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된 아이 사계절 아동문고 99
남유하 지음, 황수빈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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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동화책 중에서는 단연 제일 독특하다. 여섯개의 짧은 단편으로 엮여 있는데 각각의 소재도 달랐고 내게는 낯설었으며 약간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열두살의 나로 돌아가 볼수 있었고 , 작가님의 열두살은 또 어떤모습이었을까도 생각해 본다. 존재 자체로 빛이 나야할 아이들에게도 그들만의 고민과 갈등이 있다. 편견과 차별속에서 외롭게 버티는 아이들을 나는 어떻게 보듬어줘야 좋을까. 내 어른 아이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할까. 깊게 공감했고 화가났으며 슬프고 또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독특한 소재의 괴기한 동화가 왜 이렇게 아름답게 들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온쪽이 ]

나의 온전함, 나의 비정상을 과연 이 사회가 규정지을수 있을까 ? 이 사회도 불완전한 개인들의 집합체일뿐인데 과연 누가 누구에게 지적을 할 수 있을까 . 비정상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소수의 정상인으로 사는일이 괴로울테고 반대로 정상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비정상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은 좋은 뜻이고 , 비정상은 나쁜 뜻일까 ? 구분짓는 자체가 편견에서부터 시작하는건 아닐까 ?

여기서는 온쪽이의 외모에 대한 다름이 나오지만 , 그렇게 따지면 기준이 되는 일은 넘쳐난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취향이 독특하다거나, 지극히 내향인이라거나, 아웃사이더라거나 ,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 ..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받고 싶은데 자꾸 나보고 넌 왜 우리랑 달라?...넌 왜 우리랑 똑같아지려고 노력하지 않니..넌 달라서 이상해..너는 나랑 달라서 어울리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 이 세상의 모든 온쪽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거지 ?

온쪽이가 수술을 결정한것만 보아도 우리 누구도 사회가 내린 평가에 대해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온쪽이는 결국 똑같아 지는게 무의미하다는걸 깨닫고 수술을 하지는 않았지만 , 만약 수술을 했더라면 더 행복해졌을까?.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사는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나라면 인생을 거기에 맞추느라 허비하고 싶진 않다. 애초에 나는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그냥 이렇게 불완전한 채로 살다 불완전한채로 떠나도 크게 나쁠것 같진 않다 . 너무 염세적인 발언인가? 너무 무성의한 발언인것도 같네 !

[ 나무가 된 아이 ]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누군가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는것...그리고 거기엔 이유가 없다는것...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교실안에 있던 필순이는 나무로 변하게 된다. 작가님은 왜 하필 나무를 선택하신걸까 ? 어떤 차별과 편견에도 흔들림없이 뿌리를 내리고 버티고 서있는 느티나무를 보여주면서 필순이를 응원하고 싶으셨던 걸까 ?

아이들은 그렇게 변한 필순이의 존재를 바로 눈치채지만 선생님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설정도 신선했다. 어른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는 원래 그렇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각자의 존재를 눈치채지도, 변화를 감지하지도 못하는건지도. 그러니 어른인 나도 조바심이 난다.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을때 내가 옆에 있어줘야 할텐데 나도 선생님처럼 아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면 어쩌지?

가장 가슴 아픈건 교실에 있는 방관자 친구들이었다. 알면서도 어떤 액션도 취하지 못하는 소심한 침묵자들. 도움을 청할 용기도 없고, 부당함에 저항하지도 못하고 현실에 묵묵히 순응하는 사람들. 부끄럽지만 나 또한 이 무리에 더 가까웠다고 말해야겠지. 나무로 또는 다른 존재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꿀수 밖에 없었던 많은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너는 너라고 . 모습이 바뀐다고 해서 너가 어디 가는건 아니라고.

내 삶에도 나무로 변하고 싶은 순간이 몇번쯤은 있었다고 그래서 지금은 내 마음속에도 나무 한그루 푸릇푸릇 잘 자라고 있다고 말이다.

[ 뇌엄마 ]

당신은 이제 막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와서 뇌만 잘라 특수용액에 담궈둔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것인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뻔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 시점에서 뇌 엄마가 탄생했다. 팔도 다리도 몸통도 없이 오직 뇌만 존재하는 엄마. 엄마는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유리관안에 갖혀 있는 자신이 괴롭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어디로든 훌훌 떠나고 싶어한다. 가족의 곁을 떠나고 싶어하는 엄마와 보내주고 싶지 않은 남편과 아이 . 가족은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는것도 편견아닐까? 그런 편견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속마음을 드러내기가 더 힘든게 가족인지도 모르겠다. 사랑받고 싶은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엄마의 영혼을 좁은 틀에 가두어두는 일...이 일이 과연 이상적인지 나는 묻고 또 묻는다.

[ 착한 마녀의 딸 ]

다르다는 이유로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가 호기심이 해결된후 어느순간 무리에서 배제당하고 이유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마녀의 딸 이야기이다. 자신들의 욕구를 위해 누군가의 호의를 이용하고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회가 소름끼쳤다. '착하다'는 건 친구가 되고 싶다는 신호이지 , 상처를 주기 좋은 상대라는 표시는 아니라는 걸 알아줬음 좋겠다.

[ 구멍난 아빠 ]

어느날 아빠 등에서 큰 구멍을 발견하게 된 아이는 그 구멍이 뭐냐고, 왜 생겼냐고 바로 묻지 못한다. 바람이 불면 시리고 차갑지만 이제는 무덤덤해져버린 아빠. 아빠의 혼잣말처럼 꿈을 잃어갈수록 그 구멍은 점점 더 커져가는걸까? 우리 눈엔 보이지 않을뿐 아이들도 어른들도 가슴에 그런 구멍 하나쯤은 있겠지 .각자의 구멍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가끔씩은 그 구멍으로 햇살이 비치고 비가 새는지도 지켜보자. 엄마의 등 뒤로 보이는 꽃무늬 타일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줄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서로의 구멍을 부지런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자!

[ 웃는 가면 ]

누구에게나 친절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가 반에 한둘은 있다. 그 아이와 친해지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것 같은 특별한 기분이 생기기도 하고. 그 아이를 닮아가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게 되는 한 아이의 이야기가 작가의 세심한 전개덕분에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사람이 되기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줬던 인어공주처럼 , 인기를 얻기위해 자신들의 밝은 웃음을 내줄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무모했다고 비난만 할수 있을까. 웃음 대신 갖고 싶었던 것이 친구들의 인기였는지 아니면 채워지지 않은 사랑이었는지 누가 알까.

우리 모두는 사랑에 굶주려 살아가니깐. 다만 무리에 어울리기 위해 나만의 색깔을,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잃어버린 것과 얻어낸것중 어떤것이 더 소중한지를 말이다.

다양성과 개성이 있어야만 살아남아요 라고 사회는 소리치지만 , 그 다양성과 개성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까지 잘 되어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각자가 가진 개성과 색깔을 어떤 편견과 차별 없이 투영할수 있는 사회가 될때까지 이런 동화책이 많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에게는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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