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 담푸스 칼데콧 수상작 1
존 셰스카 지음, 이상희 옮김, 레인 스미스 그림 / 담푸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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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늑대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입장동화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며 끝이 난 '개구리 왕자' 이야기를 행복하지 못한 삶의 모습으로 새롭게 각색해 보여주는 [개구리 왕자 그 뒷이야기] 두 편을 읽으면서 존 세스카의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글솜씨를 맛보고 또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어요.
이번에 출간된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도 바로 존 세스카의 작품이란거 하나만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처음 이 책을 읽고 '멍청한 이야기들'이란 제목처럼 한참동안 '너무 어수선하고 황당하다'란 느낌이 가시질 않더라구요.
재차 존 세스카가 쓰는 글의 성격을 이해하면서 가볍고 단순하게 보려 했더니 그 속에서 장난기가 가득한 그의 유머와 반전,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뒤엎는 새로운 발상이 보이는 듯 했어요.

책의 전체적인 느낌도 그렇지만 그림 또한 예사롭지 않은데요.. 이책은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그린 레인 스미스의 그림이랍니다.
이 두 작가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이 글을 쓰고 그린양 글의 의미와 이미지가 잘 어우러져 있어요.
그림에서 글에 등장하는 이들의 시끌벅적한 대화와 웃음소리가 들리는거 같거든요.
황당함과 기발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완전 각색해내는 존세스카의 글은 우선 황당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데 원작이라 할 옛이야기를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의 각색된 작품을 재밌어하고 더 좋아한다고 하네요.
실제로 이 작품은 칼데콧 아너상, 미국 도서관협회 추천도서,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책, 뉴욕타임스 올해의 베스트 일러스트레이트북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세계적인 그림책 이론가들이 포스트모던 그림책으로 가장 먼저 뽑는 대표작이라 합니다.



이 책은 표지를 펼치자마자 그림책이 갖는 기존의 이미지 가령, 아기자기하거나 세밀하거나 부드러운 느낌과는 완전히 다름을 보여줍니다.
"신상품! 재미 보장! 정말 멋짐! 상도 맏음! 사세요! 얼른!" 이라 말하는 까무잡잡한 남자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주인공이자 이책의 길잡이 그리고 책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이기도 한데.. '잭과 콩나무'에서 보았던 잭의 이미지와는 벌써 180도 다릅니다.
흔히 제목이 들어가는 자리에는 '제목이 있는 쪽'이라 크게 쓰여 있고 그 왼쪽 페이지에서는 작고 빨간 암탉이 밀을 심어야하니 잭에게 도와달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머리말에서도 존세스카는 머릿말을 읽지말고 본문에 실린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하네요.
또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주 멍청하고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보건복지부장관의 경고 표시까지 써놓고 있어요.
첫 이야기는 '병아리 리켄'..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지자 그걸 확인도 안하고 리켄은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고 대통령한테 알려야한다 외칩니다.
연이은 동물들의 소란스러움..
하늘이 무너지는게 아니라 이 책은 글의 순서를 알려주는 '차례'가 무너져 내려 동물들을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것으로 결말을 짓습니다.
무엇하나 가만 두지 않고 톡톡 건드리고 후다닥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듯 한데 계속해 보다 보면 아예 본문 한 페이지가 펑 비어 있기도 하고 맨처음에 나왔던 암탉이 나오고.. 편집까지도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주인공은 누구?' '이야기의 내용은 뭐야?' '그래서 결론은???'
이 책에서 이런 것들을 찾으려 하면 오히려 꽁꽁 숨고 안보이는 듯,,
그냥 단순하게 읽고 웃음이 나는 대목에서는 웃어주고 생각할 부분에서는 잠깐 생각을 해주고.. 고정관념을 깨고 글을 쓴 존 세스카처럼 책을 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유명한 안데르센의 '미운 아기오리'에서 오리는 형제들과 무리로부터 냉대를 받아 서럽지만 후에 멋진 백조가 되어 날아오르지요?
이 책에 실린 <아주 못생긴 아기오리>에서도 못생긴 아기오리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오리는 다른 이들의 말은 신경쓰지 않고 언젠가 자기가 다 자라면 고니가 될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존 세스카는 아주아주 큰 글씨로 '그런데 사실 그 오리는 진짜 아주 못생긴 아기 오리였어. 다 자라서도 정말 아주 못생긴 오리가 되었지. 끝.'하고 끝을 맺어 버립니다.
<또 다른 개구리 왕자>편에서는 개구리가 공주에게 자신은 개구리가 아니라 잘 생긴 왕자'라며 공주에게 마법에서 풀려날 뽀뽀를 부탁하지요.
공주가 개구리에게 뽀뽀를 해주자 개구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장난친 건데"...
개구리는 연못 속으로 뛰어들고 공주는 끈적끈적해진 입술을 얼른 닦는 것으로 끝이 나고요.  
이 외에도 '잭과 콩나무'를 패러디한 <잭의 콩 문제>, '신데렐라'를 패러디한 <신데럼펠스틸트스킨>, '토끼와 거북이'는 <거북과 머리카락>으로 또 '빨간모자'는 <아주 빨리 달리는 빨간 반바지 꼬마>로 모두 10편의 이야기가 그다지 길지 않게 잭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마지막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냄새 고약한 치즈맨>이 있습니다.
치즈맨은 자기를 만들어준 할머니에게도 또 들판에서 만나는 암소나 다른 이에게도 "달려봐 달려봐 힘껏 달려봐, 넌 나를 잡을 수 없어. 난 냄새 고약한 치즈맨이다!"라고 말하며 달리기를 하지요.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거 같던 치즈맨은 결국 강물에 떨어져 물에 녹아 흔적없이 부서져 버립니다.
이 이야기는 기존의 원작을 상상해볼 수 없었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결말과는 허무하리만치 다릅니다.
누구나 잘 알거나 혹은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그 생각에 따라 이야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거라고 존 세스카가 말하는 거 같습니다.
그림에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의 그림과 비슷한 꼴라주 그림이 보이는데요..
긴 혓바닥을 내밀고 헤롱거리는 못생긴 오리나 <거인의 이야기>에 실린 꼴라주, 거인의 밥이 되고 마는 시끄러운 암탉까지 레인스미스의 위트있는 그림들도 이 책의 볼거리이자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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