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 신데렐라] - 전혀 다른 개념의 동화책

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리베카 솔닛 지음 / 아서 래컴 그림 / 반비 출판사

신데렐라가 동화속에 나오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원작에서 변형된 비슷 비슷한 류의 그림책이 하도 많아서 그녀의 이 이야기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히 신선할까 하는 걱정과 그래도 리베카 솔닛이 만든 그림책이라면 분명히 그녀만의 시선이 있을거야 하는 믿음. 그 두가지 감정이 반반 섞인 상태로 책을 펼쳤던것 같다. 그녀는 여권 운동가 이면서도 역사가이고 환경이나 인권문제가 관심이 많은 작가인데 이런 배경에서 였을까 고전중에서도 이 신데렐라를 선택한 이유를 조금은 추측해볼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 책속의 등장인물의 변형은 나의 상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 그런데 이런 뒤틀림이 어색하지 않았고 기존 원형이야기에서는 느낄수 없었던 따뜻함까지 있어서 완전 사로잡혔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이렇게 따뜻해질수도 있었던가 .

그중에서도 리베카 솔닛의 버젼이 젤 와닿았던 이유는 기존 이야기에서는 신데렐라만 주인공이고 신데렐라만 나의 사랑을 독차지했던것과 반대로 이 책속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모두에게 관심을 기울일수 있었고 심지어는 계모인 냉정한 엄마에게까지 감정이입을 할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이 책에서는 생각을 전환시킬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아주 아주 많다는거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신데렐라를 보면서..거기다 아름답고 성격도 좋은 그녀를 보면서 계모도 그리고 두 언니들도 왜 샘이 나지 않았겠는가 ! 어려운 시기에 혼자서 아이 둘을 키웠을 계모는 신데렐라가 신분상승에 성공한것처럼 자기도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제2의 인생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그 밑에서 자란 두 딸들도 얼마나 사랑에 굶주렸을까? 새아빠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는 오랜 출장중이고, 아름다운 외모로 성공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만이 그 무료함을 벗어날수 있는 탈출구라고 배웠다면 말이다.

'왕자'를 해석한 작가의 시선도 신선했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 매일 무도회만 열것 같은, 주목받지 못한 왕자가 이렇게나 세심하고 따뜻한 인성의 소유자 였다니 !

page 29 [ 네버마인드 왕자는 아주 예의바른 사람이어서 자기가 손님을 놀라게 하는 바람에 손님이 구두 한 짝을 놓고 가버린게 미안했어. 그래서 파티에 온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었지만..]

그리고 왕자는 신데렐라에게 당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왕자는 왕자대로 타이틀이 주는 억압과 제약이 있음을 ...자신이 원치 않는 인생을 살수밖에 없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신데렐라는 화답처럼 자신에게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들은 첫만남에서부터 친구가 된다. 이거 연애교과서라도 해도 될듯?^^ ㅎㅎ 내가 꿈꾸었던 연애도 이런거였다. 한눈에 뿅 그런거 말고 솔직하게 나누고 마음을 보듬어주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거말이다.

이쯤에서 마법사 할머니 또는 요정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이 할머니도 너무 멋진 캐릭터다. 등장인물중에 내 맘을 쏙 뺏은 존재. 하시는 말씀마다 주옥같은 명언만 남기시니 말이다 ㅎㅎ

진짜 마법이란 뭔가 불가능한걸 가능하게 바꿔놓는 강력한 힘에 있지않고 , 모두가 자유롭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 될때 진짜 마법이 이루어진거라고 했다. 무도회가 다 끝나고 요정 할머니는 물었다. 말들에게 , 마차꾼 여자에게, 말구종에게도 이 모습 그대로 남고 싶은지, 아니면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말이다. 그리고 신데렐라는 자신의 의견을 먼저 요정에게 말한다. 이 화려한 드레스는 내 일상생활에 걸리적거리니 이전 옷으로 바꿔달라고 !

