줄이고 후회는 없도록 마구마구 표현하고 살아야지 ㅎㅎ

데카르트는 사생아 딸 프랑신을 인형으로 만들어 다닐만큼 사랑했으며, 다윈도 딸 애니가 죽고난후 생의 부조리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매슬로가 딸을 낳은후 세계관이 달라졌다는것만 봐도 딸의 탄생이 가져오는 인류사적 업적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어렵고 복잡하고 먼 이야기같다. 건강하고 아무탈 없이 살아갈때는 내게 죽음은 먼 이야기였다. 내 허리가 아프기 전엔 통증에 대해 무지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일이 나에게 일어난 순간 그 일은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고 내 일상이며 나의 절박함이 된다. 죽음이 늘 내 곁에 있다는걸 상기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 내 허리 통증에 감사하게 되는 한달이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도 허리가 끊어질것만 같다. 메멘토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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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밝은 아이로 키워라 -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우는 최강의 돈 공부
노충호.엄순태 지음 / 지식너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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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충호. 엄순태 지음 / 지식 너머 출판사

경제개념에 있어서만큼은 너무 구멍이 많은 나이기에 이 책을 보는 순간 무조건 읽어야 겠다 생각했다. 근검절약을 강조하던 부모님 덕에 내가 아는 경제 활동은 너무 제한적인데다가 문과 성향이 강한 나는 오래전부터 숫자와는 담을 쌓고 살아오고 있었으니까.

프롤로그만 읽어도 이 책을 왜 읽어야만 하는지 , 경제교육을 더 이상 미루면 안되는 이유가 피부에 확 와닿을것이다. 프롤로그를 읽기 시작한 그 누구라도 중간에서 이 책을 포기하기는 힘들거라는 확신 ㅎㅎㅎ

책의 구성은 아이편 두개 챕터, 부모편이 두개 챕터 총 네개의 챕터로 구성되있다. 아이편은 눈높이를 아이편에 맞춰서 그런지 이해도 쉽고 이 정도면 나도 해볼만하겠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이제 세번째 챕터인 어른편으로 넘어가면 역시 난 이과가 아니었어 하는 현타가 오는 장이 꽤 있었다 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편 챕터에서 두 분의 작가님이 설명하시는 방식을 보면 이건 순전히 경제 용어나 개념 자체가 어려운것일뿐 작가님탓이 아니라는 확신도 든다 ㅎㅎ

만약 내가 이 책을 읽지 못했다면 죽어도 몰랐을 생소한 경제활동 시스템과 용어들. 겁부터 먹고 관심을 끊었던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해결할수 있어서 전문지식까지 완벽히 쌓는덴 실패했지만 나름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어른편은 남편의 도움을 받아 두번 세번 읽어봐야 겠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책의 기획 의도였다. 돈을 밝히는 아이로 키우라는 것이 아닌, 알아야 가치로운 활동을 한다는 그 저변에 깔린 마인드가 맘에든다.

필요한 정보도 정말 세세히 기록했다는 생각도 든다. 한마디로 진짜 친절한 안내서 ㅎㅎ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읽어보면서 서로 이야길 나눠봐도 참 좋을 책인데 이번엔 시간에 쫒겨 나만 읽느라 아이와의 교감은 나중에 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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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돈가스 카레라이스
오승민 지음 / 한울림스페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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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다르고 , 가진 재산이 다르고 , 학벌이 다르고 , 출신지가 다르고...우리는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다름을 경험하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연습을 하며 살아간다. 겉으로 보이는 다름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는것 같지만 , 눈에 보이지 않은 부분...말하자면 생각이 다르거나 진우처럼 외부와 소통하는 방식이 다를때는 조금더 까다로운 시선을 두는것 같다. '다름'을 아는 것과 '다름'을 알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소통할지를 행동으로 직접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인것 같다. 이론과 실천의 괴리라고 할까 ^^;

진우는 학교에서 말썽꾸러기 아이다. 진우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지만 선생님도 친구들도 누구하나 왜 그랬는지는 묻질 않는다. 혼자서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도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동물 친구들..원숭이 , 공룡, 돼지 , 투명인간. 선생님은 진우에게 노란 스티커, 빨간 스티커라는 경고장까지 주시고 결국 엄마아빠손에 이끌려 병원엘 가게 된다. 그리고 진우는 자신이 나쁜 아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아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따뜻한 하얀 곰 의사선생님 덕분에 말이다.

선생님이라도 아니면 친구들이라도 진우에게 진심으로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귀기울여 주었다면 어땠을까 ?

진우엄마에게 애 교육을 잘 시키라고 말하는것 대신 보호자 입장에서 또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보면 어땠을까 ?

