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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사람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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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의 행방-신중한 사람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설명할 수 없다그럴만한 능력이 없거나의지가 없거나간혹 둘 다거나그래서 다만 '어쩔 수 없이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때가.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가 모여서 결국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내려다 볼 때가 있다. (천천히 왜 그렇게 되었는지 말씀해 보세요설명을 하려고 하면 막상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고그래서 풀게 되는 한 토막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기 쉬워서 맥이 풀린다. (그런 호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좀 더 객관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나 젠장자신에게 객관적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대체로 억울함은 여러 곳에서 도착한 불가피함이 모여 만들기 때문에 손 쓸 수 없는 것이 태반이다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그는 자신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가장 먼저 버리거나 포기해야 할 것을 끝내 간직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되는 일에 실패한다그것만은 늘 성공적이다.

 

<신중한 사람>은 그들의 삶이 "왜 그렇게 됐나"를 말한다논리학의 썰이라도 푸는 듯 그렇게 되었다를 '설명하는 중에 '그'의 큰 잘못이 그다지 없다는 점이 잘 드러나 고통스럽다. (결론 그가 그렇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자연스러운 가운데 부자연스러운 ''가 있을 뿐이라는데그렇다면 이런 문제 제기는 어떤가그의 부자연스러움 가운데 자연스러운 바깥이 어째서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바깥이 자연스러움이 정당한 나머지 그에 반하는 이들은 부자연스러운 것이 되 버리고그것은 그의 인생을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이 소설의 역할은 무엇인가. (응원일까요지친삶에 대한?) 예상했다시피 그런 건 하나도 없다그렇다고 비꼬거나 조롱하는 것도 아니다다행이라고 해야 하나그저 보여줄 뿐이다더 잘 볼 수 있도록덕분에 독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어디에도 없는>을 읽으며 금기의 질문을 하나 생각했는데비웃음을 감수하고 말하자면 '이 사람은 네이버도 안하나'였다. ‘는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으면서 "비자 발급 얼마나 걸리나요"를 한 번 물어보지 않는다용감하다고 해야 하나언제 나올지나오기는 할지 모르는 비자를 순진하게 '21일 후에 나온다'는 직원의 말만 듣고 월세방을 정리한다그리고는 하루에 만원하는 여관방에 들어가서 3주를 기다리기로 한다이해할 수 가 없다그래서 당면한 문제는 당연히 '비자가 나올지 모른다'는 거다비행기표도 예약만 해놓고 발권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언제 돈을 넣을거냐취소해버린다 라는 독촉문자가 날아오고 어떻게 된 일인지 유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이국의 외삼촌뿐이다.

 

여기서 문제는 '혼신을 다해 기다리는 일을 하고 있는유를 이상하다고 여기는 나의 시각이다바깥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그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역시 바깥에 길들여진 나의 시선이다그러나 의 사고는 흠 잡을 데가 없다비자를 신청했다비자는 21일 후면 나온다바로 떠나기 위해 집을 정리했다흡사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것 같은 방법이지만 이것만 놓고 보자면 잘못을 딱히 꼬집을 수는 없다.

 

외삼촌이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집을 정리했다는 말부터떠나기로 한 수단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주를 내 손으로 치워버리는 것은 무슨 짓이냐는 거다미리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고 유의 신중하지 못함을 걱정하지만 그러나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방법처럼 외국에 나가기 방법을 밝게 이야기 하는 그에게 (그리고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나 버린 후에별로 해줄 말이 없다굿럭이라고 빌어주는 수밖에그는 자신의 시계를 바깥과 맞출 줄 몰랐고읽을 줄 몰랐던 것 같다더불어 자신의 것을 읽을 수 있는지도 의심이 든다자신의 돈을 잘 챙겼으며 불안하나마 여관에서도 요식을 잘 해결하고 있다는 변호를 해보지만. ‘3주라는 일시적인 시간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닌지.

 

시계를 맞추지 못하는 유의 생태는 끊임없이 똑딱이며 나가는 세계와 불화한다다음 대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난 벌써부터 여기 없다고요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난 여기 없는 사람이라니까그런데 왜 이래있지도 않은 사람한테 왜 이래." 비자센터의 직원은 끄떡하지 않았다누구라도 흔들릴 만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 기다려보세요다른 방법이 없어요." p. 245

 

그의 몸은 벌서 외삼촌 집에 가 있다비행기를 타고 건널 수 있는 곳에 말이다그러나 그가 가고 싶은 곳과 도착할 곳이 같겠는가그의 시계는 그에게만 통용된다그래서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일 없는 자연스러운 바깥과 대립하는 것이다유의 외삼촌이 부르는 초밥집과 그가 일해야 할 생각 속의 초밥집이 다를 것이 뻔하다후에 일어나는 일은 더 기가 막혀서 풀어갈 방법은 마땅치 않다이제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티켓을 흔들면서이미 날아가 버렸다는 것처럼 안타까운 그를 바라보면나의 시계를 생각하고더불어 바깥의 시계를 떠올리고차이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포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가를 생각한다당신들은 '여기는 이런 곳입니다'라는 설명을 들어 본 일 없이 이곳에 왔다. 그렇게 맞춰서 돌아가기로 한 거대한 침묵 앞이다들어 본 적 없는 법칙에 나를 넣고 잘 갈려 세계에 잘 화되는 것이 훌륭한 목표라도 되는 것처럼 좁은 입구에 줄을 선다바깥으로 튀는 콩을 잡아다 다시 입구에 집어넣는 늙은 손이 잽싸고.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아뿔사, 어처구니*가 없다. 돌아가길 멈춘 맷돌 위로 햇빛이 길다.

 

 

어처구니 맷돌의 손잡이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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