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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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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강경수 글, 그림

 

이 글을 < 창비 출판사 >에서 제공받아  정말 솔직하게 읽고 난 후 소감을 적은 서평글 임을 앞서 말씀드립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제본으로 만들어진 책을 받아보았습니다.

기다리던 일주일이 온통 설레임으로 가득했어요. 설레임의 이유가 그 뿐만은 아니었는데요 그간 읽었던 <꽃을 선물할게> <거짓말 같은 이야기> <나의 엄마>를 쓰신 작가님의 책이었기 때문이에요. 너무나 멋진 작가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제겐 이 작가님 하면 작고 약한 존재들에 관해 생각이 많아지는 책을 쓰신 분! 이렇게 떠오릅니다.

 

흰 북극곰이 허리를 굽혀 쓰레기통을 열심히 뒤지고 있는, 조금은 불쌍해보이는 뒷모습으로 표지는 시작됩니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는 북극곰 금지 경고판이 버젓이 보이고요. 곰은 이 경고판을 못 본 게 아닐 것 같은데요 , 무슨일이 있어서 지저분한 쓰레기통을 저렇게 열심히 뒤지고 있을까요? 설마 먹는걸 찾고 있는 걸까요?

 

글은 간결하고 쉬우면서도 스토리가 탄탄하게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가 있는 글이 제 수준에서는 이해하기가 쉬워서인지 눈에 쏙쏙 들어오는군요.

눈보라는 북극에 사는 곰의 이름입니다. 눈보라가 치던 날 태어나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작가님께서 이름을 너무 아름답게 지어주셨네요!  이름만 들어도 눈보라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딱 이거다 싶은 이름 말예요. 눈보라는 그 자체가 자연인거예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연에서 왔고 자연으로 돌아아가듯눈보라 또한 자연에서 왔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운명을 미리 보여주는 것 아닌가 살짝 상상해봤습니다. 인간과 너무도 닮았기에 일종의 연대감이 느껴지기도 했구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점점 사라지고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진 북극곰은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한 신문기사속 사랑받는 팬더의 모습을 보고 팬더로 분장하게 됩니다. 재미를 위해서? 호기심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꾼 눈보라의 유일한 이유는 이 외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굶어 죽을순 없으니까요. 그렇게 바뀐 가짜 팬더는 열열히 환영받습니다. 그런데 그 또한 사람들의 순수한 환호였을까요? 호기심은 좋은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호기심으로 인해 쉽게 취하고 쉽게 버려지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하면 택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쉽게 버리는게 요즘 일상이 되버렸습니다하물며 생물을 대할때는 우린 조금더 신중해져야 하지 않을까요작은 물건 하나에도 모든 스토리가 담겨있다고 모든걸 껴안고 살아가는 제 남편 때문에 항상 궁시렁거리면서 사는데 , 최소한 이 글을 쓰는 동안 만큼은 정 많은 남편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를 속이는 일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왜 그렇게 밖에 할수 없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상대방을 조금은 덜 비난하게 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에서는 '정체성'의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고 싶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곰처럼 생존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잃어버린채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저 또한  어두운 제 모습은 되도록 숨긴채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페르소나만 공유하며 살아가려고 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환영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그래서 거짓된 삶으로 변질되지 않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편견을 허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 같습니다.

 

그런데 궁금해졌습니다. 여러분은 곰이 인간을 속인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곰의 겉모습만을 보고 인간이 저건 팬더야 하고 정의 내린건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해봤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만 보는건지도 모르겠어요.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에게 갖는 환상이 있잖아요.  폭력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요?   곰에게 총까지 겨누며 쫒아내는 행위는 살인입니다. 총을 겨누는 행위만 폭력적으로 다가오나요많은 사람들의 짧은 관심과 무관심이 제 눈에는 북극곰에게 행해지는 폭력으로 다가왔습니다여기서 저는 또 다수와 소수라는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다수가 가진 의견은 의견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겠습니다. 그렇기에 제 개인의 목소리 쯤이야 라고 생각하지 말고 좀더 신중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신중하게 휘둘리지 않고요.

 

이 그림책 속에는 사람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습니다.

눈보라는 원래가 곰이었고, 잠시 팬더의 삶을 살았고, 다시 곰이라고 밝혀졌지요. 겉모습만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말합니다.“ 북극곰은 언제나 말썽이야라고요. 팬더로 변장한 곰의 모습을 함께 겪어봤으면서도 왜 내면을 보고 판단하지 않고 외모를 보고 평가하는 걸까요? 너무나 깊숙이 뿌리 박힌 편견이라는 장애물을 어떻게 하면 제거할수 있을까요?

 

경계를 정해주고 벽을 세우고 서로 선을 넘지 않으면 모든게 평화로워질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는 최선의 방식이라고도 설득합니다.

북극곰이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살던 곳에서 쫒겨났던 것처럼 , 수백만명의 죄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살던 곳에서 쫒겨나고 있습니다비단 전쟁 난민 뿐만이 아닙니다. 눈보라의 이야기기를 읽고 나니 환경난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한 사람이 대략 7만명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숫자라 놀랐습니다. 저만 이렇게 무관심했던 걸까요?  2050년이 되면 세계 난민이 약 10억명 정도 될거라고 합니다. 투발루나 몰디브, 방글라데시 이런 국가들도 지구 온난화로 언젠가 사라질수도 있다는게 상상이 되시나요? 더 큰 문제는 환경난민으로 인해 또 다른 전쟁난민이 생길수도 있겠구나 하는 겁니다.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닌 악순환의 연속인거죠.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외면받기 쉽습니다 .

북극곰을 내 쫒지 않고 다 같이 사는 방법은 정말 없었던 걸까요책임지기에 너무 두려웠던 걸까요? 부끄러워서 외면하고 싶었던 걸까요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힘을 모아봅시다 .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총을 쏘려던 사냥꾼이 하염없이 내리는 눈 때문에 희고도 흰 북극곰을 명중시킬수 없었다라고 쓴 부분이었습니다. 온통 흰 세상속으로 온통 흰 북극곰이 걸어들어가는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자연에 동화되고 스며들고 결국 자연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곰의 운명을 보여줍니다. 현실은 너무 슬픈데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그래요, 눈보라는 상처뿐인 몸과 마음을 가지고 어떤 대책도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지요. 너무나 절망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어떤 약속도 해줄 수가 없는 인간이라서 더 가슴 아픕니다.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라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글자가 마치 우리 지구의 소중한 동물들이 이렇게 사라져가고 있어..우리의 소중한 동물들을 지킬 시간이 이렇게 점점 줄어들고 있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지구의 건강이 이렇게 병들어 가고 있어 라고요!

 

아이들과 꼭 한번쯤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아이들에게 외면하지 않고 함께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 많다는것도 이야기 나누면 좋을것 같아요. 유머책도 좋고 몽글몽글 아기자기한 그림책도 좋지만 이렇게 이야기 나눌수 있는 그림책도 저는 너무 좋아요!! 작은 책에 담긴 큰 메시지...저희 아이들은 눈보라가 너무너무 불쌍하다고 하는데요 ,이 지구상의 모든 다른 생명체와 공존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나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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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밌어요 내용ㅇㄱㅎㅎ 어렵지 않고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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