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배달 왔어요!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71
박현숙 지음, 주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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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배달 왔어요!'

동네 꼬마가 책 제목을 보더니 군침돌게 하는 책이란다.

달콤한 짜장면이야말로 아이들 입맛에 딱이니 틀리지 않은 소리다.

그런데 제목 말고도 책을 읽기 시작하니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재밌다.

생중계를 보는 듯 두건이의 입말이 생생하고 이야기와 또래 아이의 생각과 심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군침돌게 하는 책'이란 말이 꼭 맞게 맛있게 읽었다.

 

2학년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민준이와 짝이 된 두건이는 싱글벙글 기분이 좋다.

짝이 된 기념으로 민준이네 집에 초대까지 받아 기분이 최고지만 민준이 엄마가 짜장면 주문을 하게 되면서 두건이 마음이 안절부절해진다.

민준이 엄마가 주문한 짜장면집이 다름 아닌 아빠가 배달하시는 두리각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다닐 때만 해도 두건이는 철가방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 학년 입학식날, 번듯한 옷차림을 한 다른 아빠들과 달리 배달할 때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온 아빠의 초라한 모습에 창피함을 느끼게 된다.

거기다 '에이, 배달부?' 하는 친구의 말에 두건이는 배달하는 아빠의 직업이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길에서 아빠를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아빠를 피하게 되었고.. 민준이에게 만큼은 영영 비밀로 하고 싶어진다.

 

두건이는 아빠에게 두리각 배달일을 그만두면 좋겠다고 슬그머니 말하지만 아빠는 짜장면 배달하는 일이 즐겁고 좋다며 두건이를 덥썩 안아줄 뿐이다.

학교 앞에서 짜장면가게 홍보이벤트를 하는 아빠를 보고 속상해 하던 날, 아빠가 연락없이 안돌아오자 두건이는 아빠 걱정에 안절부절해 한다. 하지만 민준이 엄마의 지갑을 훔친 소매치기범을 잡은 무림고수가 아빠였다는 것을 알게 된 두건이는 하룻밤 사이에 마음이 바뀌어 아빠가 오래오래 배달부 일을 했으면 하게 된다. 

 

읽는 내내 두건이의 이야기를 실제로 듣는 듯 했다. 그래서 아빠를 지켜보는 두건이의 심리 변화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멋있기만 하던 아빠가 다른 아빠들과 비교되면서 창피하고 어느 순간엔 원망까지 하게 되지만 아빠를 걱정하고 또 아빠를 다시 멋있게 받아들이는 두건이의 예쁜 마음이 잘 그려져 있다. 

또 과장된 듯 익살스럽게 그려진 그림은 이야기처럼 생동감이 넘치고 유쾌하다.

 

민준이네 집에서 아빠를 모른 체 했을 때 또 두건이가 아빠에게 배달일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했을 때 아빠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아빠는 두건이의 마음을 이미 눈치챘을 것 같다.

자식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아빠는 두건이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자기 삶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있기에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가득하고 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건이 아빠는 두리각에서 배달일을 하는 종업원의 입장이지만 신속한 배달과 친절은 물론 자기가 하는 일에 있어 성실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두건이 아빠를 통해 자기의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일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동화같다.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가치를 더 두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새삼 알아야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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