신데렐라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토리 곳곳에 묻어나는 그녀의 적극성과 쿨한 성격은 이전의 수동적인 모습과는 정반대였다는것도 인상깊었다

요정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강력한 힘을 독단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항상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했으며 그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을수 있도록 돕는 현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상할수 없었던 일은 신데렐라의 두 언니가 적성을 살려서 취업을 했다는 거고 그것도 너무 즐겼으며 심지어 아주 잘 해냈다는 사실 ㅎㅎㅎ

더 놀라운 것은 의붓 언니들이 신데렐라를 찾아와 그동안 너무 미안했노라고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는거다. 스스로 돈을 벌어보면, 사회 생활을 시작해보면 철이 든다고 했던가 ㅋㅋ 어떤 계기가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셋은 정말 친구같은 사이가 되었다는것.

남을 돕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요정이 될수 있다. 누구든 무지함 속에서 남에게 상처를 줄수 있다. 삶속에서 우리는천사도 악마도 될수 있고 , 어떤 행운이 찾아와서 삶의 대반전이 일어나기를 꿈꿀수도 있지만 어떤 형태의 삶을 살든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유롭게 사는것 만큼 행복한 삶은 없는것 같다. 그녀의 변신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여정이었다면 언제든 응원할것이다. 유리구두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진열장속 환상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옆집 언니가 되주리라 믿는다.

[아테나와 아레스 ] - 훌륭한 기수가 되고 싶다고

아테나와 아레스 - 제17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 ㅣ 문지아이들 166
신현 지음, 조원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5월

신현 지음 / 조원희 그림 / 문학과 지성사

아주 오래 전에 [ 각설탕 ] 이라는 책을 읽었다. 경주마와 한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인점도 닮았고 그래서 일까 제주도 푸른 목장 드넓은 들판위로 힘차게 내달리는 두마리의 말과 한 소녀의 모습이 제일먼저 그려진다.

엄마도 아빠도 기수인 집안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 마새나와 마루나. 어느날 목장에 아테나와 아레스가 태어나고한살도 안된 망아지들은 경주마로 길들여지기 위해 엄마 말과 떨어져 지내게 된다. 이제 5학년이 된 루나는 이 장면에 가슴아파하면서도 경주마가 되어 1등을 하는 삶을 살아도 멋질거라며 기수가 될 꿈을 키워간다. 아테나는 그렇게 경주마가 되어 팔렸고, 아레스는 도축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된 후 경주마가 되기위해 루나와 함께 훈련을 하게 된다.

새나와 루나처럼 비슷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테나와 아레스의 삶은 어땠을까? 인간의 이기심은 그들을 경주마로 혹독하게 길들였고 아테나는 결국 그 길이 버거웠는지 경주중에 죽음을 선택하고야 만다.그 길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똑똑한 아테나 ㅠㅠ. 애초에 이들에게 선택권이 있기는 했을까 ? 경주마가 되거나 아니면 도살장에서 잔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말들에겐 정말 이 두가지 선택지만 있었던걸까 ? [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 처럼 어떤 말은 경쟁의 삶보다는 혼자 여유를 즐기는 삶을 좋아할수도 있는데 왜 우리는 모든 말에게 경주말이 되라고 강요하고있는거지 ?

점점 선택지가 없어져가는 아이들의 삶에 대한 고민도 깊어간다. 어차피 죽어라 달린다 해도 모두가 1등이 될수 없는 세상이라면 굳이 내 길도 아닌길에 내몰려서 불안해하고 초조해 할 필요가 있을까 ? 어른이라면 최소한 자신의 길을 선택할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 인생의 선택지는 여러개라고 , 실패해도 좋으니 어느길이든 너가 가보고 싶은 길을 가보라고..나도 이렇게 큰소리 칠수 있는 기수가 될수 있으면 좀 좋으련만. 경주마가 되어 1등 하는 삶도 멋지지만, 그 경주에 함께 하는것만도 충분히 힘들거라고 애쓰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줘야 될텐데...

