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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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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일어나 걸을 때-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죽고 나서 밝혀질 내 어떤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모든 나는 아직 죽어본 적이 없으므로, 죽은 후 내가 살아서 했던 어떤 일 때문에 괴로워 한다든지 혹은 부끄러워 할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딜리팅은 유언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알려지지 않는 유언. 전적으로 살아있을 때의 관점에서 행해지고 죽은 후에 비로소 이루어지기에 그것은 두 가지 차원에 걸쳐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같은 것은 그 누구가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누구도 알 수 없는 지점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시작은 냄새다.  


구동치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기묘한 냄새가 흐르는 빌딩에서 두 개 차원의 경계에 발을 걸치고 있다. 단단하게 키워진 사람이지만 그 역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이므로 살아있으면서 죽은이의 일을 들어주는 일은 '언제나' 과하게 올 수 밖에 없다. 사진 한장을 없애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은 단순히 필름이 박힌 종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없애야 할 사연, 사진이 연계되어 있는 다른 사람의 추억 이상을 포함한다. 


의뢰인이 오기 전 아리아를 들으며 혼자 의자에서 노래를 따라하는 그의 모습은 레옹을 연상시킨다. 레옹은 처리 하는 사람, 이 세계의 사람을 저 세계로 보내는 킬러. 그의 생활은 단조로우면서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그는 죽기 전까지 한 곳에도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몸처럼 아끼는 화분을 보라. 자신이 자신을 그렇게 애지중지 했다고 생각하기 싫겠지만, 화분은 레옹의 표상이다. 식물이면서 늘 움직일 수 있도록 작은 화분에 있는 삶. 안정을 위한 움직임 말이다. 경계에 있는 이는 경계를 떠날 수 없어 늘 불안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딜리팅 하는 것이 비밀이 아니라 관계라는 점이다. 이권 다툼으로 보이는 사장들 간의 접점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포장되지만 비밀은 혼자서 생기는 속성이 아니다. 반드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만 벌어지며 내가 갖고 있는 비밀조차 나와 나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내가 갖고 있는 비밀을 삭제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와의 연결을 지워달라는 일인 것이다. 구동치는 단순히 딜리팅을 부탁한 이의 가장 나종에 지닌 것을 잘 버려달라는 당부로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왜 자신이 살아 있을 떄 그것을 버리지 않는가. 못하는가. 관계는 혼자서 떠난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 말미에 가서 구동치는 지워진 것을 복원-사진을 복원하는 이를 알게 된다. 그는 어렵게 복원한 사진이 어떤 기쁨을 가져다 주어는지 설명한다. 구동치는 우물로서의 자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는 일은 어렵다. 구동치는 부탁한 사람조차 확신할 수 없는 '안도'를 위해 그 밖의 다른 표정의 가능성을 깊은 곳에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남자가 지갑 속에서 사진을 꺼내며 말했다. 그냥 줄 수 없으면, 반으로 접어서 주십시오. 구동치가 웃으며 말했다. 416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라는 제목은 작가가 그림자의 그늘이 색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지울 것이냐, 바라지도록 기다릴 것이냐 양자택일 하는 사이 의뢰인들의 사연으로 구동치의 그림자는 세상의 낮처럼 다채로워졌다. 구동치는 뒤바뀐다. 자신의 실체가 그림자가 되면서, 그림자가 실체가 된 삶을 산다. 그러므로 다음 대사는 검은색 그림자의 안온에서 그가 부릴 수 있는 모든 여유를 끌어온 것이다. '그냥 줄 수 없으면, 반으로 접어서 주십시오.' 내게 주기 전에 적어도 당신은 그 정도의 인사는 해주십시오. 당신이 버릴지 말지 고민하며 이제껏 키워온-가슴 안쪽의-그 오래된 사진을 보며 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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