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를 찾다 -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
인드라 초한 지음, 나카지마 다카시 엮음, 양영철 옮김 / 경성라인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라는 이유가 마지못해 한다는 것으로 정당화될 때, 독서를 시작했다. 나는 하루종일 책에 시달리고, 복종하고, 대항하고, 지쳐가는 삶을 살았다. 책이 나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갈 이유마저 책이 정해준다는 생각에 경외심마저 들었으니까. 아직 한참이나 멀었음에도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책은 한결같이 괴짜 중의 괴짜였다. 녀석(책)이 제안하는 삶의 지침서를 죄다 내 것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잠시였다. 이제는 책을 벗어나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 고맙기도 하다.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책은 자신을 찾아오고 떠나가는 사람의 발목을 붙잡지 않았다. 그저 마음껏 주고 또 주면서 제 본분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보기에 타당하고 정당한 목표는, 결국 다른 대안이 없어서 결정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책이 인간에게 사는 방식을 알려주는 듯해도 사실 책도 인간이 만든 수단에 불과하다. 삶의 목적과 방향은 인간이 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책은 그 과정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도구라는 것이다. 책에 의존하는 자, 그는 독립된 삶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나라는 존재, 나라는 인간에 대하여 말하는 책을 읽을 때면, 추상적 딜레마에 빠지기 일쑤다. 익히 알아서 진부한 내용, 참신함에서 느끼고 싶은 지적쾌감마저 말끔히 생략하는 인간을 위한 명상록, 에세이 등등… 이번에 읽은 <진정한 나를 찾다>라는 책도 인간이 상실했을법한 지적 빈곤함을 나른하게 달래주는 내용이 가득하다. 나는 언제부턴가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에 대한 글을 적을 때, 글 속의 주인공을 나 자신으로 정하기 시작했다.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말하는 데 있어서 책을 인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인드라 초한은 유행기(遊行期)를 20대부터 시작하여 인도 내외의 아슈람(ashram=힌두교의 승원)에서 초대를 받아 영성수행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요가를 지도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기도 하다. 얼핏 자기계발서처럼 읽혀질 수도 있는데, 흡사 탈무드 잠언집과 같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책의 포장지는 영성과 수행에서 비롯된 참 자아를 발견하는 것을 핵심으로 보여주는 듯하나, 책의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가르침이 차례대로 명시되어있다.

 

 

「시대가 성숙해서 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새 바람이 낡은 바람을 몰아낸다. 새 바람이 불어오면 그 힘을 막기보다는 그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성공은 시대의 바람이 어느 쪽을 향해 불고 있는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전통도 귀중하지만 개혁은 더 중요하다. 불변하는 것, 변하는 것, 변해야 할 것, 이것들의 내용을 확실히 파악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활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삶이 야박하게 변질되는 것이 두려운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표현이 저속하여 심기가 불편할지는 모르겠으나, 세상이 양적으로 팽창해질수록 인간의 정신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폐한 삶의 주인공이 되기 전에 그 삶이 무엇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지를 신속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책에 의존해서는 안 되나, 잠시나마 안락을 취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지겹도록 들은 말이겠지만, 다시 말할 수밖에 없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어디에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느냐는 것.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삶이 아니라, 어떻게 삶을 이끌어가고 있느냐가 보다 중요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몸은 날로 거대해지나, 정신은 궁핍해지는 삶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이 나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크게 손해 본 것은 없다. 아는 것을 한 번 더 알아본다고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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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3-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