진우와 진우엄마의 입장도 , 이유도 모른채 이해되지 않은 행동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엄마 입장도 모두 이해는 간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주 흔하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기준을 적용하며 사는걸까 ?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인 취급을 하며 , 평범하지 않은 아이, 이상한 아이, 나쁜 아이 , 아픈 아이로 치부해 버리고 동시에 따뜻한 말과 행동대신 치료를 받으라고 종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약물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 왜 그랬냐고 따뜻하게 물어봐주는게 아닐까 ?

이쯤되면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왜 편을 나눠 꼭 판단해야 하는지도 난 잘 모르겠다.

내 아이또한 누군가의 눈으로 보면 비정상인 순간도 있었을테고 한없이 나쁜 아이인 순간도 있었을 거다. 누군가에 의해 항상 판단받는 세상...왜 유독 남에게는 그렇게 매서운 평가를 내리는걸까. 다름과 불편하지 않게 공존하는 방법은 없을까?. 말썽꾸러기 아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해도 이 책을 보면 일단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질것 같다. 말썽꾸러기 아들이 사고를 쳐도 넌 나쁜 아이가 아니고 좀 많이 (?) 다른아이라고 말해줄것이다 ㅎㅎㅎ 그리고 진우엄마가 진우에게 최고의 위로가 되었던 돈가스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준것처럼 아들에게도 짜장면과 라면을 한 그릇 차려줄것이다 ㅎㅎ " 진우는 돈가스카레라이스를 좋아하고 넌 짜장면과 라면을 좋아하잖아 ? 우리모두 서로 다른 음식을 좋아하듯이 우리 생각과 행동도 모두 달라. 돈가스카레라이스를 좋아한다고 진우는 착한 사람이고 짜장면과 라면을 좋아한다고 널 나쁜 아이로 판단해서는 안되는거야. 오히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더 배울수 있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수 있어 " 라고 잔소리도 좀 해줘야지 ㅎㅎㅎ

진우가 만난 의사선생님처럼 자신의 말에 공감해주고 다른 기준으로 평가를 내려주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진짜 어른이 우리사회에 더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누군가를 자기만의 틀에 가두지 않는 사회, 쉽게 평가하지 않는 사회,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해줄줄 아는 사회를 위해 나부터 실천하고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주고 싶다.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절대 안된다.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함께 키워내는 것이니까.

아 참 오승민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블루, 블랙, 그레이....얼핏보면 너무 단조로운 색상인데 하나도 심심하지 않게 다가와서 신기했다. 말썽꾸러기 진우의 표정이나 행동자체가 워낙 다양하고 세심하게 , 다양한 각도로 표현되 있어서 그런가보다. 단조로운 색상때문인지 의사선생님과 진우가 처음 만난 장면에서 '노란색 풍선'이 풍기는 희망의 에너지는 더 큰 메아리가 된다. 이제 진우는 동물친구들을 밀어내려고 애쓰지 않고 동물친구들과 한바탕 아주 재밌게 논다. 이 장면도 너무너무 좋았다. 이게 바로 아이다운 거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존 버닝험의 그림책....맨날 학교에 지각하는 소년 존 패트릭 노먼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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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공간 트렌드 - 스페이스뱅크가 만난 공간들
스페이스뱅크 공간연구소 지음 / ceomaker(씨이오메이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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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면서 공간이 갖는 힘이 엄청나다는걸 피부로 느꼈는데 한달 전쯤 허리 디스크가 재발하면서 공간의미에 부여한 내 확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었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이 책 이었으니 이 책을 보면서 설레었고 꿈을 꾸었고 아름다웠으며 이 골목 저 골목을 산책하는 기분까지 덤으로 만났다.

'공간' 하면 느껴지던 어떤 평면적인 한가지 '목표'가 이제는 정말 다양한 목표 아래 정말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느낌이랄까. 단지 물건만을 광고하고 파는것에 그치지 않고 각 공간은 저마다 무형의 서비스를 소비자와 공유하고 가치까지 실현하고 있는 이상적인 흐름을 읽을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는것은 정말 기쁜 소식이다.

고화질의 사진과 직접 방문해본 솔직한 후기에 믿음이 가기도 했지만 깨알 재미는 바로 공간 데이터를 분석해서 각정 검색량과 연관어차트를 그래프와 표로 표기해 준 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그 흥미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한 눈에 바로 볼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세계에 민감할 필요성을 거의 못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데 한줌의 호기심을 해결한 기분이랄까 ㅎㅎㅎ

모든 공간은 그 공간을 만든이의 생각이 오롯이 반영되는 개성있는 곳이다. 물리적인 공간이 가지는 힘은 이제 가치와 철학과 미래와 인간의 방향성을 은밀하게 조금씩 어필하고 있으며 나는 기끼이 그 매력에 젖어보고 싶어진다. 공간에 사람이 빠지면 의미가 퇴색하듯이 그 공간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기가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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