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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평점 :

이어령 작가님께서 직접 싸인한 책을 선물로 받았다. 책 선물만으로도 벅찬데 내 이름까지 적힌 싸인본이라니 ㅠㅠ카드뉴스를 통해 대략의 내용을 가늠할수 있었지만 실물을 영접한후 내 마음이 바빠졌다. 그런데 내 마음과는 반대로 허리 디스크 증상이 심해져서 단 몇일이면 읽을 책을 거의 한달을 손에 쥐고 펼쳐볼수가 없었다 ㅠㅠ
내 몸의 통증과 일상생활이 불가능 할때의 우울감까지 겹쳐져서 책을 온전히 내것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그렇게 한달이 흐른후 이제야 이 책을 온전히 펼쳐보게 되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대놓고 펑펑 울게되는 글은 아니지만 다 읽고 나면 숨죽이며 소리없이 가슴으로 울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한달 내내 야금 야금 이 한권을 읽어서 그런지 한달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다시 고개를 내민다. 대체 아버지란 무엇일까. 아버지에게 딸이란 어떤 의미일까. 동물중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인류인데 과거를 회상할때는 왜 이렇게도 미안한 일 투성일까. 사랑이 부족해서 였을까 ? 아니면 미안함이 남지 않은 삶은 어디에도 없다는말이 맞을까 ? 기적은 단지 우연일까 ? 아니면 신이 보여주는 희망의 증표같은 걸까 ? 나에게 아빠란 어떤 존재지 ?
제1대 문화부 장관이자 160권의 책을 지필한 작가님, 교수님으로서 이어령의 슬픔이 아닌 딸을 잃은 평범한 한 아버지로서의 온전한 슬픔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리고 때론 담담하게 적어내려가고 있다. 이어령 교수님의 딸사랑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내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이민아 님에 대한 것이었다. 삶 자체가 더 영화같았던 그녀의 삶이 내게는 충격이었다. 두번의 이혼, 갑상선 암, 실명의 위기, 아끼던 첫째아들의 갑작스런 죽음등...그녀에게 닥친 이 모든 시련을 도대체 어떻게 축복이라고 말하며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하와이로 목회 활동을 하러 떠난 그녀를 보며 하나님의 모습을 한 작은 천사가 살아있다면 이런 모습일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아픔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했기에 진통제마저도 거부했다는 그녀. 암을 두려워 하지 않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나를 가장 가슴아프게 했던 구절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한국부모로서 거의 완벽한 분들이셨다. 문제는 사랑에 대한 어른과 아이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 이민아 씨는 이어령의 딸로 살아온 날들에 대해 회상하며 어렸을때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산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선물을 받아야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가 옳다고 믿는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하며 살고 있으며 , 서로에 대한 오해는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서로의 오해를 풀지도 못하고 떠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왜 우리는 서로에게 더 솔직하게 묻고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게 서툰거지 ?
사랑이란 내가 주고 싶은걸 주는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받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결국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더 관찰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사랑의 크기나 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또 어떻게 소화되는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오해는 줄이고 후회는 없도록 마구마구 표현하고 살아야지 ㅎㅎ
데카르트는 사생아 딸 프랑신을 인형으로 만들어 다닐만큼 사랑했으며, 다윈도 딸 애니가 죽고난후 생의 부조리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매슬로가 딸을 낳은후 세계관이 달라졌다는것만 봐도 딸의 탄생이 가져오는 인류사적 업적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어렵고 복잡하고 먼 이야기같다. 건강하고 아무탈 없이 살아갈때는 내게 죽음은 먼 이야기였다. 내 허리가 아프기 전엔 통증에 대해 무지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일이 나에게 일어난 순간 그 일은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고 내 일상이며 나의 절박함이 된다. 죽음이 늘 내 곁에 있다는걸 상기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 내 허리 통증에 감사하게 되는 한달이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도 허리가 끊어질것만 같다. 메멘토모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