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세 정원 마음으로 읽는 세상 그림책 1
클로틸드 베르노 글, 최정인 그림 / 예림아이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표지그림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있다. 바로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의 눈이다.
대체 아이는 지금 무얼 보고 있는걸까?
아이의 눈에 비친 흐릿한 저것은 무엇이지?
무언가를 응시해 바라보는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고 푸른 초록색 눈동자는 신비로움을 준다.
발그레한 뺨의 앳된 아이, 이 아이가 바로 책의 주인공 마리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리는 깊은 산 속 낡은 집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숲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마리는 할머니와 지내며 한 번도 녹슨 철문을 넘어가 본 적이 없었다.
마리가 바깥세상을 궁금해하자 할머니는 마리의 여덟 살이 되는 생일날 아침에 첫 번째 정원의 열쇠를 준다.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라일락에 가려진 높은 담이 보일 거야. 담벼락 끝 쪽으로 커다란 월계수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첫 번째 정원의 문이란다."
마리는 이 정원의 문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책을 보다 할머니가 마리에게 알려주는 세상이 뭘까 나도 덩달아 궁금해진 대목이었다.
마리는 단숨에 뛰어가 깨금발을 들고 정원의 열쇠를 돌려 첫 번째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마리가 본 첫 번째 정원은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해 있고 마리는 세상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몸집이 작은 사람은 마리에게 그곳이 세상이 아니라 정원 밖에 있는 집들과 들판, 도시가 세상이라 말하며 담을 넘어가면 그곳이 있을거라 한다.
할머니와의 약속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마리는 그가 말한 세상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말하고 할머니는 더 자랐을 때 두 번째 정원의 열쇠를 주겠다 한다.  
열 살이 되던 생일날에 마리는 두 번째 정원으로 가게 되고 채소밭과 과수원이 있는 정원 안에서 마리는 농부를 만났다.
하지만 그는 담 너머가 세상이 아니라 한다.
"세상은 아주 멀어. 배들이 떠 있는 바다, 낙타들이 지나다니는 사막, 일년 내내 눈이 덮힌 산. 세상은 신비한 풍경으로 가득하다고 해.
담만 넘는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야. 세상은 아주 멀기 때문에 많이 걸어야 해."
세상을 보고 싶었던 마리는 이번엔 담을 넘어 걸어 보았지만 아침이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마리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할머니는 세 번째 정원의 열쇠를 주었고 마리는 그곳에서 조에라는 소년을 만났다.
정원 높이 솟은 나무 위에 앉아 있던 금발의 작은 소년 조에는 마리에게 나무 위로 올라와 눈을 감고 느끼면 세상이 보일거라 말한다.
먼 산과 들이 어렴풋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아이들은 눈을 감고 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보게 되었을까?

꽃이 가득한 정원이 세상이라 믿었던 마리에게 몸집이 작은 사람은 담 너머의 곳이 세상이라 하고 과수원의 농부는 그곳이 아닌 더 먼 바다와 사막처럼 먼 곳이 세상이라 말한다.
하지만 자기가 있지 않은 먼 곳, 남들의 이야기로 전해 듣던 미지의 곳이 세상이라 말하는 어른들과 달리 조에는 자기가 있는 그곳에서 눈을 감고 느끼면 세상이 보일거라 말하고 있다.
내가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그곳이 세상이라 말하는 조에,, 바로 그 또래 아이들이 생각하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열두 살이 된 마리에게는 자기가 서 있는 주변의 것들이 세상이고 그것을 느끼는 내가 세상인거다.

세상을 궁금해하는 마리에게 할머니는 세 개의 정원 열쇠를 주었을 뿐,, 세상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곳인지 전혀 말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마리에게 세상이 어떤 곳이라 일러주기보다 더 자라고 자랐을 때 열쇠를 내줄 뿐이었다.
그것은 정원의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라 스스로 세상을 향해 보고 알아가보라는 열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동화는 단번에 즐겁다거나 감동을 주지는 않지만 스스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준다.
마리의 할머니가 마리에게 천천히 세상을 알게 하듯 천천히 느끼게 하는 책 같다.

마리가 항상 빨간 목도리를 뜨고 또 그 목도리를 두르고 있어 겨울인가 생각했는데 마리가 찾았던 정원에 핀 꽃들을 보면 요즘같다.
등나무꽃, 붓꽃, 물망초와 나팔꽃, 수국과 우리 동네에서 본 이름 모를 꽃까지...
이 책은 크고 화사한 꽃그림이 유난히 많은데다 배경까지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마리의 눈처럼 신비롭고 이국적인 느낌도 드는데 표지를 살피니 그림을 우리나라 최정인 작가가 그렸다.
예쁜 그림이라 더 관심이 갔는데 우리나라 작가가 그렸다니,, 웬지 더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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