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 인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 Philos 시리즈 6
월터 아이작슨 지음, 신봉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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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책은 감동이에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수많은 책들 중에서 단연 손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저자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기 전문 작가예요.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이전에 자신이 쓴 전기들의 핵심을 가장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그 핵심이란 다양한 분야 즉 예술, 과학, 인문학, 기술의 접점을 찾는 능력이 혁신, 창의성, 천재성의 열쇠라는 것.

또한 이 책을 쓰게 된 출발점도 레오나르도의 걸작이 아닌 그의 노트였다고 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각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건 그의 노트라는 점. 

7200페이지에 달하는 기록과 낙서가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을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 정말 놀라워요.

저자는 그의 노트들을 기초로 책을 집필하기 위해 밀라노, 피렌체, 파리, 시애틀, 마드리드, 런던, 윈저성으로 가서 노트의 원본을 확인했다고 해요.


21세기형 인재를 창의융합 인재라고 표현하는데,

놀랍게도 과거 15세기를 살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바로 그런 인재였던 거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와 열정이 빚어낸 능력이었다는 점이 중요해요.

그건 평범한 사람은 넘볼 수 없는 초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관찰력이에요.

다만 레오나르도는 광적이라 할 만큼 잡다한 호기심과 무섭도록 극성맞고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졌다는 게 다를 뿐이죠.

이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되어서 자신의 노트, 할 일 목록에 "딱다구리의 혀를 묘사하라"라는 말을 적었을 거예요.

솔직히 살면서 한 번도 딱다구리의 혀를 궁금해 한 적이 없어요. 실제로 본 적도 없고, 디즈니 만화영화에 나오는 딱다구리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느낀 게 전부거든요.

신기한 건 딱다구리의 혀가 부리 길이의 세 배 이상 늘어난다는 사실이에요. 혀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두개골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부리로 나무껍질을 반복적으로 쫄 때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충시킨대요. 딱다구리의 긴 혀는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우리에게 당장 쓸모있는 지식은 아니지만 과학적 시각에선 중요한 발견이에요.


그의 노트들 중에서 특히 '코덱스 레스터'는 과학자로서의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는 증거예요.

72페이지 분량으로, 지질학 · 천문학 · 수력학에 관한 긴 글과 360개의 그림으로 빼곡해요.

'코덱스 레스터'에는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레오나르도의 호기심이 보통 사람이라면 열 살을 넘긴 시점부터 궁금해하지 않는 현상을 주목했음을 알 수 있어요.

하늘은 왜 푸른가?   구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왜 우리의 눈은 직선으로밖에 보지 못하는가?   왜 산에서 샘물이 솟는가? 

무엇이 물과 공기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가?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일상의 시시한 현상을 놀라워하게 된 건 어릴 적 말을 늦게 배운 탓이라 말했는데, 레오나르도는 자신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배워야만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대요. 그는 1490년경 자신이 "무학자"이자 "경험의 제자"라는 긴 글을 썼고, 직접적인 관찰보다 고대의 지식에 의지하는 사람들을 비판했어요. 그는 남다른 관찰력으로 패턴을 찾아내고 추가 관찰과 실험으로 그 패턴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이른바 실증적 접근법으로 시대를 앞서고 있었어요.

또한 그는 소우주 - 대우주 유사성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수정해야 될 만한 증거와 맞닥뜨리자 기꺼이 수정하고 새로운 이론을 세웠어요. 선입관을 배제하려는 마음가짐이 그가 가진 창의성의 비결이었어요. 과학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증명해내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그는 위대한 과학자였어요.


***  코덱스 레스터

: 1717년 이 노트를 구입한 레스터(Leicester) 백작의 이름을 딴 것이다. 1980년에는 기업가 아먼드 해머(Armand Hammer)에게 판매되어 '코덱스 해머'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1994년 이 노트를 구입한 빌 게이츠는 그렇게까지 자의식 과잉이 아니었으므로, 이 노트의 이름을 다시 '코덱스 레스터'라고 불리도록 했다.  (541p)

  

그는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어놓았어요.

"각 세부 사항을 주의 깊게, 하나씩 따로따로 관찰하라." 

"사물들의 형태를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우선 그것들의 세부 사항에서 시작하라.

그리고 첫 번째 단계가 뇌리에 확실히 새겨지기 전에 두 번째로 넘어가지 마라."  (239p)

레오나르도의 관찰 비법, 알고보면 단순해요. 그래서 더욱 감탄하게 돼요.



1452년 4월 15일 토요일 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생아로 태어나서 1519년 5월 2일 예순일곱 살이 된 지 3주만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가 마지막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노트 페이지에는 직각삼각형의 면적 연구에 대해 쓰여 있고, "수프가 식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끝이 난다고 해요.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불러오듯" (649p) 레오나르도는 30년 전 이런 글을 썼다는데, 정말 자신의 말처럼 삶을 보냈던 것 같아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하루를 보내는 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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