동물 복지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도살행위와 한살도 안된 젖먹이 아이들을 강제로 엄마에게서 분리시키는 모습을 볼때면 우리 인간이 얼마만큼 잔인해질수도 있는 존재인지 상상해보게 된다. 오늘도 누군가는 경주마들의 레이스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도박을 걸겠지만 내 눈엔 이젠 하나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혹독한 과정을 거친 경주마와 끝없이 이어지는 레이스에서 1등을 해야만 각설탕을 먹을수 있는 말들이 먼저 떠오를테니깐 .

우리 이제그만 각자의 레이스를 만들어보는건 어때요 . 모두가 다 똑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지 않아요 ?  

[ 북극에서 온 남자 _ 울릭 ] 어느세계에 속해 있어도 인간은 외로운존재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프랑수아 를로즈 지음 / 열림원

[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읽고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고 신작이라는 말에 첫 작품과 닮아 있는 소설일지 아니면 전혀 다른풍일지가 제일 궁금했더랬다. 이 소설은 이누이트 부족과 함께 살아가는 고아가 된 울릭이 카블루나 라는 곳으로 가면서 겪게 된 고민과 갈등을 통해 우리 인류는 무엇에 고통받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또 무엇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은지를 차분하게 읇조리고 있다.

천천히 움직이는 구시대적인 세계 이누이트 와 모든게 빠르고 효율적인 세계 카블루나 라는 세계. 양쪽 세계를 오가며 울릭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들에 답하게 되고 , 이 과정이 내게는 사춘기를 겪는 아이로 성장통같은걸로 비춰졌다. 하나에 세계에만 몸 담고 있었다면 절대 알수 없었던 것들...예를 들면 모든게 풍족해보이고 효율적인 카블루나 세계안에서도 인간의 외로움은 존재했고 , 끊임없이 상처받았으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길 원했다는 것..자신이 속한 세계가 느리고 어떤면에서는 불공평하고 너무나 단조롭기만한 시스템이었지만 , 어떤면에서는 카블루나 보다 더 인간적이며 풍요로웠으며 여유가 넘치는 세계였음을 깨닫는다.

어느 세계가 좀 더 이상적이다 아니다를 판단내리기 보다는 , 내가 나로 살아갈수 있는 세계가 가장 이상적인 세계같아보인다고 말할수 있을 뿐. 고민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성숙해진 울릭이 이누이트로 돌아와 사랑하던 약혼자를 되찾고 그들만의 땅을 찾아 또다시 삶을 이룬다는 설정 또한 대혼란속에서도 역시 우리를 살아내게 하는 힘은 여전히 사랑이며 희망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토리가 단순하고 잔잔하지만 에릭의 시선으로 함께 고민할수 있어 좋았고, 감초처럼 등장한 정신과 의사 꾸뻬 선생님을 발견할때는 삐죽 웃음이 나왔다. 정신과 의사선생님도 여자친구와의 헤어짐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기 힘든 ㅎㅎ

이 책에서 가장 흐믓한 장면을 꼽으라 한다면 .....울릭이 한곳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토마스라는 남자아이와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우리가 무얼 잃어버리고 살았는지....울릭을 보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 나오더라도 병든 인간을 고칠수 있는 최고의 명약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울릭이 있어 오늘도 나는 편안히 잘수 있겠다...사랑해요 울릭 !

[불안한 사람들] - 불완전한 타인이 때론 해답이다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불안한 사람들 ]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 다산북스 출판사

완벽하지도 않은 , 구멍도 많고 상처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을까 생각했다.

시작은 스릴러물처럼 은행강도가 등장하고 경찰이 등장하지만 , 중간부는 우연하게 인질범으로 잡힌 개성강한 8인의 등장으로 배꼽잡고 , 후반부는 이렇게 불완전한 사람들이야말로 서로를 구원해줄수 있는 가장 완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혼자 펑펑 울고 ..진짜 너무너무 웃긴데 또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콧물 쏙 뺀 이야기 !

