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감탄에 감탄!

"벗이여, 세계는 둥글다. 토요일에 나는 베니스를 향하여 밑으로 떨어진다. 계속해서─ 별들에게로" (게오르크 트라클이 1913년 8월 15일, 인스부르크에 있는 친구 에르하르드 부쉬베크Erhard Buschbeck에게)
 
별로 가는 길은 위로 시선을 올리는 길이다. 그런데 그는 밑으로 떨어진다, 라는 길을 통하여 별로 가는 길을 택한다. 오스트리아는 다들 알다시피 이탈리아보다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길은 밑으로 향하는 길이다. 중부 유럽인들에게 남쪽에 위치한 이탈리아는 태양이 있는 곳이다. 중유럽에서는 느낄 수도, 볼 수도 없는 태양빛이 그곳에는 있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태양을 보기 위해 밑으로 가야 한다. 더 선명한 별빛을 보기 위해서도 그렇다. 중유럽보다 햇빛이나 별빛이 더 선명한 곳. 그곳에서 삶은 더 명랑해지고 죽음은 더 검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밑으로 떨어진다’라는 문장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이는 다른 의미 하나. 이 문장을 쓴 젊은 시인이 나락으로 향한다는 것. 아마도 트라클에게 별은 죽음과 동의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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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8-10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젯밤 저도 저대목을 읽고 좋았어요.
‘별로 가는 길은 위로 시선을 올리는 길이다‘이글은 막내딸에게 읽어주기도 했었는데 딸은 그저 영혼없는 끄덕임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