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빤쓰 키다리 그림책 31
박종채 글.그림 / 키다리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빤쓰'와 '난닝구' 참 오랫만에 듣는 말이지요?

저 어릴 적만 해도 속옷이 보통 '빤쓰'와 '난닝구'로 불리었는데 말이에요.

'내 빤쓰'란 제목처럼 이 책은 팬티가 빤쓰로 불리던 시절, 모든 것을 아끼고 또 아끼던 우리네 일상을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어요. 

한 세대 이전에 우리가 살아온 여러 모습은 물론 빤쓰 때문에 울고 웃게 된 철수의 사연이 담겨 있답니다.

 

제목 글에 그려진 하얀 팬티! 넘 앙증맞지요?

빨간 보자기를 쓰고 수퍼맨처럼 하늘을 나는 이 아이가 바로 책 속의 주인공 철수입니다.

아빠와 엄마, 형이 둘, 누나가 넷인 철수는 누나와 형들이 쓰던 책과 학용품을 물려 받고 옷까지 물려 입습니다.

모조리 헌 것들이지만 엄마는 재봉틀로 새것처럼 만들어 주신답니다.

신체검사를 하는 날, 엄마가 새로 만들어주신 팬티를 입고 간 철수는 리본이 달린 팬티때문에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합니다.

식구들도 밉고 학교에 가기도 싫어진 철수는 헌 팬티가 싫다고 떼를 쓰며 응석을 부리다 아빠께 혼이 나고 그날 밤 잠을 자다 꿈을 꿉니다.

새 빤쓰와 난닝구를 차려입고 하늘을 높이 나는 꿈을 말이지요.

철수에게 엄마는 강아지 그림이 있는 새 남자 빤쓰를 만들어 주시고 철수는 아끼고 아껴서 소풍날에 입고 가야겠다 다짐을 합니다.

 

철수가 누군가에게 말하듯 쓰여진 글이 철수의 일상은 물론 감정까지 전합니다. 

누나와 형의 까만 교복, 밥상에서 벌어지는 계란 전쟁, 엄마의 재봉틀, 설겆이랑 목욕할 때 쓰는 빨강 다라이, 줄을 서서 받는 신체검사..

이것은 결코 철수 이야기만이 아니에요.

제가 자라며 보았던 그리고 경험했던 것들이라 더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철수네 가족이 사는 모습은 부족함이란 것 없이 풍족해진 오늘날의 생활과 많이 달라요.

그래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당시의 일상생활이나 가족관계, 학교생활, 가치관까지도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래도 넌 괜찮아. 난 노빤쓰잖아. 바보들, 빤쓰가 뭐 그렇게 중요해!"

화가 난 철수에겐 짝꿍 동철이의 이런 위로도 엄마의 포옹도 소용 없었어요.

철수는 꿈에서 멋진 빤쓰와 난닝구를 입고 하늘을 나는 수퍼맨이 되어 친구들에게 당한 창피를 떨쳐내지요.

거기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새 남자 빤쓰가 결정타!

빤쓰 하나도 감사해 하며 아끼고 아껴서 입을거라는 철수의 각오가, 강아지 팬티를 입고서 의기양양하게 서있는 철수의 모습에서 보이진 않지만 철수의 표정이 눈에 그려지는 듯 했어요.

 

계란을 한쪽이라도 더 먹으려 젓가락 쌈을 하고 새옷을 사달라고 떼를 썼다가 아버지께 혼이 나고 심지어는 빤쓰를 못 입고 다니는 아이...

계란 한 알도 빤쓰 한 장도 귀하던 때가 있었다 하니 아이들은 생소해 했어요.

도시락 맨밑에 계란을 숨기고, 물려받은 양말이 구멍나면 기워신고 새옷은 명절 때나 하나 얻어입을까 말까 했다고..

책에 나온 사진처럼 줄을 서서 신체검사를 받고 집에서 물을 데워 빨간 다라이에 목욕했더라고 말하는데 어릴 때를 떠올리니 아련하고 먹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때는 퍽이나 속상하고 화나기도 했던거 같은데 시간이 어지간히 지났기 때문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엄마의 유년기'가 아이들에게 한참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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