스토리 중심의 빠른 전개가 책장을 후루룩 넘기게 만들었지만, 각기 다른 캐릭터에 공들인 작가의 애정만큼이나 한명 한명 다 내 모습이 녹아있어서 모두 안아주고 쓰다듬어줄수 밖에 없었다 . 그들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주변의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아파트 오픈 하우스에 있는 아홉명의 사람들은 완벽한 남남이었다.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그 장소에 모였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타인의 상처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적당한 거리를 돈을 주고 살수 있는 능력..이것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세상이라면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는 오히려 안전한 조치일수도 있지 않을까 ?

한 공간에서 부대끼던 9인의 타인들은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면서 친구가 된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싶다가도 한정된 공간과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일일수도 있겠다 싶다.

불안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때문에 우리는 덜 불안해지기 위해 매순간 애쓴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기때문에 불안은 어쩔수 없는거지 . 불안한 감정은 당연한거야 라고 ! 불안함이 없는 삶이어야만 완벽한 삶인걸까 ? 너도 나도 불안을 껴안고 살아갈수 밖에 없다면 대신 , 언제어디서나 녹슬지 않는 유머감각 그리고 타인의 힘든 삶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하나는 꼭 챙겼으면 좋겠다. 불완전한 타인에게 건네는 한번의 관대함과 한번의 관심과 한번의 기회는 서로를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테니까.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다 연결되 있는 하나의 지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작가님이 좋아졌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작가님을 정말 정말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길 ^^

[ 불량판결문 ] - 대한민국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책

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black fish ) 출판사

높기만한 법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내가 가졌던 막연한 공포가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음을 깨닫는다. 내가 권력을 준 사람들이 정한 헌법이니까 무조건적으로 따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무책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불공정함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무엇하나 바꿀수 있는 힘이 내게 없기에 엮이지 않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나 비겁했다. 이 책은 나를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게 만들었다. 힘들게 힘들게 한발짝 한발짝 변화를 꿈꾸고 있는 이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지한 나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법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알려주었고 , 내가 목소리를 내야할 이유에 힘을 실어준 고마운 책이다.

여기...상식에 반하는 일에 대해 왜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해보고 분노하고 희망을 다시 쓰는 용감한 변호사님이 계신다. 의료 분야에 김국종 교수님이 계신다면, 법률 분야에는 최정규 변호사님이 계시다고 해야할까?!

판사님앞에서는 변호사님 조차도 반기를 들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읽었을땐 인간적인 위로도 받았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이 무소불위 권력은 너무나 막강해서 그들이 만약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한 사람의 인생이 과연 살아남을수 있을까도 생각했다. 이 세상에 불량 판결문이 이렇게나 많은데, 법원 서비스가 이렇게나 불만족스러운데 왜 이렇게 변화의 절차는 복잡하기만 하고 오래 걸리는걸까 .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는 서비스는 결국 살아남지못하는데 왜 법원은 변화되지 못하고 구시대 유물처럼 존재하는가.

법원의 인력은 한정되 있고 검토해야 할 소송이 산재해 있다는것도 잘 안다.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져가고 있고 갈등의 양상도 다양해지는데 법은 '법적 안정성' 이라는 원칙에만 너무 충실한것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모아진다면 부당하고 불편한 법, 상식에 맞지 않는 법도 꼭 바껴나갈거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에 최정규 변호사님 같은 분이 계시는 한 약속은 유효하리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실제 에피소드와 현장감 그대로 묻어나는 기록들 때문에 정말 지루하지 않게 후루룩 읽었다. 다만 너무 무지했던 내 자신에 분노했고 억울한 사연 하나 하나에 할말을 잃었다. 어찌 내가 감히 그 억울한 분들의 마음을 상상조차 할수 있을까. 그 일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켰을 변호사님은 또 얼마나 무력감을 느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너무 아팠다. 정의 구현에 삶을 송두리째 바쳐온 그의 삶에 무한의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서평을 마친다.

'어떤 일이 할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일은 서투르게 할 만한 가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